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업자 눈독 들이는 마을 공동체 ‘보고(寶庫)’…제주도, 연구용역 착수
2021년부터 마을목장 현장탐방 이어온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 결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마을 공동체의 자산이자 제주도 특유의 목축경관을 간직한 전국 유일 ‘마을공동목장’을 보존하고 지원하기 위한 연구가 첫발을 뗀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시민정치연대 제주가치,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사)제주생태관광협회, [제주의소리]가 2021년부터 진행해 온 ‘탐나는가치 맵핑’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현장탐방의 결실이다.
마을공동목장 프로젝트 팀은 제주시 금당목장을 시작으로 총 20개 목장을 직접 찾아 마을목장의 현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왔다.
마을공동목장은 고려 말기 몽고 지배 당시 우수한 제주마 생산을 위한 ‘탐라목장’으로 시작됐다. 조선시대에는 중산간 지역에 국영목장을 10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는 ‘10소장(所場)’ 체계가 갖춰졌다.
이 체계가 갖춰질 당시 소나 말이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지 않도록 쌓은 돌담 ‘잣성’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잣성은 조선 국영목마장의 실체를 입증하는 역사유적이자 제주 전통목축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유적으로 평가되며, 마을목장 곳곳에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이후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나라를 빼앗긴 일제강점기 때는 목축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을공동목장 조합이 설립된다. 1940년대 만들어진 목장조합만 120여 곳에 달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붐과 더 이상 소나 말을 방목하지 않는 목축환경의 변화가 맞물려 마을공동목장은 매각, 방치, 사유화 등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이때 팔려나간 마을목장은 대부분 골프장이나 리조트가 됐다. 아름다운 경관과 드넓은 초지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마을목장은 40~50여 곳만 남은 상태로 언제 개발업자의 손에 넘겨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활용방안이 마땅찮은데 세금은 계속 오르고 수익은 없으니 결국 매각하는 쪽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프로젝트팀 현장탐방 당시 다수의 목장 조합장들도 각종 규제에 얽혀 활용할 수 없는 문제와 세금부담 등 고충을 토로했다. 동식물 서식처 제공, 토양 유실 방지, 목축 유산 유지, 탄소 저장 등 다양한 공공재를 산출하는 마을목장이지만, 정책적인 지원은 부족한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책적 지원을 가능케 하도록 제주특별자치도는 ‘마을공동목장 보존과 지원방안 연구’를 위한 용역에 나섰다.
생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이용 및 운영방안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추진되는 이번 용역은 이달부터 2024년 6월까지 6600만원이 투입돼 이뤄진다.
용역 주요 내용은 △마을공동목장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마을공동목장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정책 지원 사회적 논리 개발·발굴 △마을공동목장 공동체 유지 및 에코밸류 공유 등이다.
용역은 제안서 평가결과 적격자로 선정된 제주대학교산학렵력단이 맡는다. 제주대산학협력단은 마을공동목장과 같은 공동자원을 꾸준히 연구해온 전문 연구원으로 용역진을 꾸려 과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용역을 통해 마을공동목장의 종합적이고 전반적인 보존 지원방안 청사진을 제시할 방침이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2월부터 세 차례에 걸친 마을공동목장 전문가-관계자 간담회를 통해 과업 내용을 발굴, 이를 용역에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오는 18일 오후 2시 축산진흥원 2층 회의실에서는 용역 착수보고회가 진행되며, 용역진은 관련 단체와 전문가 등 의견을 수렴해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3월 중간보고와 5월 최종보고가 예정됐다.
용역 책임연구원은 ‘탐나는가치 맵핑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마을공동목장을 꾸준히 연구해 온 제주대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 소속 김자경 박사가 맡는다.
문경삼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공동목장별 목축문화 보존 및 활용 관련 심층적 분석을 기반으로 지역주민 소득창출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마련할 것”이라며 “앞으로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해 중앙부처와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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