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승의 중국통신] 서로 눈과 귀를 열고 대화를

중국이 무서울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과 세계 경제를 이끄는 G2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동맹국인 미국, 바로 옆 이웃인 중국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주의소리>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 글로벌 리더이자 초강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바로 알기 위해, 중국 경제전문가인 고현승 박사가 쓰는 ‘고현승의 중국통신’을 다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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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한국출장을 다녀왔더니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이 잘 안된다. 언론에서는 지난 G7 이후에 접속이 안된다며 한한령이라고 한다. 우선 불편이 극에 달한다. 네이버가 국민포털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2014년 중국에서 라인, 밴드, 카카오톡, 다음카페가 그렇게 막혔다. 현타가 온다. 한국포털로 검색할 날은 영영 안 오는가. 오랜만에 크롬으로 구글링을 하고 있다. 열리는 웹페이지가 일부 제한되고 검색속도가 느리긴 한데 그럭저럭 사용은 가능하다. 

생각해보니 메일계정도 접속불안으로 한메일에서 G메일, 네이버메일, 핫메일을 거쳐 지금은 텐센트 기반의 회사메일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내에서는 잘 되는 회사 메일이 한국으로 특히 공공기관으로 보내면 중국서버에서 오는 메일이라 스팸메일로 필터링되기 일쑤다. 

중국 안드로이드폰에는 구글스토어가 없다. 그래서 아이폰으로 바꿨다. 중국에서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넷플릭스도 접속되지 않는다. 

하나의 지구가 서해를 넘어서며 단절된다. 그래서 등장한 VPN(가상사설망)이 없으면 중국에서는 나머지 세계와 연결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중국정보통신법에 따라 언제든지 끊길 수 있다. 

인간의 사고는 정보의 접근에서 출발한다. 통제된 정보는 왜곡을 낳는다. 대등한 정보 접근과 이를 기초로 자유로운 이성(理性)들이 모여 합의하는 의사결정제도가 민주주의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국민기본권이 양심, 집회결사와 언론의 자유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제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표방하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국)의 헌법을 보자. 긴 전문(前文)에서 중국사회주의 건설의 역사를 서술하며 중국내 주요계급투쟁은 소멸했으나 일정범위내에서 지속되고 있어 사회주의를 파괴하려는 국내외 세력과 투쟁 중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이 영도하는 다당제 정치협상제도의 존재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헌법 제1조 ‘중국은 노동자계급이 영도하는 공농연맹을 기초로 하는 인민민주전제의 사회주의국가이다. 사회주의제도는 중국의 근본제도이다. 중국공산당 영도는 중국특유사회주의의 본질적 특징이다. 어떤 조직 혹은 개인이 사회주의를 훼손하는 것을 금지한다.’ 제2조 ‘중화인민공화국의 모든 권력은 인민에 속한다.’ 제3조 ‘중국의 국가기구는 민주집중제의 원칙을 실행한다.’ 제24조 ‘국가주도사회주의가치관은 애국, 애민, 애(愛)노동, 사회주의 미덕을 준수하고 애국주의, 집체주의와 국제주의, 공산주의 등을 교육하고 자본주의, 봉건주의의 기타 부패사상에 반대한다.’ 제35조 ‘중국공민의 권리의무로 언론, 출판, 집회, 결사, 여행, 시위의 자유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은 인민이 권력의 원천이며 민주집중제를 권력작동의 원칙으로 하는 언론.출판.집회의 자유가 보장된 공화국이다. 다만, 미완의 사회주의 혁명을 완수하고자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진행 중인 국가로 사회주의를 전복하려는 세력에는 기본권이 제한되고 호전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사회주의체제를 보호하고 혁명을 완수하는 첨병이다. 

또한 타이완이 중국의 신성불가침 고유영토임과 국토보위를 다짐하는 결연함도 대외천명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언급하는 타이완문제가 그들에게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네이버 사태의 원인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겠다. 

다만, 세상에는 대응과 비례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그쳐야 한다. 노상방뇨한 경범자를 사형에 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간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한국정부의 타이완문제에 대한 불필요한 언급과 대중국외교가 불만이라면 외교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것이다. 슬쩍 민간차원의 대응인 것처럼 모른척하면 정부차원에서 해결방법도 딱히 없어지고 국민감정만 악화된다는 점에서 고약하다. 

2014년에는 일부 다음카페와 블로그에서 신장위구르 인권문제들을 언급하여 중국사회주의체제를 반대하는 세력을 막겠다는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면, 이번 통제는 네이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설마 한국정치권의 대중 강경발언들과 국민들의 반중정서를 보도했다고 차단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럼 중국은 왜 네이버를 차단했을까? 어차피 중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만 불편을 주는 조치일텐데. 굳이 인터넷포털을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자가 국내외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경우는 많았다. 트럼프가 CNN과 트위터 설전을 벌이기도 했고 박근혜정부는 일본 언론인을 법적조치까지 했었다. 그런데 해외포털 자체를 블러핑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정보통신망이 국가독점이라 기술적으로 용이하고 경고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해외포털을 주저함없이 차단해도 된다는 의식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어떤 권력이든 대중들의 정보접근과 의사표현을 자신에게 친화적으로 제한하거나 유도하고픈 유혹에 시달린다.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조차도 언론통제와 감청을 하고 있던 것이 스노든의 폭로로 외부세계에 알려졌다. 타국의 정보를 수집했다면 국내통제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인터넷포털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자 정보의 원산지다. 창으로 우리는 밖을 보지만 밖에서 우리를 보기도 한다. 최근 통계를 보니 2023년 전세계 인터넷웹사이트 언어별 사용률은 영어 54.9%, 중국어 1.4%, 한국어 0.7%란다.(자료:  https://w3techs.com/technologies/overview/content_language ) 언어와 통화사용량은 글로벌권력지형의 매우 중요한 바로미터다. 사용이 편하고 신뢰성 높고 접근이 자유로워야 사용량이 늘어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외환보유고의 57%가 달러이니 21세기 인류의 절반은 영어로 공부하고 검색하고 소통하며 달러를 주고받고 있는 셈이다. 챗GPT가 학습할 정보의 50%는 영어라는 것이다. 되먹임효과로 계속 강화될 것이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도구가 아니다. 정보와 사상을 퍼나르며 사용자의 사고마저 장악해 권력화하는 절대반지다. 닫힌사회에서 열린사회로 나온 전통적인 문화대국 중국에게 이런 환경은 그리 달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국의 통제나 노력으로 전복될 것 같지도 않다. 자신의 눈에 비친 왜곡을 바로 잡는다고 행하는 자의적 규제는 왜곡의 심화와 일탈을 만들 뿐이다.

멕시코국경에 장벽을 쌓은 미국처럼, 통신망을 독점한 국가가 인터넷 방화벽을 쌓는 것은 손 쉬운 일이다. 하지만 통제는 배제를 낳고 배제된 이들은 어딘가에서 에너지로 분출된다. 신구교 갈등이 학살을 불렀던 프랑스에서 탈출한 위그노(신교도)들은 전 유럽으로 흩어져 유럽 근대산업 발전의 주요 동력이 되었고, 이로 인해 프랑스의 산업발전은 뒤처지게 되었다.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는 미국으로 아인슈타인 등 독일의 두뇌들을 망명하게 했다. 미국의 메카시광풍은 저명한 중국계 유체역학자 치엔슈에썬(錢學森) 박사를 중국으로 향하게 해 중국항공우주산업의 주춧돌을 놓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멕시코 국경에 쌓은 장벽이 지금은 별 기능없이 볼썽사납게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필자는 코스모폴리탄을 꿈꾸지만 다른 나라의 제도와 문화에 간섭할 생각이나 의지는 없다. 관찰자 시각으로 덤덤하게 읽고 생각할 뿐이다. 각 사회 주체는 스스로 정치제도를 선택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고 본다. 누가 누구를 변혁하겠는가? 그리고 어느 누구도 도덕적 혹은 체제적 우위를 독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위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는 이를 소중히 여기고 행동하는 양심만이 누리는 것이지 다른 이들에게 강제할 수 없으며 더욱이 우월성을 느낄 것도 아니다. 현재도 지구 한 구석에는 왕국, 신권국가, 독재정이 공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이 스스로 사회주의 초기단계의 프롤레타리아독재국가임을 천명하고 일국사회주의를 추진하는 것은 그들의 자주권에 속한다. 

민주공화정을 선택해 발전시켜온 것도 우리의 합의이자 의지일 뿐이다. 다만 그것이 자국의 영토와 공동체를 넘어서는 순간 타인을 구속하는 문제로 바뀌고 저항을 불러일으켰다. 서구제국주의가 그랬고 히틀러의 나치즘, 소련의 국제공산주의 운동이 그러했다. 

열린사회의 개인의 자유처럼 모든 공동체의 자주권은 존중받아야 하고 일정 선에서 차분히 멈춰설 줄 알아야 한다. 그 경계는 서로에 대한 인정과 양해이어야 한다. 밤마다 큰소리로 랩을 하는 내 아들의 자유도 주변 이웃의 수면권을 방해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사춘기 아들은 내 말을 뒷등으로도 안듣는다. 

그렇다고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될 것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줄 눈과 귀를 열고 대화에 나서지 못한다면 최소한 상대방의 눈과 귀를 가려서는 안된다. 제발 말로 하자!


#고현승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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