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사무감사] 한권 "기초적 이해 없는 산업연관분석, 자료 제공도 비협조"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구역안을 설정하기 위해 인용된 지표가 기초적인 경제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실 연구용역'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제주도와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용역진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표출됐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한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1·이도1·건입동)은 12일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 등을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날 공개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연구용역' 중간보고서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먼저 한 의원은 행정체제 개편 용역을 맡은 한국지방자치학회가 도출한 '산업연관분석 결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설치 기준으로 하면 2개 행정구역의 생산유발효과는 1033억9500만원에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454억700만원, 3개 행정구역 생산유발효과 19억5800만원에 부가가치유발 효과 15억9100만원, 4개 행정구역 생산유발효과 1523억6900만원에 부가가치유발 효과 912억1700만원, 5개 행정구역 생산유발효과 1921억3400만원에 부가가치유발 효과 1135억15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문제는 용역진이 이를 종합하면서 '생산유발 효과'와 '부가가치유발 효과'를 단순히 합산한 결과물을 제출했다는 점이다. 생산유발 효과란 한 단위 변화가 해당 부문을 제외한 타 산업에서 생산을 얼만큼 유발시키는지를 분석하는 값이고, 부가가치유발 효과란 생산활동에 의해 얼만큼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지를 도출하는 값이다.

행정구역 산업연관분석에서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 효과를 단순 합산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용역.
행정구역 산업연관분석에서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 효과를 단순 합산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용역.

즉, 부가가치유발 효과는 생산유발 효과에 종속되는 개념이다. 이를 단순히 합산했다는 것은 '과일바구니' 안의 '사과' 값을 더해 '과일바구니+사과'값을 과도하게 측정한 것과 다름 없다.

한 의원은 "과다 계상도 문제지만 용역진이 산업연관분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도민들에게 이 산업연관분석 자료가 제시돼 판단을 구할텐데 이게 맞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현재 산업연관분석 결과도 단순히 재정 부담이 크면 클수록 효과가 오른다는 결과인데, 이 내용을 가지고 도민들에게 어느 방식이 좋겠냐고 판단하라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답변에 나선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산업연관분석은 한국은행 연관분석 표에 의해 계수를 줘서 유발효과를 분석한 것으로, 직접 효과가 아닌 간접 효과를 분석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한 의원은 "원론적인 설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경제학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해보고, 해당 산업연관분석 결과 자료는 용역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투명한 정보공개를 약속한 용역진이 '직능단체 의견수렴 결과' 등 핵심적인 정보 제공에 있어 비협조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의원은 "지난 회의에서 도의원 대상 의견수렴 등 결과 자료를 요청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개인적으로 의견을 구한 것이라 고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중간보고회가 연기되기 전인 9월 10일에 제출된 자료에도 포함됐던 내용인데 이제와서 제공하지 못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꼬집었다.

한권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한권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의소리

한 의원은 "용역진이 매우 비협조적이다. 도정이 연구진에게 왜 이리 끌려다니는지 모르겠다"며 그 이유로 용역비의 70%를 이미 선금으로 지급했기 때문이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의원이 제주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는 행정체제 개편 용역을 수행하는 한국지방자치학회에 지난 3월 24일 전체 용역비 14억원의 70%에 이르는 10억원 가량을 선지급했다. 연구용역 계약일인 1월 30일에서 한 달여만에 70%의 선금을 지급한 것이다.

조 국장은 "관련 규정이나 법률을 지켜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한 의원은 "지침상으로는 70%까지 지급할 수 있겠지만, 상식적으로 일반 도민들은 공정률을 살펴가며 선금을 지급한다. 품질이 어떻게 만들어지냐를 보면서 지급하기 마련이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국장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도청이 연구진에 끌려다니며 컨트롤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은 선금을 과다하게 받았기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연구용역의 특성에 따라 진도 관리가 단계적으로 가야겠지만, 당초 과업이 갖는 성격상 컨소시엄 구성 업체 3곳이 분야별로 들어왔기 때문에, 출발점에 있어 예산이 분다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행정체제개편위원회도 22번의 걸친 회의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위원회의 자존심 문제도 있는데 끌려다니는 것은 없다"며 "주문해서 나온 결과물이 모자랄지언정 내부적으로도 결과를 도출할 때 신중하게 가고 있다"고 이해를 구했다.

한 의원은 "연구용역이 제대로 진행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도정의 책임있는 지도관리를 바라는 것"이라며 "용역 완료 후 검수 과정에서라도 과업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지체 보상금까지 요구하는 등 용역의 질을 높이길 거듭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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