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하강 시설 부식으로 4개동 전량 철거
상습 해수 피해 65억원 무빙워크도 수리

제주도가 1억2000만원을 투입해 철거 중인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크루즈선 부두의 승하강 시설. 2017년 26억원을 투입해 특수 제작했지만 해수로 부식돼 기능을 상실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1억2000만원을 투입해 철거 중인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크루즈선 부두의 승하강 시설. 2017년 26억원을 투입해 특수 제작했지만 해수로 부식돼 기능을 상실했다. ⓒ제주의소리

600억원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지은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기지) 내 크루즈터미널이 개점휴업 상태가 되면서 고가의 항만시설도 고철 신세가 됐다.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이달부터 3월까지 1억2000만원을 들여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 크루즈터미널의 승하강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고철로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

크루즈 부두에 설치된 승하강 시설은 대형 크루즈선이 접안할 경우 선체와 연결해 승객들의 하선을 돕는 편의시설이다.

제주도는 크루즈 부두와 여객터미널 준공에 맞춰 2017년 승하강 시설 4개동을 특수 제작했다. 폭 5m, 높이 20m 규모로 제작과 설치에만 26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2018년 크루즈터미널 운영에 맞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지만 중국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보복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제주도가 1억2000만원을 투입해 철거 중인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 크루즈선 부두의 승하강 시설. 2017년 26억원을 투입해 특수 제작했지만 해수로 부식돼 기능을 상실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1억2000만원을 투입해 철거 중인 서귀포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 크루즈선 부두의 승하강 시설. 2017년 26억원을 투입해 특수 제작했지만 해수로 부식돼 기능을 상실했다. ⓒ제주의소리

개장 이후 5년간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을 다녀간 크루즈선은 2019년 3월 퀸메리 2호(14만8천톤)와 그해 5월 마제스틱 프린스호(14만2714톤) 단 2척에 불과했다.

2020년부터는 단 한 대도 찾지 않아 2021년 1월 시설 폐쇄가 이뤄졌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전기와 수도를 제외한 특수경비와 보안, 환경미화 업무를 모두 중단하고 공무원도 철수했다.

그사이 태풍과 해수 유입으로 철재에 녹이 생기면서 항만시설 유지보수도 어려워졌다. 승하강 장비는 수리도 불가능해 결국 철거하기로 했다. 고철로 매각할 물량만 140톤 가량이다.

65억원을 들여 조성한 무빙워크(Moving Walk)도 때마다 유지 보수비가 들어가고 있다. 크루즈 터미널에는 승하선에 따른 이동을 돕기 위해 길이 1.6km의 무빙워크가 설치돼 있다.

2018년에는 태풍에 출입문이 파손돼 760m 구간이 물에 잠기고 2019년에 태풍으로 물바다가 됐다. 지난해에는 천장과 벽면에 누수가 확인돼 보수공사가 이뤄졌다.

제주도가 2017년 65억원을 들여 조성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 크루즈선 부두의 무빙워크(Moving Walk). 태풍으로 해마다 파손돼 복구비로 3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2017년 65억원을 들여 조성한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 크루즈선 부두의 무빙워크(Moving Walk). 태풍으로 해마다 파손돼 복구비로 30억원 이상이 투입됐다. ⓒ제주의소리

올해는 일부 구간에서 작동이 원활하지 않아 재차 수리를 하고 있다. 지금껏 무빙워크 복구에 들어간 돈만 3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중 상당수는 보험금으로 충당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승하강 시설은 부식이 너무 심해 안전문제로 해체를 결정했다”며 “철거 후에는 이동식 간이 장치를 이용해 승하선을 돕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빙워크의 경우 일부 고장이 있지만 수리만 하면 정상 작동이 가능하다”며 “크루즈터미널도 내부 청소를 진행하면 당장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도는 올해 크루즈선 입항에 대비해 제주항과 강정민군복합형관광미항의 시설과 인력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항은 3월16일, 강정항은 3월19일 일본발 크루즈선 기항이 예정돼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020년 2월부터 관광 목적의 크루즈선 국내 입항을 불허했다. 이어 2년 만인 2022년 6월부터 국제 크루즈선 입항을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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