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84) 제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전원 무죄

아흔을 바라보는 노인이 70여년 전 제주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4.3 피해자들은 ‘폭도’가 아니라고 일갈했다. 

17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부(부장 강건)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40차까지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군사재판 피해자는 1151명에 이르며, 일반재판 직권재심을 포함하면 1181명에 달한다. 

이날 재심 대상자 중 4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내란죄를, 26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사형·무기징역에 처해진 피해자들이다. 

기록상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4.3 피해자들에게 무더기 사형, 무기징역 등이 선고됐다. 모두가 ‘무죄’를 호소했기에 물리적으로 사건 기록조차 제대로 검토할 수 없는 시간이다. 4.3때 벌어진 군사재판은 적법하게 이뤄진 절차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졸속 처리됐다. 

1949년 2차 군법회의에 회부돼 사형 선고를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 마포형무소 수감 중 행방불명된 고(故) 고석구의 친족 고모(89)씨는 4.3 당시를 떠올렸다. 

고씨는 “4.3 때 종갓집 3부자가 모두 옥사했다. 당시 내 나이가 13살이었는데, 큰 집의 대가 끊기면서 저의 아버지가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챙겼다. 폭도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데, 4.3 피해자들은 폭도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고씨는 “일제강점기에 공출이다 뭐다 시달려 먹고 살기 힘들었다. 당시 남로당 제주도당이 공산주의가 되면 잘 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 없이 모두가 쌀밥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주 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 사람들이 다 남로당이 좋다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이어 “공산주의가 뭔지를 그때 사람들이 알았겠나. 힘든 시기에 다 같이 밥 잘 먹고 살 수 있다고 해 좋아했는데, 다 폭도로 몰렸다. 얼마나 억울했겠나”라고 덧붙였다. 

1949년 2차 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고 현재보의 친족인 현모씨는 “학창시절 4.3에 대해 알아보려고, 어르신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어르신들은 ‘덮으라’고 했다. 잡혀간다고, 4.3 얘기를 꺼내서 좋을 게 없다고 하면서 언급 자체를 두려워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4.3 때 살려고 해안가나 산으로 도망갔을 뿐인데 다 폭도가 됐다. 모진 세월을 감내한 유족들을 위해 좋은 판결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며 무죄 판결을 호소했다. 

다른 직권재심처럼 합동수행단의 무죄 구형, 국선변호인의 무죄 변호, 재판부의 무죄 선고로 이어졌다. 무죄 선고 직후 고령의 4.3 유족들은 법정에 있는 모든 법조인들을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3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6월27일)
김권잠, 김권신, 오창진, 오창규, 김학률, 김학립, 김학로, 이창수, 이태원, 이인현, 박재찬, 박재민, 안태석, 안태룡, 김창희, 김영진, 김재인, 김재훈, 변계화, 변인택, 안자선, 양세옥, 김평림, 김서, 박두신, 박두철, 김병인, 김병선, 고성룡, 고갑룡

3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백상현, 백봉현, 고진웅, 고경웅, 김이봉, 김일봉, 현문평, 현문봉, 오두생, 오두길, 문정공, 문정화, 문규하, 문규우, 현태훈, 현태전, 김순정, 고한송, 고기송, 고대송, 강봉혁, 강봉흠, 강봉화, 강군천, 강군일, 홍순석, 홍순명, 이정생, 양상진, 양상민

3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송원삼, 송윤삼, 송공삼, 양맹선, 양중선, 김재두, 김재구, 김성교, 김정교, 문두하, 강원기, 송갑정, 고태흥, 김두헌, 김태민, 안두병, 정근우, 김갑생, 고병석, 강병규, 이문추, 이원창, 김중하, 임인찬, 송언화, 김덕호, 현수희, 양석봉, 강재운, 이종석

37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8월29일)
이사만, 이성순, 신재운, 김희찬, 김용주, 진명규, 황도길, 고치홍, 김칠규, 고계춘, 고문종, 김주현, 김승희, 오태권, 오기준, 강태운, 김시청, 김용생, 강중반, 강재현, 이일진, 오성수, 오남화, 오옥춘, 김양흠, 송인국, 강숙도, 한재철, 윤두원, 윤두현

3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12일)
김윤택, 송자정, 부은진, 고점각, 현공인, 양신생, 양제호, 문재민, 김규성, 정원종, 진재남, 오남규, 고정선, 이용표, 송병원, 강두일, 양승현, 김기윤, 고병화, 강한열, 김영수, 김중건, 강영훈, 고정용, 유명언, 강두인, 강두삼, 김복림, 이윤성, 강병훈

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두희, 김행수, 강철호, 김승교, 강공율, 현임범, 이태신, 김두규, 송인송, 고기평

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병규, 김덕현, 강희순, 황후길, 고행칠, 홍상형, 강재삼, 조진생, 현행주, 문창현

3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언종, 김영주, 홍신우, 양맹숙, 김봉언, 김병혁, 김재철, 정제옥, 허평식, 김덕중, 김시각, 고일봉, 김대규, 김규희, 김근익, 양도준, 양성언, 오국양, 오영하, 이찬형, 이한성, 오태년, 정경룡, 임명화, 고한주, 조천석, 이정호, 원응석, 윤공효, 양영수

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채희관, 김태병, 김태효, 김시범, 고찬일, 조창호, 고태휴, 김동하, 김원겸, 김사영

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김태문, 김영구, 고용순, 김영찬, 김형진, 김영균, 김두행, 양희수, 한태복, 한창섭, 부영주, 고봉훈, 송병옥, 정기환, 김성하, 이보원, 고병률, 현서권, 소찬택, 정인식, 이성희, 김삼현, 강성수, 송대경, 김민종, 박남해, 홍천표, 양보하, 현재보, 고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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