제주시 창작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지난 3일 공연한 제주시 창작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지난 3일 공연한 제주시 창작 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무대 인사 장면. ⓒ제주의소리

지난 3일 제주아트센터에서는 공연이 한 편 열렸다. 제주시가 주최·주관한 창작 어린이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다. 객석 전체가 매진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은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인 고(故) 부종휴(1926∼1980) 선생의 실제 사연을 다뤘다.

“1946년 당시 김녕초등학교 교사였던 부종휴 선생과 학생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 탐험대는 제대로 된 조명이나 장비도 없이 횃불과 짚신에 의지해 최초로 만장굴을 탐험했다. 이들은 단순히 탐험만 한 것이 아니라 조명반, 보급반, 측량반으로 역할을 나눠 맡아서 동굴을 조사했다. 수차례 걸친 탐험 끝에 오랜 세월 잠들어 있던 만장굴의 실체를 세상에 알렸다.”
- ‘부종휴선생과 30인의 꼬마탐험대’ 기념비 내용 가운데 일부

무대는 제주 만장굴로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연다. 76년 전 부종휴 선생의 꼬마탐험대 중 한 명인 김두전(배우 고용준)이 아이들을 만장굴로 안내한다. 수학여행단 아이 한 명이 신비한 빛을 내는 돌을 발견하고, 김두전은 아이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품은 과거로 돌아간다. 

이후 부종휴 선생이 김녕초등학교로 부임하고 탐험반을 조직한 뒤, 꼬마탐험대와 만장굴로 들어가 출구를 찾은 과정을 그린다. 굴 안에서 만쟁할망과 거북바위신을 만나면서 만장굴은 자연의 것, 모두의 것이라는 교훈도 공유한다. 그리고 수행여행단과 옛 꼬마탐험대가 한 자리에 모이면서 작품을 막을 내린다. 실제 김두전 할아버지와 부종휴의 아들도 무대 인사 자리에 함께하며 의미를 더했다.

어린이뮤지컬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대사와 노래 가사로 만장굴의 가치를 공들여 설명한다. 그리고 신화적 존재를 통해 자연 보전의 교훈까지 설파한다. 홀로그램과 영상, 무대 장치를 통해 구현한 입체적인 만장굴 모습도 흥미롭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청소년 배우들은 가장 큰 볼거리다. 청소년 배우들은 고난이도 안무와 노래, 연기까지 당차게 소화하며 지난 연습 과정을 가늠케 했다. 청소년 배우들 가운데는 지난 6개월 동안 수업을 받은 제주시 뮤지컬 아카데미 단원들도 포함돼 있다. 

작품은 꼬마탐험대가 결성·활동한 1946년이란 고단한 시대 배경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다. 1946년은 해방 이후 기대와 두려움이 제주 섬을 가득 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잔혹한 역사가 들이닥치는 때다. 그러나 혼란하고 궁핍한 생활상 대신 어린 아이들의 의지와 밝은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대신 “무너진 돌담, 메마른 내창, 탁해진 하늘, 떨어진 동백꽃”을 미래 세대가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라는 부종휴의 독창은 당시 제주 사회 분위기를 시적으로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제주시 뮤지컬 아카데미 활동을 마무리하는 자리다. 무대의 꿈을 품은 청소년들이 배운 노래, 춤, 연기를 완성된 작품으로 보여주는 기회는 응당 필요하다고 본다. 대형 공연장에 수많은 관객 앞이라면 더더욱 소중한 경험이 되리라 본다. 내년에도 뮤지컬 아카데미와 공연은 이어질 전망이다. 뮤지컬 기반이 허약한 제주 여건 상, 행정이 의지를 가지고 이어가는 뮤지컬 교육 사업은 분명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아쉬운 부분도 여실히 드러났다.

관람 시간은 1시간30분으로 제작됐는데 90분이란 시간은 여느 어린이뮤지컬과 비교해도, 실제 체감 상으로도 긴 분량이다. 길게 늘어난 만큼 작품은 세세한 부분까지 내용과 노래로 채웠다. 그러나 그 채움은 관객들의 주목을 확실히 끌거나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보다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열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동굴 내부에서 벌어지는 유사한 장면들과 연기로 시간을 채우다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갈수록 부담이 느껴졌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세계7대자연경관 등 만장굴 정보들을 노래 가사와 대사로 설명하고, 공연이 끝나고 내리는 막에서까지 부종휴와 만장굴에 대해 찬양하는 건 과유불급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흐를 수록 이목을 집중시킬 새로운 해석이나 변주, 효과가 없다면, 만장굴 탐험대라는 다소 평범한 소재는 극적인 매력과 흥미를 살리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느꼈다. 그나마 무용수들의 박쥐 안무와 성악가 거북바위신의 노래·연기도 ‘갑자기 왜 등장하지?’라는 개연성의 물음을 지우기 힘들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모두 고려할 때 ‘부종휴의 꼬마탐험대’는 뮤지컬을 표방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페라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대본과 연출을 맡은 성악가 강혜명의 전작인 창작 오페라와 유사하다는 뜻이다. 강혜명은 전작에서도 대본과 연출이라는 동일한 역할을 수행했다. 모든 과정을 세세히 나열하는 구성과 무용 활용 같은 연출은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에서 비슷하게 재현됐다.

냉정하게 ‘부종휴의 꼬마탐험대’는 어린이뮤지컬과 부종휴 추모 공연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듯 보인다. 어린이가 출연하니까 ‘어린이뮤지컬’이 아닌, 공연을 즐기는 관객이 ‘어린이’라는 사실을 중심에 두고 눈높이를 맞춰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공연 내적인 부분에 있어 다소 괴리가 있더라도, ‘부종휴와 꼬마탐험대’가 등장한 배경과 취지는 다르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 

제주에서 뮤지컬 예술 기반이 열악하다는 사실은 여러 차례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지역 단체나 극단들이 꾸준히 뮤지컬 창작을 시도하지만, 전문성·경쟁력을 고려하면 걷는 단계로 봐야 한다. 그나마 공공 공연장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들어 민간 영역에서 청소년 뮤지컬 교육은 하나둘 등장하고 있지만, 교육 기회 역시 부족하다.

제주시는 창작 뮤지컬 ‘만덕’을 2018년 선보이면서 뮤지컬 기초를 교육하는 아카데미를 2년 간 진행했다. ‘만덕’을 따라 아카데미도 흐지부지될 위기였는데 올해 새로 뮤지컬 교육을 열었다. 6월부터 시작한 제주시 뮤지컬 아카데미는 성악가 강혜명이 총감독을 맡았다. 아카데미의 마무리가 바로 ‘부종휴와 꼬마탐험대’인 이유다.

‘만덕’은 제주 소재를 타 지역 예술자원들이 제작-완성한 방식이었다면, ‘부종휴와 꼬마탐험대’는 제주 소재를 제주 예술자원 중심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층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 하다. 

노래, 춤, 연기 등 뮤지컬 교육의 기회를 다시 마련한 제주시의 결정과 제작진, 배우들, 강사진, 수강생들의 땀은 높이 살 필요가 있다. ‘부종휴와 꼬마탐험대’, 그리고 제주시 뮤지컬 아카데미가 안정적인 발판 위에서 계속 이어져 무대의 꿈을 가진 젊은 세대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제공되길 바란다. 

그리고 대본, 연출, 연기지도 등에 있어서 보다 분업화된 제작 구성 속에 보다 ‘어린이뮤지컬’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제작되길 바라는 마음도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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