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생장 필수 ‘영양분-수분’ 뿌리 공급하는 ‘외생균근’
연구 결과, 건강한 구상나무에 많고 고사 중인 나무에는 없어

한라산 해발 1800m 고지 구상나무 군락지에서 발견된 고사한 구상나무 모습. 구상나무의 위기는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과 가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한라산 해발 1800m 고지 구상나무 군락지에서 발견된 고사한 구상나무 모습. 구상나무의 위기는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과 가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 여파로 사라져가는 제주 한라산 구상나무를 복원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방안이 나와 주목된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관장 서민환)은 미생물 군집 유전체 분석 연구를 통해 최근 사라져가고 있는 구상나무 자생지 복원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찾았다고 4일 밝혔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뾰족한 잎을 하늘로 추켜세우며 절경을 자랑하는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잘 알려진 나무다.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한라산을 비롯해 지리산과 덕유산 등 지대가 높은 산악지역에서 살아가는 희귀한 침엽수종이다. 

하지만 구상나무는 이상기후 여파로 계속해서 개체 수와 면적이 줄어가는 등 생존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다. 한라산을 오르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해발 1800m 고지 구상나무 군락지에서도 고사한 구상나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라산 구상나무의 고사 원인으로는 기후변화에 따른 태풍(강풍)과 고온, 가뭄, 적설량 감소 등 자연재해가 꼽힌다. 이처럼 기후위기 등으로 사라져가는 구상나무를 관리하고 복원하는 일은 생물다양성을 위해 중요한 일이 됐다.

관련해 국립생물자원관은 구상나무 뿌리가 곰팡이와 공생하는 것에 착안, 지난 2021년부터 구상나무 생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생물 연구를 수행해 왔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연구는 한라산 등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 중 건강한 나무와 고사 중인 나무 토양의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비교·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다. 주어진 환경에서 서식하거나 다른 생물과 공존하는 모든 미생물의 총체적인 유전정보 또는 미생물군 자체를 의미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미생물 전체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해당 기술이 미생물을 직접 분리·배양하는 기존 방법보다 유용한 미생물 발굴 가능성이 많은 장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 결과 건강한 구상나무의 뿌리 표면과 주변 토양에서는 비우베리아(Beauveria)속, 클라불리나(Clavulina)속, 토멘텔라(Tomentella)속 등 공생 곰팡이 ‘외생균근’이 많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고사 중인 구상나무 뿌리에는 외생균근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외생균근’은 나무 생장에 필수적인 영양분과 수분을 토양에서 흡수한 뒤 뿌리에 공급하는 균의 일종이다. 나무에 필요한 영양분과 수분을 공급하는 대신 뿌리를 보호하고 탄수화물 같은 영양분을 얻으며 공생 관계를 유지한다. 나무의 뿌리털과 같은 역할을 맡는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고사 중인 구상나무 뿌리에 ‘외생균근’을 직접 주입하거나 주변 토양에 뿌리는 방법으로 고사 속도를 늦추거나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민환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찾아낸 외생균근의 최적 배양조건을 탐색하고 대량증식 기반과 연계하는 등 구상나무 자생지 복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한라산 구상나무 열매 모습. 사진=제주도.
올해 한라산 구상나무 열매 모습. 사진=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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