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76) 제3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이틀 연속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올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된 제주의 7월 오후, 햇빛을 피하려 모자를 쓰거나 양산을 손에 든 어르신들이 제주지법 201호 법정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르신 중 한분은 “오늘만큼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아버지’를 외쳤다. 또 오빠가 있음에도 오빠를 불러보지 못한 것이 한(恨)이라는 어르신은 흐르는 눈물을 숨기지 못했다. 

11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강건 부장)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3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전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36차까지 이어진 군사재판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제주4.3 피해자는 누적 1031명이다. 

이번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중 6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전원 내란죄), 나머지 24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전원 국방경비법 위반)에 회부된 4.3 희생자들이다. 이들은 영장도 없이 연행되는 등 불법적인 재판에 따른 전과자 낙인으로 불명예스럽게 살아왔다. 

4.3의 광풍 속에 아버지와 삼촌, 외할아버지, 외삼촌 2명을 잃은 김모씨는 “아버지와 어머니 쪽 친척 대부분이 4.3으로 목숨을 잃거나 행방불명돼 저는 4.3에 대해 한이 많다. 가난에 시달려 초등학교 정문조차 구경해본 적 없다”고 토로했다. 

징역 15년형으로 대구형무소에 수감돼 1950년 7월 군경에 인도돼 사망한 고(故) 송갑정의 손녀 손모씨는 “할아버지 명예가 회복되는 이 자리는 15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제일 기뻐하셨을 것 같다. 할머니는 평생 눈물을 흘리며 사셨다”고 할머니를 추억했다. 

1948년 12월27일 무기징역에 처해졌다는 기록 말고는 남은 자료가 없는 고 김태민의 딸 김모씨는 “4.3 때 삼촌 두분과 함께 아버지까지 모두 죽거나 행방불명됐다. 4살때부터 할머니 손에 자랐다. 이곳(재심 법정)에 오니까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1949년 6월28일 사형 선고를 받았으나 남아있는 기록상 사형 집행 여부가 불투명한 고 안두병에게는 아들이 있다. 고 안두병이 4.3 광풍에 휩쓸리면서 5촌 관계에 있던 안모씨가 호적에 양자로 올렸다. 

고 안두병의 아들은 “오늘 만큼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큰 목소리로 법정에서 “아버지”를 외쳤다.

고 이원창은 1949년 7월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마포형무소에서 수감생활을 하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전쟁 통에 행방불명됐다. 

고 이원창의 동생 이모씨는 “어렸을 때 오빠가 마포형무소에 있다는 편지(엽서)를 받았는데, 그 뒤로 소식이 끊겼다.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오빠가 있음에도 오빠라고 불러보지 못한 게 한”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검찰의 무죄 구형과 변호인의 무죄 변론에 이어 4.3으로 멸문지화 수준의 피해를 겪은 제주4.3 유족들의 기구한 사연까지 경청한 재판부는 10분 정도 휴정 시간을 가진 뒤 3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30명에 대해 “피고인들은 각 무죄”라고 선고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27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4월18일)
송희중, 강화춘, 김경옥, 신희수, 한흥용, 한정생, 김일규, 양집중, 한석찬, 고인필, 홍사만, 김희순, 강병우, 한석칠, 문정섭, 한영홍, 고을협, 고성오, 이동은, 고상범, 신경식, 정병하, 강신천, 강신갑, 이동화, 고화춘, 김여수, 양군부, 김병일, 김병극

2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김표임, 현상섭, 강후선, 오달록, 고경옥, 현만선, 고만원, 김환필, 변기화, 한문권, 강응호, 오응언, 고형호, 강상주, 강수희, 김정용, 김봉옥, 김팽옥, 김상구, 문재선, 김원오, 오현옥, 문주선, 오능주, 강자봉, 오성용, 강천상, 양제추, 양덕칠, 정영수

2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16일)
박유준, 강운하, 서상흡, 서명영, 고성인, 오영화, 김백합, 김재기, 변규순, 김기하, 백영수, 이도일, 김창수, 김영천, 김임생, 한유생, 김대환, 고경옥, 김중화, 김유생, 김정하, 김승우, 김승련, 박경주, 이찬식, 고천옥, 백일현, 한석두, 김시협, 김대진

3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5월30일)
이동오, 문규림, 송기직, 김시량, 양승홍, 홍순택, 박명기, 현일우, 이상돈, 강철문, 고갑금, 고달하, 김계화, 이영두, 변병노, 김경성, 김도덕, 김병국, 김달오, 전두화, 강응조, 강응태, 양신봉, 양남봉, 김봉임, 양성호, 현귀찬, 문태준, 강우정, 문창관

3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문만수, 문선택, 오창선, 김인식, 김성언, 현일화, 김매월, 윤태진, 부장림, 김형옥, 이정숙, 양병규, 강상호, 김상곤, 김석주, 강문옥, 현채운, 김순옥, 박태순, 박태경, 김상후, 고사송, 양지휴, 양재휴, 문시옥, 김상필, 고완종, 정재삼, 정유삼, 김병은

3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13일)
이동신, 김병길, 강재옥, 양태운, 강병수, 김창종, 송창립, 고순학, 김상국, 양상순, 홍순병, 이태순, 고두정, 정영익, 고성봉, 이팽로, 고형관, 김시옥, 양군선, 양군봉, 김홍영, 한치욱, 김영희, 김이오, 이대봉, 문성영, 박홍기, 이윤옥, 신두옥, 한인수

3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이한형, 김판동, 한수생, 강재옥, 이찬봉, 오달만, 강윤규, 고계봉, 이계봉, 김계문, 강계생, 홍표반, 전기련, 전석규, 김창련, 김봉련, 이응배, 고태원, 임숙자, 오창송, 고정하, 강문규, 김재순, 김평택, 이용민, 김주용, 진경호, 양완희, 김문순, 김용문

3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김권잠, 김권신, 오창진, 오창규, 김학률, 김학립, 김학로, 이창수, 이태원, 이인현, 박재찬, 박재민, 안태석, 안태룡, 김창희, 김영진, 김재인, 김재훈, 변계화, 변인택, 안자선, 양세옥, 김평림, 김서, 박두신, 박두철, 김병인, 김병선, 고성룡, 고갑룡

3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백상현, 백봉현, 고진웅, 고경웅, 김이봉, 김일봉, 현문평, 현문봉, 오두생, 오두길, 문정공, 문정화, 문규하, 문규우, 현태훈, 현태전, 김순정, 고한송, 고기송, 고대송, 강봉혁, 강봉흠, 강봉화, 강군천, 강군일, 홍순석, 홍순명, 이정생, 양상진, 양상민

3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송원삼, 송윤삼, 송공삼, 양맹선, 양중선, 김재두, 김재구, 김성교, 김정교, 문두하, 강원기, 송갑정, 고태흥, 김두헌, 김태민, 안두병, 정근우, 김갑생, 고병석, 강병규, 이문추, 이원창, 김중하, 임인찬, 송언화, 김덕호, 현수희, 양석봉, 강재운, 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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