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71) 제31차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실제 이름과 다른 이름으로 수형인명부에 기재된 제주4.3 희생자. 유족들은 고인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부러 한자를 틀리게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고인이 틀리게 적은 한자는 실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획 표기가 단순하다.

13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강건 부장판사)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1차 직권재심 대상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명예가 회복된 30명 중 10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 나머지 20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된 4.3 피해자들이다. 

제1차 군법회의 피해자 전원은 내란죄를, 제2차 군법회의 피해자 전원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를 뒤집어썼다. 적법하지 않은 불법적인 절차를 방증한다.

안덕면 상창리에 살다 군경에 끌려가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1949년 7월 징역 7년형을 언도 받은 고(故) 오창선은 수형인명부에는 ‘오여선’으로 기재됐다. 

고 오창선 이름의 ‘창’은 창성할 창(昌)이며, 수형인명부에 ‘여’는 음률 려(吕)다. 고 오창선은 목포형무소에서도 오여선이란 이름으로 생활하다 행방불명된 것으로 기록됐다. 

유족들은 4.3 때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끌려간 고 오창선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일부러 이름을 틀리게 적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 수형인명부에는 호적 이름과 명부 이름이 다른 4.3 피해자들이 상당하다. 

고 오창선의 조카 오모씨는 “성인이 될 때까지도 백부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지 못했다.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후 아버지가 4.3때 집에서 제사를 지내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백부님을 끌고 갔다고 말해줬다”고 얘기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백부님을 찾기 위해 수차례 수형소를 찾아갔지만,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저는 호적상 조카지만, 족보에는 백부님의 자녀로 기록돼 있다”고 진술했다. 

오씨는 “백부님 성함이 ‘오창선’인데 수형인명부에 ‘오여선’으로 기록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백부님이 한자를 일부러 틀리게 적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무죄 판결이 나오면 후손된 도리로 할아버지와 백부님께 고하고 싶다”며 무죄 판결을 호소했다. 

1948년 12월28일 징역 15년에 언도돼 목포형무소에서 수감생활하다 대구형무소로 이감돼 1950년 7월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 김상후의 손자는 “어릴 때 할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를 끌고갔다고 얘기해줬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매일처럼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저도 대학에 가려 하니 아버지는 ‘(연좌제로)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4.3 유족 모두) 다 똑같을 텐데, 이 응어리를 풀어달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직권재심 사건도 검찰의 무죄 구형과 변호인의 무죄 변론, 재판부의 무죄 선고까지 한꺼번에 이뤄졌다. 31차까지 이어진 합동수행단의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4.3 피해자는 누적 881명으로, 곧 900명을 돌파한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2차 직권재심(2023년 1월17일)
박해완, 이묘생, 송여진, 문혁화, 홍완수, 김창현, 김기수, 신호근, 강두칠, 강상봉, 오병주, 안창규, 김계두, 현양휴, 고성림, 고정조, 진복만, 김두화, 송대규, 박용하, 이윤수, 이월술, 김세민, 현두문, 고준삼, 오병춘, 김태보, 강정열, 홍이표, 강행언

23차 직권재심(2023년 1월31일)
김창식, 김창조, 문명윤, 박일현, 부인평, 박두삼, 박두만, 송두수, 안봉현, 유한국, 안경봉, 고종규, 김우련, 김계생, 문우기, 문세하, 문도흥, 박창길, 안창희, 신성보, 이태승, 강윤권, 강두남, 전형식, 양기천, 강경추, 강기언, 강기수, 김성하, 김달삼(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 총사령관 김달삼과 다른 인물)

24차 직권재심(2023년 1월31일)
홍기범, 박영휴, 고태유, 송권숙, 송근상, 오경운, 김용학, 양상원, 고순현, 고정금, 진희인, 문재언, 현옥성, 고형진, 김평문, 김희선, 김복선, 오태완, 문병화, 김대보, 김찬문, 김석부, 김인부, 김용식, 현상봉, 고덕권, 박창계, 정상규, 홍인봉, 홍술생

25차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양찬식, 김태현, 강성도, 임태효, 양병인, 양병옥, 오화인, 김태생, 강위현, 윤병혁, 김공림, 김필림, 김병민, 김주순, 김주찬, 김계택, 현덕홍, 고병수, 김창근, 이정우, 양승열, 강연수, 김청자, 한중봉, 고중권, 고예봉, 김만중, 강길하, 강길운, 박기우

26차 직권재심(2023년 4월4일)
최일빈, 이근택, 강병익, 이기동, 김두수, 강갑선, 현창희, 현광희, 양홍순, 고병우, 김여식, 이천옥, 이효근, 윤장순, 김병언, 문완기, 강동진, 윤평하, 강윤희, 박기숙, 김기태, 김동옥, 양봉옥, 김문수, 김두규, 김전중, 오인표, 조달흥, 김기생, 현문주

27차 직권재심(2023년 4월18일)
송희중, 강화춘, 김경옥, 신희수, 한흥용, 한정생, 김일규, 양집중, 한석찬, 고인필, 홍사만, 김희순, 강병우, 한석칠, 문정섭, 한영홍, 고을협, 고성오, 이동은, 고상범, 신경식, 정병하, 강신천, 강신갑, 이동화, 고화춘, 김여수, 양군부, 김병일, 김병극

28차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김표임, 현상섭, 강후선, 오달록, 고경옥, 현만선, 고만원, 김환필, 변기화, 한문권, 강응호, 오응언, 고형호, 강상주, 강수희, 김정용, 김봉옥, 김팽옥, 김상구, 문재선, 김원오, 오현옥, 문주선, 오능주, 강자봉, 오성용, 강천상, 양제추, 양덕칠, 정영수

29차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박유준, 강운하, 서상흡, 서명영, 고성인, 오영화, 김백합, 김재기, 변규순, 김기하, 백영수, 이도일, 김창수, 김영천, 김임생, 한유생, 김대환, 고경옥, 김중화, 김유생, 김정하, 김승우, 김승련, 박경주, 이찬식, 고천옥, 백일현, 한석두, 김시협, 김대진

30차 직권재심(2023년 5월30일)
이동오, 문규림, 송기직, 김시량, 양승홍, 홍순택, 박명기, 현일우, 이상돈, 강철문, 고갑금, 고달하, 김계화, 이영두, 변병노, 김경성, 김도덕, 김병국, 김달오, 전두화, 강응조, 강응태, 양신봉, 양남봉, 김봉임, 양성호, 현귀찬, 문태준, 강우정, 문창관

31차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문만수, 문선택, 오창선, 김인식, 김성언, 현일화, 김매월, 윤태진, 부장림, 김형옥, 이정숙, 양병규, 강상호, 김상곤, 김석주, 강문옥, 현채운, 김순옥, 박태순, 박태경, 김상후, 고사송, 양지휴, 양재휴, 문시옥, 김상필, 고완종, 정재삼, 정유삼, 김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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