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백지화 전국행동, 조류충돌-숨골-동굴 등 제2공항 전환평 쟁점 부각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돔민회의와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의소리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돔민회의와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의소리

제주를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가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을 둘러싼 부실 검증 의혹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항공기-조류충돌 문제를 비롯해 숨골 지형의 평가 과정에서 조사 대상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는 의혹, 지반 조사에서 드러난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시민사회와의 공동검증을 요구했다.

제주지역 11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 전국 300개 시민환경단체가 소속된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은 17일 오전 11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쟁점 항목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지난 2개월 간 지역주민·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에서 다섯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2공항 검증을 총정리하는 식으로 다뤄졌다.

항공기-조류충돌, 숨골 지형의 평가 과정에서 조사 대상을 의도적으로 누락하거나 평가 항목을 왜곡시켜 결과를 조작한 점, 지반 조사에서 드러난 사업 예정지 내 용암동굴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점검했다.

이들 단체는 먼저 "전략환경영향평가의 핵심 과제인 제2공항 건설 계획의 적정성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본계획의 수요예측은 제2공항 건설계획을 결정할 당시 연간 4560만명에서 3970만명으로 600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공항 확충의 대안이 재검토돼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수요예측은 고령화 추세 등 중요한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과잉예측임이 확인됐다. 연간 3155만명을 처리할 수 있는 제주공항이 있는데, 왜 현 제주공항보다도 훨씬 더 큰 165만평의 대규모 제2공항을 지어야 하는가"라며 "공항 확충의 규모와 대안이 적절한지, 왜 수요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과도한 규모로 불필요하게 환경을 훼손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공항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돔민회의와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의소리<br>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돔민회의와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의소리

항공기 조류충돌 위험성에 대한 평가 역시 출소됐음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조류충돌의 심각성에 대한 보편적인 평가기준은 조류 종별 개체의 크기와 무리를 짓는 정도"라며 "그런데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기존 국내 공항에서 발생한 조류 충돌에서 피해가 확인된 종으로 바꿔버렸다"고 이문을 제기했다.

국내공항에서 충돌이 보고되지 않은 종은 모두 평가에서 제외됐고, 충돌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종은 피해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제2공항 주변에서 발견된 172종의 새 중에서 불과 39종만이 평가대상에 포함됐고, 이중 12종만이 피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법령상 공항 부지 주변 8km 이내에는 철새도래지와 같은 조류보호구역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제2공항 후보지 인근에는 하도, 종달, 오조, 신산, 신천 등 철새도래지가 밀집해 있다"며 "국토부는 적절한 위험성 평가와 저감방안 마련시 예외적으로 가능하다고 했지만, 위험성 평가는 축소조작됐고, 환경연구원 등은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예방과 조류서식지 보호를 조화할 수 있는 방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고 꼬집었다.

또 숨골의 본질적 가치가 평가절하됐다는 점을 되짚었다. 이들 단체는 "숨골의 유일무이한 가치는 빗물을 빨리 지하로 흘려보냄으로써 지하수를 함양하고 홍수를 방지하는 것으로, 지반공사로 165만평에 있는 숨골이 막힐 때 지하수 함양과 홍수피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로 평가돼야 한다"며 "국토부는 지하수 함양에 25%의 가치만을 부여하고, 오염 여부, 원형보전 여부, 자연생태등급 등 본질과 관련 없는 요소만을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연적으로 물이 빠지는 숨골인데도, 배수가 잘되게 수로를 연결하거나 숨골 주변을 정비한 곳들은 모두 인공숨골로 규정했다"며 "153개의 숨골 중에서 21개만을 보전가치가 있는 숨골로 규정했는데, 이는 숨골의 본질과 관련 없는 요소들로 숨골의 가치를 깎아내린 거짓·부실 판정"이라고 역설했다.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돔민회의와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의소리<br>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검증 결과 발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돔민회의와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제주의소리

끝으로 제2공항 후보지 부지 내 동굴의 분포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시추조사 결과, 하나의 화산에서 흘러온 용암류로 형성된 암반층 중간에 2m 전후에서 9.6m에 이르는 클링커층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용암동굴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국토부는 기본계획 과업지시서에서 '동굴 징후가 있을 경우 조사를 중단하고 전문가가 현장을 상세히 조사한 후 발주기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한 만큼 이 클링커층이 용암동굴일 가능성에 대해 확인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토부는 기본계획 및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검증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지반조사 보고서와 시추 위치의 심도별 시료, 수요예측의 구체적인 방법론과 근거자료, 153개 숨골의 좌표, 소음 모델링 프로그램(INM)의 입력자료와 입력값 산정의 근거자료, 분야별 자문회의 기록과 자문의견서 등을 전면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또 환경영향평가법 제41조 제2항에 따라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 의혹을 검토하기 위한 전문위원회를 소집할 것과 용암동굴 존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민사회와의 공동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토부와 제주도는 제주도민의 동의와 지지 없이 강행하지 않겠다는 약속에 따라 제2공항 건설 여부에 대한 제주도민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하라"며 "이러한 요구에 대해 응답하지 않을 시 국토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 용역사 등에 대한 고소·고발을 포함한 법적 조치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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