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승의 중국통신] 미·중 갈등 고조 대한민국에 미칠 영향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바로 옆 이웃인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의소리>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글로벌 리더이자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해, 중국 경제전문가인 고현승 박사가 쓰는 ‘고현승의 중국통신’을 다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당분간 국제질서는 갈등의 격화와 완화가 반복해 지루하게 이어질 확률이 높다. 어느 누가 압도하는 위치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다.&nbsp;ⓒ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당분간 국제질서는 갈등의 격화와 완화가 반복해 지루하게 이어질 확률이 높다. 어느 누가 압도하는 위치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중재자 중국, 중국이 바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이란에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전쟁을 중재한다고 한다. 반면 미국은 각 잡고 중국을 때리기 시작했다. 지역안보는 일본과 한국을 묶고, 쿼드를 통해 호주와 인도를 끌어들였다. 경제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중국격리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일대일로, 외국기업투자유치와 위안화의 글로벌화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21세기판 통일전술전략이다. 2022년 독일은 중국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얼마 전에는 사우디가 중국과의 원유거래를 위안화로 한다고 한다. 브라질과 러시아도 위안화 결재를 받아들였다.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저항세력을 모으고 진지전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장기집권에 성공한 시진핑의 외교는 전 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전 세계 외환거래 중 달러 비중은 50%대(위안화는 아직 3%대다)로 내려앉았고 중동의 주도권도 러시아와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미국의 시대는 저물고 중국의 시대가 오는 것인가? 미·중 갈등은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공급망 재편이다. 우리는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고 중국제품에 탑재되어 글로벌시장을 누볐다. 대중국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다. 한국은 산업의 쌀인 반도체와 에너지의 저장 및 공급기술인 배터리 생산기술을 핵심경쟁력으로 보유한 선진 산업국가다. 아쉽게도 소재는 중국, 인도네시아, 남미에서, 시장은 미국, 유럽과 중국에 있다. 문제는 전후방 모두 강대국의 입김에 좌우되는 데다 이들도 욕심을 내는 미래산업 분야이자 글로벌 공급망 체인의 핵심으로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직결되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이다. 글로벌질서 변화의 창끝이 한국으로 향해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선진국의 대우를 받다가 갑자기 경제위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질서의 재편은 수년간 지속될 것이다. 미·중이 극적으로 화해하거나 일방이 승리를 선언할 때까지 이어질 것이다. 누가 승리하든 우리에게는 시련일 것이다. 

미국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탄소제로의 시대에 산유국 사우디는 조급할 수밖에 없고 미국은 인권문제로 압박한다. 이란은 하루빨리 미국과 핵협상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눈치를 봐야 했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가 필요한데 우크라이나를 포기할 수도 없다. 동시에 중국이라는 시장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SWIFT 질서에서 쫓겨나 달러 조달이 어렵다. 인도는 지역패권국이 되고 싶고 에너지를 저가에 공급받고자 한다. 미국은 더 이상 경찰국가로 전 세계문제를 해결하기 싫은데 패권은 유지하고 싶다. 중국은 위대한 지도자하에 국가위상 제고와 에너지 공급선을 지키고 싶다. 

당분간 국제질서는 갈등의 격화와 완화가 반복해 지루하게 이어질 확률이 높다. 어느 누가 압도하는 위치를 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안별로 협력과 경쟁을 이어갈 것이다. 복잡성이 커질 것이다.

새로운 질서는 새로운 리더십이 자리잡으면서 안정된다. 신흥강국인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거나 대안세력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당장은 어렵게 보인다. 중국의 국가전략인 일대일로는 주변빈국에 대한 ODA나 고금리대출로 불량채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부자동맹국이 많은 미국에 미치지 못할 것 같다. 미국의 달러패권에 도전하는 대가로 글로벌공급망에서 소외될 것이다. 대만에 대한 전쟁 위협은 막대한 국방지출이 필연적일 것이다.(사실 대만전쟁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쪽은 미국이 먼저다) 자칫 미국에 대한 역 포위망은 중국의 부를 소모시켜 지속가능성에 의문이다. 그리고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새로운 철학과 리더십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 JP모건  등 미국월가는 여전히 중요한 중국자본시장 투자자이고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과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 양국은 파국을 막기 위해 휴전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한국에게는 재앙이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면서 마무리된 냉전의 기억을 소환해야 할 것이다. 당시 우리는 미국의 우산 속에서 고속 성장했다. 현재 외교 스탠스도 그런 것 같다. 이제 우리 경제규모는 한 진영에 속해서는 성장모멘텀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승자는 이길 전쟁을 하는 자다. 약자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어느 한쪽의 승리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최대한 선택을 늦추고 우호세력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대한 국민 이미지가 좋지 않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였다고 생각했던 산업경쟁력이 동등하거나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산업현장은 피 튀기는 전장이 되었다. 그렇다고 공정하게 보이지 않고 졸부의 거만함마저 보인다. 게다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세련된 문화도 없다. 진부하게 보이고 잘난 척만 하는, 그리고 단체관광객들은 시끄럽고 불편마저 준다. 유튜브와 구글은 통제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불편한 현실을 감내하자고만 할 수는 없겠다. 젊은 이미지 세대에게 촌스러움은 참기 어려울 수 있겠다. 더욱이 모든 일에 이성적인 분석은 귀찮다. AI 시대에 빠르게 다가오는 이미지가 우리 두뇌의 판단을 대신해야 편하다. 그런데 말이다. 반대로 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어렵지만 자신의 이성으로 생각하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어떤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시대의 종말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UAE의 성공을 보면서 탈 석유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국가의 존망을 걸었다. 미국의 자본과 지원이 필요했다. 그런데 조 바이든은 자기 편이 아니다. 그래서 도박을 한 것이다. “미국의 잠재적 경쟁자 중국을 끌어들이는…” 위험하다. 그런데 사우디의 단기적인 국익은 충분히 보장될 것 같다. 이란의 군사위협으로부터 단기적 평화를, 중국이라는 안정적인 석유수요처와 투자처를 확보하고, 미국에는 경고장을 날려 조 바이든의 재선을 방해하고 만약 친석유세력인 트럼프가 집권한다면 잭팟을 터트릴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친미국가로 중국은 이들의 환심을 사야하는 입장이다.

이성의 차가운 눈빛이 남아있어야 한다. 안그래도 짜증나는 시대, ‘우리 편과 나쁜 편’이라는 시원한 도끼질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시킨 반도체 나노극미세공정과 배터리 첨단공정처럼 장인정신이 깃든 섬세한 메스질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 / 고현승 대광경영자문차이나 대표(법학박사)


#고현승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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