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도민연대 동행 취재] 전주형무소 터·학살지 순례

“올해가 4.3항쟁 75주년입니다. 영령들이시여! 도대체 무슨 연유로 잡혀서 듣도 보도 못한 무 건너 갇힌 곳이 이곳, 전주형무소였나이까! 하도 칭원해서 하늘나라에도 가지 못해 구천을 헤매고 계실 영령들이시여! 임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지만 맹세코 오매불망 임들을 기리는 마음은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나이다. 임들의 후손인 제주 사람들이 제주가 되어 제단에 향 사르고 엎드려 간절히 청하오니 눈물 거두시옵고 강림하옵소서.”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1일 전주형무소 터와 4.3희생 지역 순례 및 진혼제를 봉행했다.ⓒ제주의소리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1일 전주형무소 터와 4.3희생 지역 순례 및 진혼제를 봉행했다.ⓒ제주의소리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는 75년동안 가슴에 묻어둔 아픔을 되새기고, 비극 속에 희생당한 영령들을 추모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순례길에 올랐다.

4.3도민연대는 1일 전주형무소 터와 4.3희생 지역 순례 및 진혼제를 봉행했다. 4.3도민연대는 오는 3일까지 2박3일간 전라북도 일대에서 4.3 희생자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순례를 진행한다.

전주형무소는 4.3 당시 제주 여성 132명이 이감된 곳으로, 이들을 포함해 한국전쟁 당시 약 1900여 명이 수감된 곳이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제주 사람들 등 1400여 명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1950년 7월4일부터 20일 사이 황방산 기슭 효자공원과 전주농고 동쪽 기슭 야산에서 집단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전주형무소 수감자들은 한국전쟁 직후 남한군에 의해, 이후에는 북한 인민군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대학살 당했다.

이날 찾은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일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형무소 흔적 대신 새롭게 들어선 교회와 주택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의 전주형무소 정문으로 향하는 길목은 적막감만 감돌고 있었다. 누가 이곳의 참상을 기억하랴.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이제는 주택가로 둘러싸인 전주형무소 터를 보자니 4.3 유적지에 대한 관심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현장에 안내표지판 하나 없다는 게 정말 아쉽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형무소 터를 둘러본 순례 참여자들도 마찬가지로 참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페인트칠이 벗겨진 낡은 주택들을 보며 덧없이 흘러간 세월을 돌이켜볼 뿐이었다.

1일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일대 옛 전주형무소 터를 찾은 4.3 유족. 참상의 흔적이 사라진 현장을 둘러보며 씁쓸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1일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일대 옛 전주형무소 터를 찾은 4.3 유족. 참상의 흔적이 사라진 현장을 둘러보며 씁쓸해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국전쟁 이후 전주형무소 학살 사건의 대표적인 학살지인 황방산 기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2019년부터 2020년, 올해 등 3차 유해 발굴 조사가 이뤄져 1차 37구, 2차 47구에 이어 올해 3차 유해 발굴 조사에서 한국전쟁 직후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 유해 100여 구와 유품들이 추가로 발견됐다.

성홍제 전주형무소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유해 발굴 과정에서 무수하게 많은 탄피가 나왔다. 나라를 지키는 군이 죄 없는 민간인을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는 것이 너무 비참했다. 그렇게 2차, 3차 발굴된 유해들은 머리부터 다리, 발끝까지 총을 안 맞은 곳이 없었다. 상상도 못할 공포와 고통을 겪고 돌아가셨을 조상들을 생각하면 진상규명을 통해 이제라도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성홍제 전주형무소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1일 황방산 기슭에서 전주형무소 학살 사건 유해 발굴 과정을 회상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성홍제 전주형무소사건희생자유족회장이 1일 황방산 기슭에서 전주형무소 학살 사건 유해 발굴 과정을 회상하며 눈물 흘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1일 전주형무소 터와 4.3희생 지역 순례 및 진혼제를 봉행했다.ⓒ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는 1일 전주형무소 터와 4.3희생 지역 순례 및 진혼제를 봉행했다.ⓒ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

유족들과 순례 참여자들은 유해 발굴 현장에서 영령들을 기리기 위한 제사상을 차렸다. 이들은 제주에서 가져온 과일과 함께 각종 전, 생선, 떡을 올리고 향을 피운 뒤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렸다.

“박내은 할망! 송순희 할망! 임창의 할망! 변연옥 할망! 김순화 할망! 김명선 할망! 김경인 할망! 강순여 할망! 강정순 할망! 현춘화 할망! 아이고 님들의 희생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해 제단에 마련한 현수막에 성명만 새겨 놓았나이다. 고향 제주 갈 날만 기다리다 이곳 제주형무소에서 옥사하신 제주 봉개동 양낙구 신위, 아버지 김병천을 만나 뵈려고 김광우가 제주에서 왔나이다. 故 김병천 신위께서도 함께 강림하시옵소서.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국민들이시여! 그 시절 목숨 내던져 제주 사람 살린 애국 국인 전남 보성 사람 양회천 이등상사도 이곳에서 숨졌나이다. 양회천 이등상사여! 이제야 왔다고 노여워 마시고 강림하옵소서! 님들 외에도 좌익으로, 보도연맹사건으로, 못된 무리의 만행으로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원통한 신위들께서도 함께 강림하옵소서! 다시 엎드려 재배하고 간절히 고 하나이다” -4.3도민연대 초혼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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