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기다리는 37마리...‘고양이 학교’로 교감도 가능
“현명한 공존 방법 모색해야”

하루종일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마라도 고양이들

케이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양이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사람이 신기한듯 주변을 맴돌다 이내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낯설어하던 고양이들도 시간이 흐르자 사람의 손길을 찾기도 했다. 

11일 오전 마라도에서 반출된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임시보호소의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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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마라도에서 45마리의 고양이들이 반출됐다. 앞서 마라도 주민들이 쥐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인간의 필요로 들여왔던 고양이들은 또 다시 인간에 의해 마라도를 떠나게 됐다. 현재 이곳에는 37마리의 고양이들이 생활하고 있다. 

임시보호소에서는 마라도 고양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봉사자들의 노력이 더해졌다. 무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야외에는 나무와 화초들을 심어 그늘을 만들고, 전기 시설이 없는 실내 쉼터에는 충전형 공기 순환기와 시원한 바람을 만드는 팬을 설치했다. 고양이들이 새로운 가족을 찾기 전까지 편안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겼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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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프렌즈, 제주동물권행동NOW, 행복이네협회,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등 단체로 구성된 유기동물 없는 제주네트워크는 마라도 고양이 입양 프로젝트 1탄인 '마라도 고양이 사진전'에 이어 2탄 '마라도 고양이 학교' 봉사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마라도 고양이 학교'는 마라도 고양이에 대한 이해 교육과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할 수 있다. 

조은지 제주동물권행동NOW 동물지원 팀장은 "입양 홍보를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고양이에 대해서 알려드리고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고양이에 대한 오해들에서 벗어나 인식개선을 해보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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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이 곳을 찾은 최강우군은 "처음 고양이를 만났을 때는 다들 도망갔는데 간식을 주고 교감하면서 많이 친해진 것 같다. 고양이가 하루 빨리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양이들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우며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37마리 고양이 모두 사람을 가까이 하고 교감이 가능해 입양이 가능한 상태이다. 

조 팀장은 "처음에는 공포에 떨며 낯선 사람이 주는 음식은 아예 먹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거부했었는데, 프로그램 참여자들을 만나고 감정을 교류하면서 낯선 사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사람의 손길을 먼저 찾아올 만큼 사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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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고양이 학교' 봉사활동은 24일까지 진행되지만, 시민 봉사 참가자는 계속해서 지원을 받고 있다.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는 25일까지 마라도 고양이 사진전도 함께 열린다. 

하지만 이곳은 말그대로 고향을 떠나온 고양이들이 임시로 지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기에 쾌적한 생활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고양이들이 입양을 가지 못할 경우 기약 없는 임시보호소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조 팀장은 "마라도 고양이들을 통해서 사람의 결정으로 한 종을 위해 또 다른 한 종을 반출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두 번 다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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