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가족연구원-4.3희생자유족부녀회, 3.8세계여성의날 기념 공동포럼

​8일 오전 제주 아스타호텔에서 개최된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네트워크 공동포럼-제주 4·3 여성유족 100인이 골암수다(말하다)’ 행사 모습.
​8일 오전 제주 아스타호텔에서 개최된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네트워크 공동포럼-제주 4·3 여성유족 100인이 골암수다(말하다)’ 행사 모습.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 이후에도 제주 여성 노동과 가족에 대한 역사문화연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과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는 8일 오전 제주 아스타호텔에서 ‘2023년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 네트워크 공동포럼-제주 4·3 여성유족 100인이 골암수다(말하다)’을 진행했다.

강경숙 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은 ‘4·3 이후 제주 여성의 삶과 향후 과제’ 발표를 통해 “4·3의 역사에서 군사적 사건들은 공식적이고 사회적인 것으로 인정받았지만 여성들의 자녀 양육과 마을 재건을 위한 노동과정은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들이 4·3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자신이 어떻게 노동했는가, 돌아온 마을에서 공동체 복원을 위해 자신이 어떻게 기여했는가’였기 때문에 일상적 경험을 증언한 여성들은 증언자로 채택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결국 여성들의 4·3과 관련한 경험과 내용이 다뤄지기 위해서는 역사 해석의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강경숙 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이 '4·3 이후 제주 여성의 삶과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강경숙 전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이 '4·3 이후 제주 여성의 삶과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어 강 연구위원은 “4·3 당시 남아들은 양자 또는 어떤 방식으로라도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됐지만 여아들은 그렇지 못했다”며 “4·3을 경험한 제주 여성들은 고령이 된 지금까지도 실제 부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4·3 희생자 유족 가운데 가족관계등록부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의 76.9%(78명 중 60명)가 여성이었다.

강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는 유족에 대한 인정과 피해 보상을 넘어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의 기회를 잃고 더 나아가서는 살아온 삶과 존재의 부정을 의미한다”고 피력했다.

4·3 전후 태어난 제주 여성들은 호적이 없어 학업이나 취업에 재약을 받았고 어려운 가정 형편과 가족의 생계 부양을 위해 교육의 기회를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강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제주 여성들은 자신의 처지와 어려움을 탓하기 보다는 환경에 맞서 다양한 삶의 전략을 펼쳐 왔다”며 “후세대와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제주 여성들이 지키고자 했던 삶의 가치를 나눠서 함께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제주여성구술사와 제주 여성 노동, 제주도 가족에 대한 역사문화연구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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