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학부모아카데미] 절물자연휴양림서 부엉이 선생님과 숲놀이

2023 학부모아카데미 참가 가족들이 여기저기서 에코백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023 학부모아카데미 참가 가족들이 여기저기서 에코백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주말 아침 제주 중산간을 찾아 ‘터벅터벅’ 걷던 가족들이 어느새 ‘사뿐사뿐’ 걷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그대로 지나쳤을 수도 있지만, 이날 만큼은 달랐다. 작은 나무 한 그루마저 수많은 생명체가 모여 사는 하나의 자연이었다.

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절물자연휴양림에서 ‘2023학부모아카데미 가족 체험 프로그램 – 부엉이 선생님과 꼬닥꼬닥 걷는 숲놀이’가 진행됐다. 

숲놀이 전문가 왕준호 ㈜노리장이앤꼬까나무 대표의 인솔로 14가족이 참여했다. 부모와 함께한 어린이는 17명이며, 이날 숲놀이는 최대 15가족의 참여로 계획됐다.

야외 체험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지만, 금새 비가 그쳐 숲놀이하기 적정한 날씨가 됐다. 

면적만 300만㎡에 달하는 절물휴양림 중심에는 해발 650m 절물오름이 자리잡고 있다. 삼나무와 산뽕나무, 삼나무 등 수목으로 구성된 울창한 수림이 특징이다. 

부엉이 선생님 왕준호 대표의 도움으로 루페를 통해 솔방울을 보는 아이와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는 엄마. ⓒ제주의소리
부엉이 선생님 왕준호 대표의 도움으로 루페를 통해 솔방울을 보는 아이와 그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는 엄마. ⓒ제주의소리
왕 대표를 따라 다음 숲놀이 장소로 이동하는 아이들. ⓒ제주의소리
왕 대표를 따라 다음 숲놀이 장소로 이동하는 아이들. ⓒ제주의소리

아이들은 ‘루페’라고 불리는 확대경을 목에 걸었다. 루페를 이용해 솔방울과 나무 껍데기 사이 등을 들여보다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눈으로 보이지 않던 작은 벌레들이 보이자, 아이들은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부모들도 아이들 목에 걸려 있던 루페를 잠시 빌려 관찰해보기도 했다. 

왕 대표는 “평소라면 그대로 지나칠 수 있는 나무가 모여 숲이 됐다. 자세히 관찰하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각각 모두 자연이다. 평소 아이들이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습관을 부모가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을 부모가 놓치면 안된다. 알고 있다면 쉽게 설명해주고, 잘 모르는 내용이라면 ‘같이 찾아볼까?’라며 아이와 함께 탐구하면서 아이들의 관찰, 질문 능력 등을 키워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절물휴양림 내 산뽕나무에서 열매를 직접 따 맛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아이들이 절물휴양림 내 산뽕나무에서 열매를 직접 따 맛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갖고 온 호랑나비 유충을 꺼내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왕 대표. ⓒ제주의소리
갖고 온 호랑나비 유충을 꺼내 아이들에게 설명하는 왕 대표. ⓒ제주의소리

다른 체험을 이동하던 중에는 산뽕나무 열매가 보이자 다 같이 맛보는 시간도 가졌다. 산뽕나무 열매는 뽕나무의 열매 ‘오디’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맛을 자아냈다. 

왕 대표는 “농약 등을 사용하지 않아 절물휴양림에 있는 열매 등을 편히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왕 대표는 자신을 ‘부엉이’라고 소개했다. 설문대할망 덕에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며 아이들의 관심을 끌면서 호랑나비 유충을 꺼냈다. 

그 모습에 아이들 대부분이 “징그럽다”며 싫은 표정을 지었다. 부모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아이의 익살스러운 표정이나, 미소, 호기심 가득한 표정 등을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왕 대표는 자신이 데려온 애벌레가 평소 초피나무를 먹고 자라 특유의 향이 난다고 설명했다. 초피나무는 제주에서 ‘제피’라고 불리면서 제주사람들 물회나 냉국 등에 넣어 먹는다. 

징그러워 싫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왕 대표의 설명 이후 애벌레를 직접 만져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징그러워 싫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왕 대표의 설명 이후 애벌레를 직접 만져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한 모습을 관찰하는 아이들. ⓒ제주의소리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한 모습을 관찰하는 아이들. ⓒ제주의소리

왕 대표는 호랑나비 유충을 만지면 냄새뿔(취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호랑나비 유충이 다른 동물들이 싫어하는 냄새를 풍겨 자신을 보호한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애벌레가 싫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아이가 애벌레를 직접 만지자 다른 아이들도 따라 만졌고, 손길에 놀란 애벌레가 냄새뿔을 치켜세웠다. 신기한 모습에 아이들은 너도나도 애벌레를 만지기 시작했다. 

징그러워 싫다고 말하던 아이들은 직접 만져본 뒤로는 “말랑말랑하다”, “신기하다”고 말했다. 숲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인 셈이다. 

이어 숲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꽃잎이나 잎사귀를 통해 자연물 액자 만들기와 에코백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아이들을 따라 온 부모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왕 대표는 부모들을 향해 ‘어른이(어른+어린이 합성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남녀노소 모두에게 숲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었다.

다양한 숲놀이 프로그램이 이어지면서 주말 아침 절물휴양림을 터벅터벅 걷던 가족들은 사뿐한 발걸음으로 미소 지으며 귀가했다. 

다음 숲놀이 프로그램은 오는 10일 붉은오름자연휴양림에서 예정됐다. 올해 학부모아카데미는 제주도교육청의 민간위탁 사업으로 진행되며, 탐험과 책읽기, 숲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제주의소리
에코백을 만들어보는 아이. ⓒ제주의소리
자연물 액자를 만들고 있는 아이. ⓒ제주의소리
자연물 액자를 만들고 있는 아이. ⓒ제주의소리
직접 만든 자연물 액자를 다같이 자랑하는 아이들 모습. ⓒ제주의소리
직접 만든 자연물 액자를 다같이 자랑하는 아이들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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