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재심, 역사의 기록] (91) 제4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30명 전원 무죄

4.3의 광풍이 제주를 뒤덮은 1948년. 당시 제주읍 오등리에 살던 남성은 딸이 경찰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사위와 함께 길을 나섰다가 총살당했다. 

남성에게는 4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첫째와 둘째는 형무소에 끌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셋째는 군사재판에 휘말려 사형됐다. 막내 넷째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피신했지만, 그 뒤로 연락이 끊겨 행방불명 상태다.  

한 집안의 성인 남성이 모두 4.3에 희생됐고, 간신히 살아남은 6살, 4살 사촌 형제가 고된 삶을 이겨내 집안의 대를 이었다. 70여년의 세월이 흘러 노인이 된 사촌형제의 한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1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제4-1부(부장 강건)는 ‘제주4.3사건 직권재심 합동수행단’이 청구한 제4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 대상자 전원(30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도입된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4.3 피해자는 총 1321명에 이른다. 44차까지 이어진 군사재판 직권재심 1271명, 1~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 50명 등이다. 

4.3 당시 제주에서 2530명이 군사재판(1~2차 군법회의)으로 억울한 누명을 썼더. 아무런 이유도 모른채 끌려가 각종 고문을 통해 거짓된 자백을 강요받았고, 거짓 자백이 유죄의 증거가 돼 선고까지 이어졌다. 

헌법이 제정·공포된 이후였음에도 날조된 공소사실과 증거 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그렇게 죄인의 굴레를 써 전국 각지 형무소로 끌려가거나 처형됐다. 또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형무소 수감 중 상당수가 총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형을 집행했다는 명확한 기록이 없어 ‘행방불명’으로 처리될 뿐이며, 일부만 살아남았다. 

이날 직권재심으로 명예가 회복된 고 김병욱은 제주읍 오등리에 살다 25세의 나이로 1948년 군법회의에 회부돼 ‘사형’됐는데, 고 김병욱 집안 사람들에게는 1948~1949년이 지옥과도 다름 없었다. 

고 김병욱의 조카 김모씨는 “셋째 삼촌(고 김병욱)의 명예가 회복돼 감사하다. 다른 유족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저희 집안은 4.3때 정말 큰 피해를 겪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할아버지가 고모부와 함께 경찰에 끌려간 고모를 만나러 가다가 총살됐다. 또 큰 삼촌과 아버지(둘째)가 형무소에 끌려가셨는데, 그대로 행방불명됐다. 셋째 삼촌(고 김병욱)이 사형됐고, 신변에 위협을 느낀 막내 삼촌이 집을 떠나 피신했지만,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어 “1948년에 집안의 성인 남자가 모조리 화를 입어, 당시 6살 사촌형님과 4살인 저만 살아남았다. 2살짜리 사촌동생(셋째 고 김병욱의 아들)도 4.3때 죽었다.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인 사람들이 진심으로 반성했으면 한다. 어찌 4.3 당시의 참혹함을 잊을 수 있겠나. 그래도 잊어야 하겠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44차 직권재심 대상자 30명 중 6명은 1948년 1차 군법회의, 24명은 1949년 2차 군법회의 피해자다. 이들 모두 국무총리 소속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원회)’에서 결정된 4.3희생자로, 이날 직권재심으로 70여년만에 명예가 회복됐다. 


다음은 직권재심 명예회복 명단(최근 10개 사건)

3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병규, 김덕현, 강희순, 황후길, 고행칠, 홍상형, 강재삼, 조진생, 현행주, 문창현

39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9월26일)
김언종, 김영주, 홍신우, 양맹숙, 김봉언, 김병혁, 김재철, 정제옥, 허평식, 김덕중, 김시각, 고일봉, 김대규, 김규희, 김근익, 양도준, 양성언, 오국양, 오영하, 이찬형, 이한성, 오태년, 정경룡, 임명화, 고한주, 조천석, 이정호, 원응석, 윤공효, 양영수

1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채희관, 김태병, 김태효, 김시범, 고찬일, 조창호, 고태휴, 김동하, 김원겸, 김사영

40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17일)
김태문, 김영구, 고용순, 김영찬, 김형진, 김영균, 김두행, 양희수, 한태복, 한창섭, 부영주, 고봉훈, 송병옥, 정기환, 김성하, 이보원, 고병률, 현서권, 소찬택, 정인식, 이성희, 김삼현, 강성수, 송대경, 김민종, 박남해, 홍천표, 양보하, 현재보, 고석구

4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강상두, 고을송, 김인수, 강문택, 장한성, 현봉하, 김덕용, 서종권, 손경현, 장춘자

41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0월31일)
고용전, 임달부, 송공삼, 오창순, 문종각, 김성천, 김치민, 김성길, 김기규, 김형주, 고재찬, 양만학, 김순택, 양지순, 김혁조, 김두인, 이대성, 조두규, 현상시, 진경만, 오영백, 양태후, 홍용표, 김창해, 김봉수, 강군화, 강조정, 부윤호, 안최빈, 김윤석

42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김안국, 고두석, 정두영, 백우형, 김희만, 김병호, 김봉수, 장성학, 김태경, 이근우, 현귀보, 김수호, 오국보, 박두환, 부성우, 채평호, 강용생, 이완진, 현완일, 문두홍, 고의학, 강위경, 천두팔, 양승후, 김기풍, 김병용, 좌구형, 강여규, 양재섭, 김대길

43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3년 11월28일)
현두생, 강한규, 고태호, 김기남, 김봉흡, 김재생, 이요심, 한일봉, 양근오, 고태규, 한칭목, 양의호, 송갑생, 송신생, 김동안, 부영호, 허달희, 양재희, 강원효, 김윤명, 홍남기, 강태평, 김자학, 박성찬, 김창영, 오순보, 김봉호, 허남홍, 허남섭, 허남익

5차 일반재판 직권재심(2023년 12월12일)
이상지, 김오봉, 김병봉, 강병칠, 오흥수, 홍유아, 김만규, 임재옥, 고인성, 황덕칠

44차 군사재판 직권재심(2024년 1월16일)
고익중, 김경완, 고기형, 문창하, 김봉집, 김병임, 고재남, 홍민삼, 양경택, 오영홍, 하용현, 양대원, 김철호, 이은선, 오의창, 부원옥, 안두선, 오봉두, 오민선, 김원오, 김양기, 강덕용, 고자은, 김병욱, 오성도, 윤영주, 안응빈, 이무형, 이근생, 오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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