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공공 계절근로자들, 명절이면 더 생각나는 고향 ‘설맞이 효도선물’ 배송
2일 농협제주본부-제주위미농협 행사 개최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와 제주위미농협은 2일 오후 6시,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2리 마을회관에서 ‘외국인 근로자 설맞이 효도선물 꾸러미 모국배송 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와 제주위미농협은 2일 오후 6시,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2리 마을회관에서 ‘외국인 근로자 설맞이 효도선물 꾸러미 모국배송 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멀리 비행기를 타고 떠나온 제주도에서 맞는 첫 명절, 베트남에서 온 공공형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마치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설을 맞아 준비한 선물을 고국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서일까,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더 그리워진 탓일까 선물이 포장하는 손길은 유난히 따스했다.

농협중앙회 제주본부(본부장 윤재춘)와 제주위미농협(조합장 현재근)은 2일 오후 6시, 귤 수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시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2리 마을회관에서 ‘외국인 근로자 설맞이 효도선물 꾸러미 모국배송 지원’ 행사를 개최했다. 

제주 감귤 농가 일손을 거들기 위해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으로 멀리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명절을 맞아 고향 가족들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도록 도운 뜻깊은 행사다. 

농협은 타국에서 설을 맞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신해 효도선물을 마련했다. 고향 부모님께 선물을 전해 조금이라도 근로자들이 마음 따뜻한 명절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감귤로 만든 젤리와 과즐부터 한국 대표 선물 홍삼까지, 고향에 보내고 싶었던 선물들은 차곡차곡 하나의 꾸러미로 만들어져 마을회관 한 곳에 쌓여갔다. 

베트남 근로자들은 한 글자씩 꾹꾹 진심을 담아 쓴 편지를 넣거나 농협에서 준비한 선물에 직접 사 온 간식거리를 더해 넣기도 했다. 행여나 배송 과정에서 파손될까 걱정하며 택배 상자를 테이프로 꽁꽁 싸매는 모습에서는 그리움도 묻어났다.

베트남 역시 우리나라 ‘설날’처럼 국가 최대 명절인 ‘뗏(Tết)’이 있다. 음력 1월 1일에 지내는 데다 친척과 이웃들을 만나 새해 복을 기원하고 세뱃돈을 주는 등 설날과 많이 닮았다.

명절이 되면 고향에 있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우리네 풍경과 같이 베트남 사람들 역시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고향에 간다. 다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는 정겨운 모습도 비슷하다. 

농협에서 마련한 선물을 택배 상자에 담고 있는 베트남 출신 공공형 계절근로자들. 이들은 일손이 부족한 감귤 농가를 돕고 있다. ⓒ제주의소리
농협에서 마련한 선물을 택배 상자에 담고 있는 베트남 출신 공공형 계절근로자들. 이들은 일손이 부족한 감귤 농가를 돕고 있다. ⓒ제주의소리
직접 작성한 편지를 상자에 넣기 전 읽어보고 있는 근로자. ⓒ제주의소리
직접 작성한 편지를 상자에 넣기 전 읽어보고 있는 근로자. ⓒ제주의소리

근로자들이 정성껏 포장한 선물은 농협이 책임지고 베트남 현지로 보낸다. 농협은 선물을 베트남 고용센터로 전한 뒤 가족들이 직접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상대적으로 택배 배송이 원활하지 않은 현지 특성을 고려해 물건이 파손되거나 잃어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농협 측은 선물과 함께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된 서신을 보낸다. “훌륭한 자녀를 보내주셔서 제주도 농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귀국할 때까지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보살피겠다”는 등 내용이다. 

선물 꾸러미를 포장한 뒤 진행된 간담회에서 근로자들은 행사를 마련해 준 농협 측에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평소 교감이 잘 돼 있어서일까, 윤재춘 본부장과 현재근 조합장과도 격 없이 인사하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통역가 덕분에 대화도 무리 없이 이어졌다.

지금 생활이 어떠냐는 질문에 근로자들은 “너무 재밌다, 일도 할 만하다, 다음에 또 불러주면 안 되나”라고 말하는 등 활기찼다. 또 “경치 좋은 바닷가 게스트하우스 숙소에서 다 같이 생활하니 즐겁다”는 대답도 했다.

윤 본부장은 숙소 문제를 가장 고민했다고 말했다. 최대한 지역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게 만들어 주민들이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고민이었다. 그렇게 근로자 숙소는 주민 가까이 있는 곳에 마련됐다. 

외딴곳이 아니라 자율적으로 생활하며 마을과 함께할 수 있는 곳에 숙소가 마련되면서 근로자들 역시 만족감을 바탕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살갑게 인사하며 지내고 있다. 현재근 위미농협 조합장은 “주민들이 늘 밝게 인사해줘 고맙다는 말을 한다”고 했다.

근로자들에게 가족들이 걱정하진 않냐고 물어보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농협에서 잘 해준 덕분에 가족들도 안심하고 있다. 영상통화도 자주 한다”고 웃어 보였다.

농협 측은 휴일이나 작업을 빨리 끝낸 뒤 남는 시간을 활용해 베트남 근로자들과 함께 한라산 설경을 구경하거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현장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근로자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눈이 너무 예뻤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근로자는 위미농협 현재근 조합장을 향해 베트남에서도 귤 농사를 하고 싶은데 가능한지를 묻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그는 “베트남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조합장님이 와서 농사 지어달라”고 농담을 건넸다. 

부부가 함께 제주도에 일하러 왔다는 모이 반 마오(38) 씨는 명절이 되니 고국에 있는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다고 했다.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아버지인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배우자와 함께 제주행을 택했다. 아이들은 양가 부모님들이 잘 봐주고 계신단다. 

그는 “고향에 못 가서 서운한 마음이 크다. 베트남 명절 때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새해 복을 기원하고 그런다”며 “그래도 한국의 설날을 경험해보고 돈도 벌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제주에 와서 일하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족과 떨어져 맞는 명절이 처음이라는 띤 티 화이 프엉(31) 씨는 “좀 서운하고, 보고 싶고 그립고 그렇지만 친구 동료들과 함께 지내고 있어 괜찮다”며 “돈도 벌고 즐거운 체험도 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대답했다.

상자에 선물을 담고 있는 근로자와 윤재춘 농협중앙회 본부장(사진 왼쪽). ⓒ제주의소리
상자에 선물을 담고 있는 근로자와 윤재춘 농협중앙회 본부장(사진 왼쪽). ⓒ제주의소리
한 근로자가 상자 포장 작업을 마친 뒤 가족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선물 배송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한 근로자가 상자 포장 작업을 마친 뒤 가족에게 영상통화를 걸어 선물 배송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서 이들이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위미농협이 지난해 베트남 남딘성을 찾아 현지 면접을 진행하고 공공형 계절근로자 50명을 직접 선발하면서 가능했다. 제주 감귤 수확철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책이었다.

농협은 한국 음식이 안 맞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식당 운영 경험이 있거나 요리 특기가 있는 근로자도 선발했다. 숙소에서 근로자 식사를 준비하고 인건비 인센티브를 받는 방식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자는 기존 농가 직접 고용 방식과 달리 농협이 근로계약과 배치를 담당해 농가 부담을 덜고 근로자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농가는 점심과 함께 남성의 경우 하루 11만원, 여성은 7만 5000원의 임금만 부담하면 된다. 농가 부담 중 일부를 위미농협이 또 지원하면서 농가는 저렴하고 수월하게 일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농협은 근로자들을 위해 펜션과 게스트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하고 일손이 필요한 농가에 직접 배치하고 있다. 소통을 위한 통역가도 고용했으며, 안전사고에 대비해 상해보험도 책임졌다. 

지난해 10월 입국한 뒤 현지 적응을 위한 영농현장 교육을 받은 근로자들은 11월부터 지금까지 1326개 농가에 투입돼 일손을 제공했다. 투입된 인력만 해도 횟수 기준 3000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3월 말 귀국할 예정이다.

윤재춘 본부장은 “농협에서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배치하는 사업인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위미농협을 시작으로 올해는 고산과 대정농협에서도 진행된다”며 “농가 만족도가 높은 만큼 일손이 부족한 현장에 많은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농협에서 마련한 선물을 택배 상자에 담고 있는 베트남 출신 공공형 계절근로자들. 이들은 일손이 부족한 감귤 농가를 돕고 있다. ⓒ제주의소리
농협에서 마련한 선물을 택배 상자에 담고 있는 베트남 출신 공공형 계절근로자들. 이들은 일손이 부족한 감귤 농가를 돕고 있다. ⓒ제주의소리
상자 포장을 마치고 현재근 위미농협 조합장(사진 왼쪽)과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은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제주의소리
상자 포장을 마치고 현재근 위미농협 조합장(사진 왼쪽)과 윤재춘 농협중앙회 제주본부장은 근로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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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준비한 설 선물.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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