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제22대 총선 관전 포인트] ②제주시을
흩어진 부동층 결집...후보 경쟁력 강화 관건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2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주에서는 3개 선거구에서 12명이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공천신청자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면서 벌써 2명이 중도 탈락했습니다. 나머지 10명도 본선 진출을 위한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언론사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캠프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는 설 연휴를 맞아 선거구별 관전 포인트를 미리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제주시을'은 현재의 선거구 체제를 갖춘 지난 2004년 이후 6차례의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계열의 당선자만을 배출한 난공불락의 지역구다. 심지어 2년 전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도 지역 유권자의 선택은 민주당이었다.

제주시을 선거구는 국회의원 3개 선거구 중 유권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도지구와 아라지구, 삼화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며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유입이 두드러졌다. 읍면지역 표심은 보수정당에, 동지역 표심은 진보정당에 쏠렸던 지난 선거를 되돌아보면 민주당의 강세가 더욱 공고해진 모양새다.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제주의소리와 제주일보, 제주MBC, 제주CBS 등 제주지역 언론4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이 같은 현상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직 공식적인 출마 선언조차 하지 않은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이 압도적인 지지도를 보이면서다.

'제주시을 지역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중 누가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인 50%가 김한규 국회의원을 선택했다. 국민의힘 김승욱 전 제주시을 당협위원장은 16%, 녹색정의당 강순아 제주시을 위원장은 3%, 진보당 송경남 제주도당 서비스현장위원장은 1%로 뒤를 이었다.

아무리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표심이 30%('선호 후보 없다' 24%, '모름·무응답' 6%)에 달한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해도, 선두와 후발 주자의 차이가 34%p에 이르렀다. 경쟁 후보로서는 새로운 반전 모멘텀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해졌다.

◇ 현역 김한규, '전략적 등판 유보'...대항마 김승욱, 보수 충성층 결집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지만 출마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김한규 의원은 '현역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김 의원의 소신 발언이 당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당내 사정일 뿐이다. 현재로선 적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제주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공식적으로 당에 공천 신청을 했으니 '출마 의지가 있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보여진 상황"이라며 "다만, 선거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전략적으로도 좋지 않을 것이라는 개인적인 판단이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아직 제21대 국회 일정이 남아있는만큼 의정활동에 충실하며 설 명절 이후, 늦어도 2월말께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도가 과반에 이른 현역에 맞선 경쟁 후보들로서는 흩어진 부동층 표심 결집이 지상과제다.

국민의힘의 경우 제주시을 지역구가 사고당협으로 지정되며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지만, 현 시점에선 직전 당협위원장을 지낸 김승욱 예비후보를 중심으로 진용을 꾸릴 태세다. 보수정당 내 별다른 후보군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수표 결집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뛰어들었던 2020년 재보궐선거와는 달리 이번 총선에는 전력을 다할 여건이 갖춰쳤다는 내부 평가다.

남은 기간동안 아직 정당 지지도에 이르지 못한 후보 개인 경쟁력을 끌어올릴 지가 관건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26%로 집계된 반면, 김승욱 예비후보의 선호도는 16%로 10%p가량 차이를 보였다.

이를 의식한듯 김승욱 예비후보는 '집권여당'의 이점을 어필하며, 전임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하는 등 이념적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지역구 내 '민주당 20년 독식'의 폐해를 주장하며 '막판 뒤집기'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  반전 포인트 마땅치 않아...'효능감' 내세운 진보정당 약진 주목

다만, 반전을 도모할 만한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고민거리다. 제주시을 선거구는 정책적 선명성을 확보할만한 현안이 마땅치 않다.

서귀포시 선거구의 경우 지역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에 대한 방향성이 후보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년간 민주당 후보가 독식했던 역사는 같지만, 이번 총선은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을 등에 업고 제2공항 사업 완수를 제1과제로 내세운 국민의힘이 저력을 보이면서다.

제주시갑 선거구는 현역 의원에 대한 검증 내지 평가를 두고 경쟁 후보 간 각축전이 치열하다. 과열 양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지역정가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반면, 제주시을 선거구는 각을 세울만한 '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 후발 주자들은 연일 중앙 정치권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지역 표심을 사로잡을만한 이슈몰이에는 다소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거대양당 정치 타파를 기치로 내건 진보정당 후보들 역시 운신의 폭이 넓지만은 않다. 제주시을은 3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제3정당'의 후보들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각 정당 후보들이 완주한다면 4파전이 치러진다.

녹색정의당 강순아 예비후보는 기후위기 타파와 불평등 해소를, 진보당 송경남 예비후보는 당을 대표하는 택배 도선료 인하 공약 등 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무엇보다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주된 과제다.

진보·보수를 떠나 일방적인 선거 구도는 치열한 정책 개발을 제약하는 요소다. 유권자 표심을  얻을 수 있는 이슈 개발이 이뤄질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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