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새해 첫날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 정상 진행

제주시청 앞 한얼의집에 보관된 용고가 올해 10월 훼손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시청 앞 한얼의집에 보관된 용고가 올해 10월 훼손된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알 수 없는 이유로 훼손된 제주시 용고(龍鼓) 수리가 다행히 마무리되면서 새해 첫날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가 정상 진행된다. 

제주시는 오는 12월31일 오후 9시부터 새해 첫날 0시30분까지 2024년 갑진년 새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제야의 용고타고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제주시는 각 기관단체장과 시민대표 등을 초대해 매년 용고타고를 진행하고 있다. 새해 0시가 되면 총 33차례 타고하는데, 이는 역사적·불교적·민족적 의미가 내포됐다. 

조선시대 새벽 4시 33회 타종해 도성의 문을 열어 통금을 해제한 역사적 의미와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33천(天)으로 분신한 불교적 의미가 담겼다. 또 33천을 지휘하는 환인천제의 아들 단군의 개국이념인 홍익인간 광명이세가 널리 퍼지길 기원하는 민족적의 얼을 담았다. 

앞선 10월 제주시 ‘한얼의집’에 보관된 용고가 훼손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새해 용고타고 행사 차질이 우려된 바 있다. 

현황 파악에 나선 제주시는 외부에 의한 훼손이 아니라 오래돼 낡아 자연스레 찢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주에 용고를 수리할 수 있을 만큼의 기술을 가진 전문가가 없어 제주시가 어려움을 겪었다. 

용고는 2022년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으로 지정된 임선빈씨가 1998년 제작했다. 당시 임씨는 경기도지정 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 기능보유자였으며, 제주시가 제주에서 처음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을 의뢰했다. 제작에는 무려 6개월이 걸렸다.

임씨은 황소 2마리 가죽과 춘양목(금강송)을 사용해 움통 248cm, 울림판 225cm, 좌대 90cm 규모로 용고를 제작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1998년 당시 완성된 용고는 동양 최대 크기의 북이었다. 

임씨는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패럴림픽 개회식때 사용된 대고를 제작했으며, 2022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으로 인정받았다. 

제주시는 전국 단위로 용고를 수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수소문했고, 서울에서 전문가 2명을 섭외해 올해 11월 총 660만원을 들여 용고 수리를 마쳤다. 수리 과정에서 용고를 수리할 때 사용해야 하는 큰 가죽을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었지만, 전문가들이 직접 가죽을 공수하는 열정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용고가 보관된 한얼의집에 햇빛이 비추는 등의 문제로 용고가 자연훼손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제주시는 한얼의집 내부 시설도 일부 개선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용고타고 행사를 앞둬 용고 수리를 서둘렀다. 전문가 의견에 따라 용고가 보관된 한얼의집 시설도 개선한 상태”라며 “새해에도 많은 시민들이 용고타고하면서 무사안녕을 기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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