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애 충전시켜준 시민 영웅들

 

7일 오전 11시50분께 제주시 도남동 오등동 입구 사거리에서 4.5톤 트럭에 실린 술병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7일 오전 11시50분께 제주시 도남동 오등동 입구 사거리에서 4.5톤 트럭에 실린 술병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화물트럭에 실린 술병 수천개가 도로 위로 쏟아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으나 도민들이 십시일반 사고 수습에 나서면서 큰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7일 오전 11시50분께 제주시 도남동 오등동 입구 사거리. A씨가 몰던 4.5톤 트럭이 우회전하면서 트럭에 실린 소주병과 맥주병 수천개가 도로 위로 쏟아졌다.

사고 여파로 유리병 파편이 도로에 여기저기 흩어졌고 짙은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연북로 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고,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이때 도민들이 하나, 둘 가던 길을 멈추고 차를 세우기 시작했다.

너나 할 거 없이 달려온 이들은 상자를 정리하고 빗자루를 쓸며 유리 파편을 한 곳으로 모아나갔다.

곧이어 도착한 경찰관과 소방관도 교통 정리를 하는 한편 사고 수습에 합세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굴삭기도 청소솔로 유리 파편을 쓸었다.

도민에 소방관, 경찰관 등 10여 명과 굴삭기까지 사고 수습에 동원됐지만, 깨진 유리 파편은 쓸어도 쓸어도 끝없이 나왔다. 이들은 쉴새없이 술병을 상자에 차곡차곡 담고, 모은 유리 파편을 빨간 마대에 퍼담아 날랐다.

7일 오전 11시50분께 제주시 도남동 오등동 입구 사거리에서 4.5톤 트럭에 실린 술병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br>
7일 오전 11시50분께 제주시 도남동 오등동 입구 사거리에서 4.5톤 트럭에 실린 술병이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주의소리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온 양희수씨(49)는 사고를 목격하자마자 고민할 겨를 없이 차를 세웠다고 했다.

양 씨는 “신호대기 중에 출발하려 하는데, 우회전하던 사고 트럭에서 술이 와르르 쏟아지는 걸 보게 됐다”며 “얼른 차를 인근에 주차하고 달려와 사고 수습을 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양 씨는 한걸음에 달려온 시민들을 보며 감탄했다고 했다.

그는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이 없다는 게 무엇보다 다행이고, 술병이 쏟아짐과 동시에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기 일처럼 치우고 정리하는 모습이 내 일마냥 감사했다”고 전했다.

업무차 밖에 나왔다 회사로 복귀하던 임재준씨(25)도 도로 위로 쏟아진 술병을 보고 곧장 수습에 합류했다고 했다.

임씨는 “도로가 마비되면서 멀리서부터 차가 막히는 상황이었다”며 “무작정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차를 세우고 달려왔다”고 이야기했다.

양씨는 발가락에, 임씨는 손가락에 유리 파편이 찔리는 상처를 입어 피가 나기도 했지만, 사고로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약 1시간동안 수습한 끝에 도로는 깨끗한 모습을 되찾았고, 차량 통행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한편, 경찰은 화물트럭이 우회전하는 과정에서 적재물이 왼쪽으로 쏠려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고 운전자 A씨에게 적재물 추락 방지조치 위반으로 범칙금 5만원과 벌점 15점을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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