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아카데미] 연극놀이 강사 이소선 “아이를 어떻게 책 안으로 초대할까 마음가짐”

학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때, 의식해서 높은 톤을 고집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원래 목소리가 낫다는 조언이다.

11일 오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실에서는 ‘2023학부모아카데미−책 읽기의 힘’ 세 번째 순서가 열렸다. 이날은 허순영 제주도서관친구들 대표가 책 소감 나누는 방법을 설명했고, 이어 연극 놀이 강사로 활동하는 이소선 씨가 연극적인 기준에서 효과적으로 책 읽는 기술을 조언했다.

허순영 대표는 “책 읽기 모임을 가질 때 각자 소감을 공유하는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핵심만 기억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허순영 대표가 조언한 순서는 ▲책을 다 읽어보기 ▲책을 고른 이유를 설명하기 ▲이 책을 짧게 소개하기(줄거리를 구구절절 풀어내지 않음) ▲전체 가운데 딱 한 장면을 골라, 왜 골랐는지 설명하기 ▲이 책에 대한 별점 매기기(5점은 내 돈주고 사주고 싶은 책, 4점은 기회가 되면 권하고 싶은 책, 3점은 보통 등) 순이다.

그러면서 <이랴! 이랴?>라는 그림책을 들고 자신이 직접 예시를 들었다. 그는 “이 책은 표지가 예사롭지 않아 손이 갔다. 표지 속 사람과 말(馬) 관계가 좋아보이지 않아 호기심이 생겼다. 이 책은 남사당에서 펼쳐지는 옛 이야기다. 힘센 여자가 등장하는데 아주 유쾌하다.  힘 센 여자가 안 그런 척 살았다는 장면을 골랐는데 내 이야기 같아서 선택했다. 무척 조용하게 보냈던 내 고교시절을 기억하는 동창들은 지금 나를 만나면 깜짝 놀랐다. 책을 보며 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 점수는 4.5점이다”라고 말했다.

11일 오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실에서는 ‘2023학부모아카데미−책 읽기의 힘’ 세 번째 순서가 열렸다. <br>
11일 오전 제주시소통협력센터 다목적실에서는 ‘2023학부모아카데미−책 읽기의 힘’ 세 번째 순서가 열렸다.

다음으로 이소선 강사가 연극적인 측면에서 낭독을 어떻게 대하는지 소개했다. 이소선 강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연극을 공부하고, 현재 제주에서 청소년 연극놀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즉흥극단 맘트라 등에서 배우로도 활동했다.

이소선 강사는 시작에 앞서 “오늘 수업에서 딱 하나만 기억하셔도 된다. 바로 낭독할 때 정형화된 높은 톤에 제발 얽매이지 말라”고 강조했다. 흡사 구연동화, 유치원 교사들이 말하듯 나긋나긋한 높은 음으로 말하는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저는 수업할 때 오히려 진중하고 낮은 음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한다. 높은 음이 틀리진 않지만, 그것만 정답은 아니다. 개개인 별로 가장 어울리는 목소리를 찾아서 그대로 내면 된다. 저음이어도, 발음이 안 좋아도, 타고난 발성이 작아도 낭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커다란 인형탈을 쓰고 캐릭터 분장을 한 배우들이 등장하는 공연을 두고 “보는 입장에서 무척 지치고 힘들다. 왜냐면 그런 쇼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여주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력을 제한한다. 그리고 캐릭터쇼 배우들의 목소리에는 아이들을 어리석은 존재로 대하는 의중이 은연중에 담겨있기도 하다. 진정성은 없고 과장된 목소리만 남아있다”고 평했다.

이소선 강사는 “책을 읽으며 과장해서 말할 이유가 없다. 과잉 진철할 필요도 없다. 내 원래 목소리로 하면 충분하다”고 신신 당부했다.

이소선 강사는 “자녀와 책을 읽을 때, 읽지말고 말해준다는 마음을 가지길 추천한다. 아이들은 보통 읽기 훈련은 받지만 말하는 훈련은 잘 받지 못한다. 짧은 글을 읽고 말해주기 놀이를 해보시라. 아이 설명이 뒤죽박죽 엉망이어도 괜찮다. 읽기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전통 동화에 말하는 맛이 살아있다며  <삼백이의 칠일장> 같은 그림책을 추천했다.

이소선 강사는 “낭독할 때는 전체적으로 힘을 빼지만 맛을 살리고 싶은 대목에서 강조하면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신체 활동을 낭독과 연계해 준비하면 더 효과가 좋다”면서 “연극인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이 세계로 관객들을 어떻게 초대할지’ 여부다.  연극적인 관점에서 낭독을 조언해도 비슷하다. 함께 책 읽는 아이들을 어떻게 초대할까 라고 기대하는 마음가짐이라면, 관성적으로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때와 많은 차이가 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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