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용역 ‘제주시 지역’ 간담회 열려
“규제 막혀 활용 못 하고 세금 폭탄만, 목장 팔아야 하는 현실 닥쳐”

“마을공동목장에 부과된 세금을 갚기 위해 대출승인을 다 받아둔 상태입니다. 각종 규제로 활용하지도 못 하는 데다 마을공동체 자산으로 쓰이는데, 수입을 많이 거두는 일반 사유지와 같이 세금을 매기니 버티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생활권 단위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온 마을공동목장은 고려부터 조선시대, 일제강점기를 거쳐 지금까지 남아있는 제주 고유 목축 문화의 산실인 공동체 자산이다. 바다에 어촌계가 있다면 중산간에는 축산계, 즉 마을공동목장이 존재했다.

그런 마을공동목장이 세금 부담으로 땅을 팔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드넓은 초지를 보유해 생태환경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자원을 만들어내는 목장이지만 각종 규제에 세금 부담만 키워진 결과다. 

일반 사유지처럼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막대한 수입을 벌어들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적 이익보다는 공동체 이익을 위한 활동이 주를 이루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제주도와 정부 부처가 목장 관련 지원사업을 진행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크게 와닿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세금 부담 때문이다. 이에 제주도는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용역진은 24일 오후 3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제주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24일 오후 3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제주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24일 오후 3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제주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용역진에 따르면 현재 제주도의 마을공동목장은 제주시 40곳, 서귀포시 37곳 등 모두 77곳으로 파악된다. 당초 마을공동목장은 143곳에 달할 정도로 성황 했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목축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목장을 세우면서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중산간 지역에 국영목장을 10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한 ‘10소장(所場)’ 체계가 있다. 이 체계가 갖춰질 당시 소나 말이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쌓은 돌담 ‘잣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잣성은 조선 국영목마장의 실체를 입증하는 역사유적이자 제주 전통목축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유적으로 평가되며, 마을목장 곳곳에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이에 앞선 고려 말기 몽고 지배 때는 우수한 제주마 생산을 위한 ‘탐라목장’이 존재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붐과 더 이상 소나 말을 방목하지 않는 목축환경의 변화가 맞물려 마을공동목장은 매각, 방치, 사유화 등 문제를 맞닥뜨리며 점점 사라졌다.

사라진 마을공동목장은 제주시 32곳, 서귀포시 34곳 등 모두 66곳에 달한다. 이때 팔려나간 마을목장은 대부분 골프장이나 리조트가 됐다. 남아있는 마을공동목장은 공동체 자산이지만 마을회 소유, 목장조합 소유, 임대·소유 복합 등 다양한 형태로 유지돼오고 있다.

앞선 문제들 가운데 마을공동목장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세금 부담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지방세법이 변화하면서 2010년대 후반에는 어려움이 심화 됐다. 

목장이 마을공유지인 곳은 대부분 임대료를 받아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토지가 마을회 소유일 경우 세금이 감면되지만, 목장조합 소유의 경우 감면 혜택이 없기도 하다.

마을공동목장이 만들어진 이유나 현재 활용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누가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세금이 다르게 부과된다. 임대·소유 복합 형태의 경우 임차료와 재산세를 모두 내야 하는 상황이다. 

임차료와 세금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 마을공동목장은 실제로 매각을 추진키도 한다. 땅을 팔아서라도 세금을 내야 하니 당연한 순서다. 동식물 서식처, 토양 유실 방지, 목축 유산, 탄소 저장 등 다양한 공공재를 산출하지만, 주민 공동체 자산인 목장은 외면당하고 있다.

마을공동목장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부담되는 세금 관련, 목장의 공동체성과 공공성을 반영한 감면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 방법으로 용역진은 법과 조례 개정, 지원 정책 마련 등을 통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24일 오후 3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제주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함께하는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마을공동목장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소속 김자경 박사가 용역 책임연구를 맡았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24일 오후 3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제주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는 마을공동목장 관계자. ⓒ제주의소리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목장조합 관계자들 역시 세금 부담을 완화해달라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후손에게 공동체 자산인 마을공동목장을 잘 물려주고 싶은데 세금 때문에 대출을 받고 땅을 개발업자에게 넘겨야 할 판이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한 목장조합 관계자는 “공시지가를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시지가를 내리면 종부세도 낮아지거나 감면된다”며 “다른 곳처럼 규제가 풀려있거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곳도 아닌데 공시지가 산정 기준이 되는 감정평가를 일반 용지와 같게 하는 건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 전체 마을공동목장 중 한 곳을 표준지로 정해 그곳을 기준으로 감정평가해 공시지가를 현실에 맞게 매긴다면 얼마든 내릴 수 있다”며 “목장을 후손에게 물려주려면 재산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소득에 비춰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금도 중요하지만, 목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각종 규제에 묶여 기반시설을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든다. 충분히 행정조치로 가능해 보이는데 지사께서 신경 써주시면 좋겠다. 기반시설을 갖추게 된다면 젊은 친구들도 서서히 공동목장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대한민국 45% 초지가 제주에 있어 보호해야 한다면서 정작 보호는 없고 규제만 있다”라거나 “목장별 활용방안, 특화사업을 발굴해 보고서에 담아달라”, “수입은 없는데 세금을 내기 위해 목장을 파는 현실을 막아달라”는 등 발언이 이어졌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제주도 친환경축산정책과 관계자는 “용역에 제도개선 과제나 세금 개선 내용을 논리와 함께 담아준다면 공동목장 보전 관리에 도움될 수 있도록 신경써 지사께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오는 31일 오후 3시 서귀포시청 2층 회의실에서 서귀포시 지역 마을공동목장 운영 주체 대상 의견 수렴 및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진은 24일 오후 3시 제주시 농어업인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제주시 마을공동목장 간담회’를 열고 목장조합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용역은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주축이 됐다. ⓒ제주의소리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 용역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는 목장 관계자. ⓒ제주의소리
전통적인 상산방목의 목축문화를 지켜오고 있는 서귀포시 하원마을공동목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전통적인 상산방목의 목축문화를 지켜오고 있는 서귀포시 하원마을공동목장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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