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최초 외국인 계절근로자
베트남인 41명 ‘호응 높아’ 일석이조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 과수원에서 농장주인 문대오 할아버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 과수원에서 농장주인 문대오 할아버지가 외국인 계절근로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일 오전 서귀포시 동홍동과 효돈동 사이 농로에 들어서자, 차량 한 대가 이동할 수 있는 좁은 도로변에 감귤밭과 비닐하우스가 즐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담 높이로 줄이어 짝을 이룬 컨테이너(직사각형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담벼락에 걸터앉아 담배 한 대를 피우던 어르신이 고즈넉하게 일꾼들을 바라본다.

“저 사람들 어시믄 올해 감귤 농사 포기해야 허여. 누게네 추룩 농땡이도 안 피우고 일도 잘하고. 겅허고 진짜 착해. 우리야. 고맙주게.”

연신 일꾼들 자랑을 늘어놓은 문대오 할아버지는 1938년생, 올해 만 나이로 86세다. 1963년 군 제대후 고향에 내려와 땅을 일구고 처음 감귤 농사를 시작했다.

당시 탱자나무에 접을 붙여 감귤 나무를 키운 1세대 감귤 농사꾼이다. 50년 넘게 과수원을 지키면서 저 멀리 타국에서 온 젊은이들에게 일을 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돌담 안쪽에서는 흰 눈으로 뒤덮힌 한라산으로 배경으로 4명의 일꾼들이 감귤 수확에 여념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서자 왼쪽 가슴에 새겨진 베트남 국기가 시선을 끌었다.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쩐타밍씨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쩐타밍씨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황옥민씨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황옥민씨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들은 제주 최초의 외국인 공공형 계절근로자들이다. 농촌 지역의 인력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위미농협이 운영 중인 영농지원 사업의 참여자들이다.

지역농협이 계절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월급을 지급하고 농가는 일당을 주며 하루 단위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위미농협은 베트남 남딘성의 참여자 중 농사 경험이 있는 일꾼 등 총 50명을 선발했다. 이중 41명이 10월 31일 입국해 사전 교육을 받고 11월 2일부터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성별은 여성 25명, 남성 16명이다. 연령은 모두 39세 이하 청년들이다. 학력은 절반 이상이 고졸 출신으로 꾸려졌다. 12명은 학사까지 수료한 대학 졸업자다.

현장에서 만난 쩐티밍(39)씨는 가족을 고향에 두고 과감히 제주행을 결심했다. 몸이 아픈 남편의 치료비와 대학 진학을 앞둔 자녀 3명의 학비를 벌기 위해서다.

쩐티밍씨는 “제주에 온 지 벌써 한 달이다. 엊그제 첫 월급을 받았는데 베트남 임금의 5배였다. 여기서 쓸 생활비만 조금 빼고 전부 베트남 가족들에게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쩐티밍씨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쩐티밍씨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황옥민씨가 5일 서귀포시 신효동의 과수원에서 제주 생활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황옥민씨가 5일 서귀포시 신효동의 과수원에서 제주 생활에 대한 소감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어 “공부하는 아이들과 아픈 신랑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한국말을 몰라 조금 답답하지만 농가와 농협 관계자들이 모두 잘 지원해줘서 불편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아내와 자녀 2명을 두고 제주로 온 황옥민(33)씨도 “생활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제주에서 근로자를 구한다는 소식에 선뜻 나서게 됐다”며 시종일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황옥민씨는 “베트남 밖을 벗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막상 와보니 임금도 높고 사람들도 친절하다”며 “계약 기간이 끝나서 본국에 돌아가도 기회가 되면 바로 오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외국인 근로자와 다른 점은 지역농협의 직고용 형태라는 점이다. 위미농협은 이를 위해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지정해 외국인 근로자들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농가에서 일손을 신청하면 현장까지 운송도 책임진다. 원활할 소통을 위해 베트남 통역까지 고용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외국인 근로자의 상해보험까지 책임지고 있다.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감귤 수확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의소리
5일 오전 서귀포시 신효동의 한 감귤밭에서 농장주인 문대오 할아버지(왼쪽)와 베트남 출신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인 황옥민씨가 수확된 감귤을 소개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계절근로자 도입 초기 농가들의 가장 큰 관심은 인건비였다. 지역과 작업 강도에 따라 다르지만 외국인 근로자의 하루 일당이 10만원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다.

더욱이 중국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몸값 올리기가 이어지면서 인건비가 크게 올랐다. 반면 일의 능률은 떨어지면서 농민들의 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계절근로자들의 임금은 남성의 경우 하루 11만원, 여성은 7만5000원이다. 남성은 감귤 운반까지 담당해 임금이 높게 책정됐다. 점심은 농가에서 제공한다.

농가가 부담하는 일당 중 일부는 위미농협에서 지원한다. 이에 농가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일꾼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근 위미농협 조합장은 “사업 초기 우려와 달리 농가와 외국인 근로자의 만족도가 높다”며 “덕분에 부풀려진 기존 외국인 일당을 낮추는 효과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촌 고령화의 여파로 향후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는 행정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책을 고민하고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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