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서초구 故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맞아, 제주에서도 추모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교사들은 연가, 병가 뿐만 아니라 가슴에 근조 리본을 착용하면서 고인의 죽음을 기억했다.

4일 아침, 제주시 동 지역 모 초등학교는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평교사부터 교감, 교장까지 가슴에는 ‘근조’ 리본을 달고 있었다. 학교에서 만난 교원은 “아침에 출근하니 (연가, 병가 등으로) 합반 일정이 있어서 급하게 교실에 가봐야 한다”고 서둘러 움직였다.

이날은 서이초 교사가 숨진 지 49일을 맞이하는 날로, 교원 단체들은 일찌감치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포한 바 있다. 정상적인 교육 활동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와 제도 등을 개선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제주 실천교육교사모임 최용수 회장은 “교육부에서 연가 투쟁에 대해 강력히 조치하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교사들과 학교장은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적지 않은 교사들이 연가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학교에 오신 선생님들도 검은 색 복장에 근조 리본을 달고 일상에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좋은교사운동 유홍열 대표는 “많은 학교 교사들이 검은 색 옷을 입고 근조 리본을 달고 학교에 왔다. 정확한 규모는 모르지만 연가, 병가 혹은 조퇴로 ‘공교육 멈춤의 날’을 기억하려는 분들도 많이 계시다”고 밝혔다.

제주 포함 전국의 교사들은 9월 4일 연가, 병가 등을 통해 추모의 뜻을 알리는 단체 행동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9.4. 집단행동은 관련 법령을 위반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면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제주시·서귀포시 교육지원청은 9월 4일 연가, 병가를 낸 교사들의 현황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광수 교육감도 지난 8월 31일 ‘교육활동 보호 종합 지원방안’ 기자회견에서 “9월 4일 연가를 낸 교원에 대해 복무관리 점검 등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제주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자체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교사 194명(병가 110명, 연가 84명)이 학교에 오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물론 194명 가운데는 실제 건강 상의 이유로 병가를 낸 경우도 포함돼 있다.

한편, 9월 4일 오후 6시 30분부터 제주도교육청 주차장에서는 ‘9.4. 추모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서이초 교사의 49재를 애도하고, 제주에서 벌어지는 교육활동 침해 사례를 공유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자리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온라인 사전 신청만 600명에 달하는 등 최대 1000명까지 모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도 문화제 개최를 위해 본청 주차장 전체를 일찌감치 비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