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제주를 지키는 방법] (1) 식물가죽에 담긴 고민 “잘 만들고 잘 버리기”

탄소중립이 국가적 비전이 되고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이 요구되는 기후위기 시대. 제주의소리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일상 속 실천, 시도와 실험으로 대안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려 합니다.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행동과 아이디어들이 지닌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작은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편집자 주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리블랭크의 채수경 대표가 야자수 잎을 대안 소재로 활용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리블랭크의 채수경 대표가 야자수 잎을 대안 소재로 활용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제품을 잘 만들고, 또 잘 버리는 일은 불가능할까?”

산업 폐기물로 버려지는 재료들을 재활용 패션과 굿즈로 업사이클링하는 리블랭크의 채수경 대표는 야자수 잎에 주목했다. 어린 잎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나무에서 떨어진 오래된 잎을 모은 뒤 이들이 땅에서 썩어지고 없어지기 전에 마지막 일을 시켜보기로 했다. 이들의 마지막 쓰임새는 ‘모빌’. 

29일 오후 제주시 대동호텔 1층에 위치한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의 주인공은 야자수 잎이었다. 모양과 질감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게 특징이다. 1시간 넘는 제작 과정을 거쳐 쓰레기로 사라질 뻔했던 야자수 잎이 모빌로 재탄생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나왔다. 참가자들은 평소 소재와 실천 방식 등 업사이클링과 제로웨이스트에 대해 가진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혜형(47)씨는 “쓰레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이 가치있는 하나의 재료로 활용됐다는 점의 의미 있었다”며 “환경에 관심있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생각의 폭을 높히고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 지 의견을 나누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참가자들은 야자수 잎을 소재로 모빌을 제작했다. ⓒ제주의소리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참가자들은 야자수 잎을 소재로 모빌을 제작했다. ⓒ제주의소리

채수경 리블랭크 대표는 “업사이클링 활동을 진행할 때 가장 경계했던 것은 원래 필요없는 것을 만들어 이것을 소장하거나 선물할 수 없다면 쓰레기가 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며 “제작과정이 다소 어려웠지만 그런만큼 괜찮은 결과물이 나왔다는 반응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제주시 원도심에 기반을 둔 사회적기업 리블랭크의 브랜드 스토리가 공유됐다. 리블랭크는 태국과 인도를 넘나들며 버려지던 야자수 잎을 식물가죽(Palm Leather)로 재탄생시켰다. 오랜 연구와 실험 끝에 마른 야자잎을 부드럽게 가죽처럼 만들어 동물 가죽을 대체할 수 있는 야자잎 연질화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리블랭크는 야자수 잎을 비롯해 버려진 가죽, 타폴린, 원단 등을 활용해 지갑, 접시, 파우치, 가방, 반려견 이름표 등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패션 스토어 무신사에 진출하고 JDC면세점에서 인기를 끌며 업사이클링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채 대표는 “야자잎은 5~6개월 후면 생분해돼 자연으로 돌아가는 소재이기에 양심에 거리낌없이 버릴 수 있다”며 “이번 워크숍이 이후에도 생활 속에서 제로웨이스트와 탄소 줄이기를 잘 실천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제주의소리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제주의소리

이번 워크숍은 제주 갤러리 비아아트와 한뼘책방이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하고 있는 ‘원도심에서 상상하다-제주환상’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기후위기가 닥쳐온 지금, 문화예술적 실험을 통해 위기에 처한 일상과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려는 시도다. 특히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여행자들에게 새로운 모델을 제안한다는 의미도 있다.

원도심의 오래된 집에서 예술가와 일반 참가자들이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면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주거실험과 함께 프로젝트의 맥락과 정신을 설명해줄 워크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원도심 어반스케치를 통해 원도심 공간을 탐방하며 이해했고, 다음 달 22일과 23일에는 제로웨이스트 환경가 워크숍을 통해 ‘소비하며 버리는’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여행의 가능성을 선보인다. 10월에는 이 프로젝트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작품들의 전시회와 공연이 이어진다.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참가자들은 야자수 잎을 소재로 모빌을 제작했다. ⓒ제주의소리
29일 제주 대동호텔 비아아트에서 진행된 업사이클링 워크숍. 참가자들은 야자수 잎을 소재로 모빌을 제작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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