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환도위, 상위법 저촉 논란 조항 삭제...수정 가결

지난 3월말 제주4.3 75주년 추념식에 앞서 극우정당들이 제주도 곳곳에 4.3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난 3월말 제주4.3 75주년 추념식에 앞서 극우정당들이 제주도 곳곳에 4.3을 비방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4.3 비방과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제한을 담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이 상위법 위반 논란 속에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법적 논란이 됐던 부분은 삭제됐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위원장 송창권)는 16일 제422회 제2차 정례회 회기 중 1차 회의를 갖고  ‘제주특별자치도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개정 조례안의 핵심 내용은 현재 개수 제한 없이 곳곳에 걸리고 있는 정당현수막의 개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해당 조례안은 각 정당별로 동시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의 개수를 읍·면·동별로 1개씩 제한했다.

또한 정당현수막에 4.3특별법에 따른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을 넣을 수 없도록 하고, 그 외에 허위·혐오·비방·명예훼손 등의 내용도 담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신고 대상 광고물에 정당현수막을 포함하는 내용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송창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조례안은 지난해 6월 현수막 설치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 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도내 곳곳에 무분별하게 정당현수막이 걸리면서 '현수막 공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의 정당현수막에 혐오·비방 내용 등을 심심치 않게 담기면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제75주년 4.3추념식을 앞두고 제주도내 곳곳에 4.3왜곡 내용을 담은 정당 현수막이 걸리면서 도내 사회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개정조례안은 상위 위반 논란으로 통과를 자신할 수 없었던 상황.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에서는 정당현수막의 설치 개수 등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례에서 이를 제한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당현수막을 신고대상 광고물에 포함한다는 내용 역시 상위법 위반 소지가 제기됐다.

송창권 의원은 이날 심사 자리에서 “정당현수막이 마음대로 걸리면서 돈을 내고 지정 개시대에만 걸던 사람들이 ‘왜 우리는 저렇게 현수막을 달지 못하나’하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그러면서 올해 들어 불법광고물이 굉장히 많아졌다. 불법광고물이 많아진 이유 중의 하나가 정당현수막”이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또 “제주는 관광지인데, 전세계에서 대한민국만큼 현수막이 많이 걸려 있는 곳이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 전국 17개 광역시도단체장들이 모여서 정당현수막이 미관을 해치고 보행자들의 보행권까지 침해하고 있으니, 법 개정을 해달라라고 요청도 했는데 중앙정부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송 의원뿐만이 아니라 다른 의원들과 제주도 역시 이 조례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상위법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례안이 원안대로 가결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해당 조례안은 대대적으로 손질된 상태로 상임위를 통과하게 됐다.

먼저 상위법 위반 소지가 제기된 내용 중 하나인 ‘정당현수막을 신고대상 광고물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조항이 삭제됐다. 아울러 정당현수막의 개수를 읍·면·동별로 1개로 제한한다는 내용도 2개로 수정됐다. 

정당현수막의 개수 제한을 2개로 수정한 것은 상위법인 옥외광고물법이 같은 내용으로 개정 추진되고 있는 것에 맞춘 것이다. 상위법의 개정 방향과 같은 내용으로 조례안을 수정하면서 상위법 위반 소지를 없앤다는 취지다.

4.3특별법에 따른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내용을 현수막에 넣을 수 없도록 한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그 외에 허위·혐오·비방·명예훼손 등의 내용을 담을 수 없도록 한 조항은 현수막에 담긴 내용이 허위·혐오·비방·명예훼손인지 판단하는 것은 행정의 역할이 아닌 사법부의 역할이기 때문에 이를 조례에 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하에 삭제됐다.

상임위 문턱을 넘은 조례안이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시행시기는 2024년 1월1일부터다. 정당현수막의 게시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법의 국회 통과 시기를 고려한 것이다.

국회에서 옥외광고물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시행일은 더욱 늦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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