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이후 더 힘든 소상공인들]② 순대위변제율 ‘1.17%→3.37%’ 급증↑
신보재단 벌써 ‘재원 충당’ 걱정, 금융기관 출연율 상향 논의 ‘솔솔’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이 보내고 있는 위기 신호가 심상치 않다. 빚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 제도를 활용한 건수도 올해만 벌써 1200여 건을 넘어선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여파가 불러온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여파는 지역 경제의 뿌리를 뒤흔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소상공인들의 ‘빚잔치’가 시작된 것이다.

제주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보재단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율’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신용보증재단 순대위변제금액(주황)과 순대위변제건수. 코로나 시기 겨우 버티던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이 잇따라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 수치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소상공인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건수가 늘면서 제주재단에 따르면 사상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제주의소리

2020년 1.89%, 2021년 1.82%, 2022년 1.17%였던 제주지역 ‘순대위변제율’은 올해 8월 기준 벌써 3.37%를 넘어서 역대 최대치라는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까지 가장 높았던 순대위변제율은 2019년 2.91%다.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도 3%를 넘은 적은 없었지만, 코로나19 유탄은 ‘3%대’ 벽을 넘어서게 했다. 올해 순대위변제건수는 벌써 1228건에 달하며, 그 금액만 약 215억원에 이른다. 

2019년과 올해를 비교할 때 순대위변제율의 경우 2.91%에서 3.37%로 ‘0.46%p’ 상승했다. 하지만 순대위변제건수는 696건에서 1228건으로, 두 배 가까운 ‘532건’이 늘었다. 

제주신보재단을 이용하는 업체 중 폐업한 곳도 꾸준히 늘어 1166곳에 달한다. 2019년 500곳 대비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순대위변제율과 건수는 올해 8월 기준 3.59%, 7만2541건으로 2019년 2.15%-3만8679건 대비 크게 늘어났다. 금액은 1조915억원이다.

코로나19를 겨우 버텨온 소상공인들이 지금에 와서 무너지는 이유는 여전한 ‘3고’ 속 정부와 지자체 지원금이 하나둘씩 중단되고 대출 상환 시기가 다가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소상공인들은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 여파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지만, 지원 정책과 대출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엔데믹’을 맞아 점차 지원금이 줄어들고 대출 상환 시기까지 다가오자 결국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주신보재단에 따르면 대위변제율은 사회적 위기가 발생한 초반에는 높아지지 않는다. 당장 지원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현금성 지원 정책들이 중단된 2~3년이 지난 뒤부터는 급증하게 된다.

제주신용보증재단 순대위변제율. ⓒ제주의소리
제주신용보증재단 순대위변제율. ⓒ제주의소리

이 같은 대위변제율 상승은 제주신보재단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한다. 소상공인들의 빚을 금융기관에 대신 갚아주는 건수가 늘어나면서 대위변제 기금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소상공인에게 보증받은 기업과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으로부터 매달 일정 비율을 출연금으로 받아 각 지역 재단에 배분한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은 이 같은 재단중앙회 출연금과 지자체에서 낸 출연금 등을 받아 운영한다. 

이 돈으로 소상공인들이 빌린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고 분할 상환 방식으로 돌려받으며 지역 경제인들의 숨구멍을 열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재원이 줄어들면 결국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한 보증을 더 이상 서줄 수 없게 되고, 경제 흐름 역시 막히게 된다. 

장기화된 경영난으로 지역보증재단을 찾는 소상공인들이 늘어나는 가운데 보증재단의 손실 규모가 커질 경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정부는 금융기관 출연요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출연요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신보재단 역시 출연요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요율은 각각 0.225%, 0.135%인데 비해 신보재단은 0.04%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신보재단 관계자는 “대위변제가 늘어나면서 기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금융기관의 출연요율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지자체 출연금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출금으로 수익을 내는 금융기관의 출연금 인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과 대위변제가 계속해서 늘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당분간은 이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이 추세라면 몇 년 안에 지역보증재단 기금이 부족해져 보증공급을 원활하게 못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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