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생태계보전지구와 상충, 보전관리조례도 문제...제도 개선 절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불법 초지 전용에 대한 방지책은 물론 개발 사업을 위한 초지 전용을 엄격히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초지법으로부터 곶자왈을 보전하기위한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 찾기에 나서야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최근 초지조성을 이유로 곶자왈을 비롯한 임야를 갈아엎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축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초지법이 법률 근거가 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제주도의회 도정질문에서 한경면 저지리에서 발생한 대규모 초지조성과 이로 인한 곶자왈 훼손 문제가 제기됐다. 도정 질문에서 고의숙 의원은 26만여㎡에 이르는 곶자왈이 최근 수년 사이 초지조성을 이유로 사라진 사실을 지적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고 의원이 지적한 곶자왈 지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개가시나무를 포함해 다양한 동식물 서식지로 생태계 보전등급 1,2등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다.

문제는 수 년 동안 지속적으로 곶자왈이 훼손되고 있는데도 행정당국은 뚜렷한 대책없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초지법이다. 해당 부지는 1971년 초지법에 따라 초지조성 허가를 받은 곳이어서 초지조성을 위한 벌채 행위가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초지조성 허가 뒤 만들어진 보전지역관리에 관한 조례도 무용지물이다. 보전지역관리 조례에 따른 생태계보전지구 1~2등급지에서는 나무를 자르는 일이 허용되지 않으나 이곳은 그 규제가 적용되지 않게 된다. 멸종위기식물인 개가시나무가 서식하는 생태계보전지구 1등급지를 포함해 원형 보전해야 하는 2등급지가 대규모로 훼손됐는데도 초지법으로 허가 받은 이상 문제가 없다.

초지조성으로 곶자왈이 훼손되는 사례는 다양하다.

지난해에는 애월읍 소길리 소재 곶자왈에 초지조성을 추진하며 제주시와 민원인간 대립이 있었다. 민원인이 이 일대 2만3055㎡에 초지조성 허가를 신청하자 제주시는 해당 임야가  ‘곶자왈 보호지역 지정’ 예정지로 식생 파괴와 환경훼손 우려가 있다며 불허했다. 문제는 민원인이 ‘초지조성허가 불가 처분에 따른 이의신청’을 냈는데 민원조정위원회에서 민원인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민원조정위원회는 제주시가 내린 불허처분이 법률 근거가 미약해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초지법 제3조에는 초지조성 제한 지역을 명시하고 있으나 사업 부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결국 제주시는 민원조정위원회 결정후 해당 지역에 대해 초지조성 허가를 내주어야 했다. 이 지역도 생태계보전등급 2~4등급지인 곶자왈임에도 초지법 아래 무너지고 말았다. 곶자왈 보전보다 초지조성 필요성이 앞서는 법률과 제도 한계를 보여준 사례다.  

현재 사업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남원읍 수망태양광 사업부지도 초지법 영향으로 76만㎡에 이르는 숲이 사라지고 1만2000그루 나무가 베어질 위기에 놓였다.

수망태양광 사업에서도 초지가 숲을 밀어내는 불합리가 나타난다. 초지법상 태양광 사업은 초지전용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사업자는 사업부지내 초지는 보전하고 임야 지대는 개발 대상지로 삼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대규모 숲이 사라지게 됐다. 임야지대가 초지보다 오히려 개발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곶자왈을 포함한 임야가 초지조성으로 훼손되는 데는 현행 보전지역관리 조례도 한 몫하고 있다. 

현행 조례에 따른 생태계등급별 행위제한을 보면 1,2등급지는 산지전용 및 입목 벌채가 불가능하며 3등급지와 4-1등급지는 각각 30%와 50% 범위내에서만 산지전용과 토지 형질변경 및 입목 벌채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또한 농‧임‧축‧수산업 용도인 경우는 2등급지는 1000㎡내 허용되며 3등급지와 4-1등급지는 각 3만㎡와 5만㎡내 산지전용과 토지 형질 변경이 허용된다.

더욱이 초지조성인 경우 개별법에 따라 허용돼 사실상 보전지역관리 조례는 곶자왈 보전에 유명무실하다. 멸종위기동식물 서식지를 포함해 원형 보전이 필요한 곶자왈조차 초지조성과정에서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현행 초지법은 골프장이나 관광시설, 투지진흥지구 등에는 초지 전용을 허용하고 있어 해마다 초지 면적은 줄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도내 초지는 1만5456ha로 우리나라 전체 초지 면적 대비 48%로 가장 많다. 하지만 지난해 도내 초지 면적은 2021년에 비해 181ha가 줄었다. 개발 사업이나 농림용 등으로 초지가 전용되며 줄어들어 축산업 진흥을 위한 초지 보전 목적이라는 초지법 취지가 무색하다. 

그럼에도 앞선 사례에서 확인하듯 지금까지 제주특별자치도나 행정시는 초지법 틀에 갇힌 채 산림 훼손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축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초지법이 갖는 취지를 살리면서도 곶자왈을 포함한 산림 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한 대안이 시급하다.

<br>

제주특별자치도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해마다 600만그루 나무심기 사업을 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서는 초지조성이나 개발사업을 이유로 곶자왈을 파헤치며 탄소중립과 생태계 보전에 어깃장을 놓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우리는 초지조성이 한창이던 50년 전에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기후 위기를 살고 있다. 달라진 환경과 시대 변화를 반영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불법 초지 전용에 대한 방지책은 물론 개발사업을 위한 초지 전용을 엄격히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초지법으로부터 곶자왈을 보전하기 위한 보전지역관리조례 개정을 포함한 다양한 대안 찾기에 나서야 한다. / 김효철 논설위원(곶자왈사람들 공동대표)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