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85) 제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10명 전원 무죄

11살에 나이로 참혹한 제주4.3을 마주한 80대 노인은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죄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명예 회복을 호소했다.   

31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2부(부장 강건)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단장 강종헌,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일반재판 4차 직권재심 대상자 10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군사재판 직권재심 사건처럼 일반재판 직권재심도 검찰의 무죄 구형, 변호인의 무죄 변론, 재판부의 무죄 선고까지 한꺼번에 이뤄졌다. 일반재판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4.3 피해자는 총 40명이며, 군사재판을 포함하면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4.3 피해자는 누적 1191명에 이른다. 

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대부분은 선량한 농민이며, 일부는 중학생이었다. 또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도 있었다. 이들 전원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4.3 희생자다.

고(故) 손경현은 통일 국가를 염원하면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반발, 1948년 5.10총선거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징역 단기 4년, 장기 6년에 처해졌다. 당시 만 15세의 손경현은 제주읍에 위치한 지인 집에 피신했다가 토벌대에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손경현은 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중 가장 높은 형에 처해진 4.3 희생자다. 징역형 집행유예나 만기출소한 피해자도 있지만, 모두 순탄한 삶을 살지 못하고 생사를 달리했다. 

한국전쟁 무렵 예비검속이나 토벌대에 의해 총살당하거나, 고문 후유증으로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4.3 피해자도 더러 있다. 

고(故) 현봉하는 1948년 6월쯤 농민위원회에 가입해 정부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기도한 혐의(법령제19호 위반) 등으로 1949년 3월 제주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에 처해졌다. 현봉하는 자금을 지원해 무장대 활동을 도운 혐의도 받았다. 

목포형무소에 끌려간 현봉하는 고문 후유증으로 수감 5개월여만인 1949년 8월 사망했다. 

현봉하의 손자 현씨는 재심 법정에 직접 출석, 4.3 당시 무자비했던 공권력을 기억했다.  

현씨는 “저는 11살에 4.3을 겪었는데, 할아버지(현봉하)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가족들이 목포에 가기도 했다. 4.3때 할아버지가 폭도(무장대)에게 자금을 줬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현금이 정말 귀했다. 무자비한 공권력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 죄 없는 사람들을 선처해달라”고 어렵사리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5.10총선거에 응하지 않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처해져 목포형무소 수감 중 한국전쟁 발발 후 행방불명된 고(故) 서종권의 외손녀는 “어머니가 태어나던 해에 4.3이 발발해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컸다. 오늘 외할아버지와 관련된 내용을 처음 알았다. 어머니가 살아있었을 때 재심이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며 아쉬워했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35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백상현, 백봉현, 고진웅, 고경웅, 김이봉, 김일봉, 현문평, 현문봉, 오두생, 오두길, 문정공, 문정화, 문규하, 문규우, 현태훈, 현태전, 김순정, 고한송, 고기송, 고대송, 강봉혁, 강봉흠, 강봉화, 강군천, 강군일, 홍순석, 홍순명, 이정생, 양상진, 양상민

36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7월11일)
송원삼, 송윤삼, 송공삼, 양맹선, 양중선, 김재두, 김재구, 김성교, 김정교, 문두하, 강원기, 송갑정, 고태흥, 김두헌, 김태민, 안두병, 정근우, 김갑생, 고병석, 강병규, 이문추, 이원창, 김중하, 임인찬, 송언화, 김덕호, 현수희, 양석봉, 강재운, 이종석

37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8월29일)
이사만, 이성순, 신재운, 김희찬, 김용주, 진명규, 황도길, 고치홍, 김칠규, 고계춘, 고문종, 김주현, 김승희, 오태권, 오기준, 강태운, 김시청, 김용생, 강중반, 강재현, 이일진, 오성수, 오남화, 오옥춘, 김양흠, 송인국, 강숙도, 한재철, 윤두원, 윤두현

38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12일)
김윤택, 송자정, 부은진, 고점각, 현공인, 양신생, 양제호, 문재민, 김규성, 정원종, 진재남, 오남규, 고정선, 이용표, 송병원, 강두일, 양승현, 김기윤, 고병화, 강한열, 김영수, 김중건, 강영훈, 고정용, 유명언, 강두인, 강두삼, 김복림, 이윤성, 강병훈

2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두희, 김행수, 강철호, 김승교, 강공율, 현임범, 이태신, 김두규, 송인송, 고기평

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병규, 김덕현, 강희순, 황후길, 고행칠, 홍상형, 강재삼, 조진생, 현행주, 문창현

3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언종, 김영주, 홍신우, 양맹숙, 김봉언, 김병혁, 김재철, 정제옥, 허평식, 김덕중, 김시각, 고일봉, 김대규, 김규희, 김근익, 양도준, 양성언, 오국양, 오영하, 이찬형, 이한성, 오태년, 정경룡, 임명화, 고한주, 조천석, 이정호, 원응석, 윤공효, 양영수

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채희관, 김태병, 김태효, 김시범, 고찬일, 조창호, 고태휴, 김동하, 김원겸, 김사영

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김태문, 김영구, 고용순, 김영찬, 김형진, 김영균, 김두행, 양희수, 한태복, 한창섭, 부영주, 고봉훈, 송병옥, 정기환, 김성하, 이보원, 고병률, 현서권, 소찬택, 정인식, 이성희, 김삼현, 강성수, 송대경, 김민종, 박남해, 홍천표, 양보하, 현재보, 고석구

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강상두, 고을송, 김인수, 강문택, 장한성, 현봉하, 김덕용, 서종권, 손경현, 장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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