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말 생크추어리의 민낯] ② 후원 명목 수익 사업

국내 유일의 말 생크추어리로 유명세를 탄 비영리(임의)단체가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은퇴 후 버림받거나 도축 위기에 놓여있는 위기의 말들을 곶자왈 보호구역에서 돌본다는 취지인데, 이와 거리가 먼 자연환경 훼손, 각종 영리 활동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제주의소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의 이면을 조명하며 ‘말(馬)의 고장’이라는 타이틀 속 가려진 제주의 미흡한 퇴역 경주마 보호 체계의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에서 홀스테라피 체험을 하는 방문객. ⓒ제주의소리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에서 홀스테라피 체험을 하는 방문객. ⓒ제주의소리

비영리를 표방한 동물보호시설이 구조된 말을 이용한 수익사업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동물보호시설은 구조된 말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면서도 향후 관광콘텐츠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자연 상태에서 구조된 말을 보호한다는 본래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는 인당 5만원에서 최대 20만원을 받는 ‘홀스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홀스테라피란 말과 교감하며 심리적 안정을 얻는 동물 매개 치료법으로, A 대표는 이를 ‘상품’이라 표현했다.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에서 운영하는 홀스테라피는 △베이식 △라이드 △홀스 트래킹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인당 5만원의 베이식 프로그램은 약 1시간30분동안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소개와 말들의 사연을 듣고 말과 산책하는 내용이다. 인당 10만원의 라이드 프로그램은 베이식의 심화 버전이다. 말에 안장을 채워 말을 타는 방법을 배우는 내용이 추가된다. 2시간 동안 말과 함께 곶자왈을 돌아다니며 산책하고 말을 직접 목욕시키는 체험을 한다.

인당 20만원의 홀스 트래킹은 안장을 채운 말을 타고 곶자왈을 투어하는 승마 체험으로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이곳에서는 1명부터 많게는 20여 명까지 개인과 단체 예약을 받고 있다. 일반 승마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홀스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셈이다.

물론 비영리임의단체는 단체의 수익금을 회원에게 배분할 수 없을 뿐 고유 목적을 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퇴역 경주마와 도축 위기에 놓인 말들의 구조 보호를 자처하는 동물 보호 시설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홀스 트래킹을 하고 있는 봉사자들. 출처=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SNS

이와 관련해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A 대표는 수익사업을 한 사실이 있는지 묻자 “홀스테라피는 영리 행위가 맞지만,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니”라며 “(비영리임의단체 설립 시 필요한) 정관에도 목적사업을 위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영리 행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승마 체험에 대해서는 “승마를 하는 분들이 관심 있게 보며 생크추어리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대표와 함께하는 홀스 트래킹 상품을 소개한다. 학대하지 않고 말에 안장을 올리고, 편자를 뺀 상태에서 자연을 한 바퀴 걷는 프로그램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체험이 있다. 승마하는 사람들이 하고 나면 ‘이제까지 했던 승마가 잘못된 걸 알았다’고 이야기하며 고마워한다. 아픈 말에게 사람을 태우는 일은 당연히 없다”고 말했다.

향후 홀스테라피를 제주를 대표하는 관광콘텐츠로 개발하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A 대표는 “말들을 위한 홀스테라피를 더 큰 관광콘텐츠로 개발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어 이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축산과에 제출했다. 또 제주관광공사가 지난해 11월 한 달 동안 홀스테라피를 후원해 주면서 콘텐츠를 살린 것을 두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관광콘텐츠라는 결과물로 올려 사단법인을 설립하려고 한다. 사단법인 설립 후에는 공식적으로 입장료를 받고 휴양 목장과 관련된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가 사용하고 있는 한림읍, 안덕면 일대. 토지 대부분이 보전관리지역(보라색)으로 개발 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출처=제주도 공간정보포털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가 사용하고 있는 한림읍, 안덕면 일대. 토지 대부분이 보전관리지역(보라색)으로 개발 행위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출처=제주도 공간정보포털

이와 함께 A 대표는 개발이 엄격하게 제한된 보전관리지역을 개발 가능한 계획관리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려는 토지주들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가 구조된 말들을 이용해 관광산업을 하려는 데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가 사용하고 있는 약 142㏊(43만평) 일대는 토지주만 800여 명에 달해 임차 계약이 사실상 불가능한 곳이다.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는 연락이 닿은 일부 토지주들과 협의해 일대를 임의 점용하고 있다.

자신들의 재산권을 주장하기 위해 토지주 200여 명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지난 1월31일 ‘대박을 찾았다?’는 제목의 공지가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오랜 무관심으로 펼쳐진 황당한 개발, 그곳은 바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말들을 구조한다는 곶자왈말구조보센터”라는 내용과 함께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작성자는 “과연 이것이 우리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전혀 알지 못한다. 차차 모임과 대화, 의견 제시를 통해 우리가 결정해야 할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공동체 마을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다. 2018년부터 비영리단체로 시작된 이곳이 가상의 공동체 마을로 이어가며 조금씩 동기부여들이 작동돼 본등기 한 분들이 모여지길 바랄 뿐이다. 무관심과 방치로 일관하며 너무 많이 늦었지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개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또 다른 위로를 삼고자 한다”고 적었다.

그리고 A 대표는 해당 게시글에 아래와 같은 댓글을 남겼다.

“도너리는 제 인생을 걸 만큼 저에게 소중한 곳입니다. 차차 말씀드리겠지만 금악에서 태어나 금악으로 들어왔습니다. 금악 출신 성공한 지인들과 금악리 발전협의회를 구축했고 여러분이 주인인 도너리 공동체 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마을발전협의회에서 많은 예산과 노력을 보태겠습니다. 부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곳의 발전을 위해 모두 단합하셔야 합니다. 이곳은 우리가 지키고 개발해서 우리 후대까지 물려줘야 하는 우리의 터전입니다. 흘러간 20년 뒤로 하시고 앞으로 내일을 위해 이곳 소식을 자주 전하겠습니다.”

퇴역 경주마 등 상처 입은 동물들에게 ‘안식처’(생크추어리)를 제공하겠다는 동물 애호가의 지향점이 ‘곶자왈 개발’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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