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환경부 ‘일회용품’ 규제 철회 이튿날
도내 자영업자들 오락가락 환경정책에 ‘분통’
시범실시 제주 컵 반환량 3주새 22.8% 뚝↓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하면 300원 더 내야한다고? 정말?

8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의 한 음료전문점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홍보 팜플렛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8일 오후 찾은 제주시 노형동의 한 음료전문점에 일회용컵 보증금제 홍보 팜플렛이 놓여있다. ⓒ제주의소리

“10곳 중 1곳만 성실히 참여하면 뭐 합니까. 나머지 9곳에는 있으나마나 한 정책인데….”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에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제주에서 안착하고 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참여 매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8일 오후 1시께 찾은 제주시 노형동의 한 음료전문점. 키오스크와 계산대에 ‘필독’이라는 문구와 함께 일회용컵 보증금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쉴 새 없이 음료를 만들고 있던 점주 김씨에게 일회용컵 보증금제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할 말이 많다”며 하던 일을 멈추고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김씨는 “3년 전 보증금제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땐 전국 동시 시행할 것처럼 이야기하다 돌연 제주와 세종에서만 시범 시행하겠다고 하더니, 급기야 전국에 매장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업체만을 대상으로 범위를 극단적으로 제한해 버렸다”며 “조만간 모든 매장에 시행할 거라는 말만 철석같이 믿고 1년 동안 피해를 감수해 왔는데 이제 와 지자체 자율로 손을 떼버린다고 하니 울화가 치밀 지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정부의 ‘환경정책 후퇴’로 보증금제 추진에 힘이 빠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환경부는 지난 7일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을 사용 규제하는 대신 자율에 맡기는 안을 발표했다. 제주에서도 종이컵 사용이 가능하지만, 매장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금지다. 밖으로 나갈 시 보증금 300원을 부과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그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나가자는 보증금제 취지에는 모두가 200% 공감할 것”이라며 “불편하더라도 친환경 정책 방향이 맞겠지만, 최근 환경부는 수년 전으로 후퇴한 환경정책을 발표하면서 모두에게 적절한 신호를 주지 못하고 있다. 제도 참여를 독려해도 모자랄 판에 앞으로는 일회용품을 사용해도 좋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커피전문점.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참여 매장 스티커가 붙었지만, 지난달 말부터 제도 참여를 잠정 중단했다. ⓒ제주의소리
제주시 연동의 한 커피전문점.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참여 매장 스티커가 붙었지만, 지난달 말부터 제도 참여를 잠정 중단했다. ⓒ제주의소리

그러면서 정부의 미적지근한 태도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씨는 “제주프랜차이즈점주협의회가 지난해 정부, 제주도정과 보증금제를 논의할 당시 ‘선거철이 되면 무산될 정책이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정부는 1년 뒤에는 무조건 전국 확대 시행되니 믿어보라고만 했다. 결국 1년 뒤 정부는 기조를 180도 바꿨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씨의 경우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보증금제에 착실히 참여하고 있지만, 다른 매장들은 상황이 사뭇 다르다.

지난달 환경부가 보증금제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도를 이탈하는 매장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실제 이날 제주 시내 보증금제 대상 매장 5곳을 둘러본 결과 3곳이 제도 참여를 잠정 중단한 상태였다.

제주시 연동의 한 커피전문점 직원은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이 늘면서 가격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보증금을 매기지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회수되는 컵 또한 크게 줄고 있다.

자원순환보증금센터 제주사무소에 따르면 일회용컵 반환량이 10월 첫째 주 18만7263개에서 둘째 주 16만7470개, 셋째 주 15만1471개, 넷째 주 14만4437개로 집계됐다. 10월 첫째 주에서 넷째 주 사이 22.8%나 감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 관계자는 “환경부가 지자체 자율로 맡기는 안을 확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속해서 추진하겠다는 것이 제주도 입장”이라며 “환경부가 ‘재활용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대로 조례를 통해 도내 모든 매장에 확대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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