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말 생크추어리의 민낯] ① 입산 금지구역서 평탄화, 취사, 벌채 흔적

국내 유일의 말 생크추어리로 유명세를 탄 임의단체가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버림받거나 도축 위기에 놓여있는 퇴역 경주마를 곶자왈 보호구역에서 돌본다는 취지인데 실상은 이와 거리가 먼 자연환경 훼손, 각종 영리 행위 등의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제주의소리]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의 이면을 조명하며 ‘말(馬)의 고장’이라는 타이틀 속 가려진 제주의 미흡한 퇴역 경주마 보호 체계의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식생 복원을 위해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간 제주 도너리오름과 그 일대가 동물 보호시설로 인해 훼손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구역은 ‘제주의 허파’ 곶자왈로, 동물 보호시설 측은 사유지임을 강조하면서 곶자왈 보호구역이 사유재산을 탐하는 ‘도둑심보’라고 오히려 적반하장식의 주장을 펴고 있다.

도너리오름 입구로 통하는 동물(말) 보호시설 입구에 오름 출입통제 알림 현수막이 걸려있다. ⓒ제주의소리
도너리오름 입구로 통하는 동물(말) 보호시설 입구에 오름 출입통제 알림 현수막이 걸려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의소리]는 출입이 전면 통제된 도너리오름에서 말 기승 체험과 함께 벌채, 취사 등의 행위가 이뤄진다는 복수의 제보를 받고 최근 현장을 방문했다.

드론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도너리오름은 전체적으로 수림이 빼곡한 모습이었으나 군데군데 훼손된 생태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행 고도를 낮춰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의문의 흰색 물체가 드론에 포착됐다. 티피텐트(Tepee Tent)였다.

최근까지도 사람이 오간 흔적이 확인됨에 따라 [제주의소리] 취재진은 해당 지점을 직접 찾아가 보기로 했다.

철문을 넘어 가시넝쿨을 헤쳐 나가자, 약 3m 너비의 평탄화된 둘레길이 펼쳐졌다. 길 곳곳에는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말똥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평평하게 다져진 길을 약 300m 따라 걷자, 드론에 잡힌 티피텐트가 발견됐다. 훼손된 곳으로 추정되는 영상 속 장소와 일치했다.

 자연휴식년제 시행으로 입산이 금지된 도너리오름 내 탁자, 의자, 화로 등이 놓인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자연휴식년제 시행으로 입산이 금지된 도너리오름 내 탁자, 의자, 화로 등이 놓인 모습이다. ⓒ제주의소리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를 운영하는 A 대표의 사진이 도너리오름 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제주의소리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를 운영하는 A 대표의 사진이 도너리오름 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제주의소리

마치 그곳은 은밀한 놀이터 같았다. 텐트와 함께 넓은 평상과 탁자, 의자, 해먹(그물침대)이 설치돼 있었고, 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은 듯 벽돌을 둘러쌓은 두 개의 화로와 스테이크용 조미료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 베어낸 듯 댕강 잘려 나간 그루터기도 눈에 띄었다.

누구의 소행이었는지 추측할 수 있는 단서도 있었다. 나뭇가지에는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A 대표의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었다. 입산이 통제되고 있는 오름에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를 방문한 이들을 데리고 온 당사자로 추정된다.

이 같은 행위는 센터와 유명 연예인 SNS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는 A 대표와 그의 지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연하거나, 모닥불을 피워 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이 담겨있다.

입산 금지된 도너리오름 내에서 불을 피우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출처=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SNS
입산 금지된 도너리오름 내에서 불을 피우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출처=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SNS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입구(빨간 원)와 ​경관보전지구1등급 도너리오름(그림 가운데 붉은 표시). 취사 등의 행위가 이뤄진 곳(파란 원) 출처=제주도 공간정보포털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입구(빨간 원)와 ​경관보전지구1등급 도너리오름(그림 가운데 붉은 표시). 취사 등의 행위가 이뤄진 곳(파란 원) 출처=제주도 공간정보포털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너리오름 외에도 센터가 들어선 부지 대부분은 지하수 함양 가치가 높은 지하수자원보전 2등급지이자 생태계보전지구 4-2등급부터 2등급까지 지정돼 있다.

[제주의소리] 취재진은 도너리오름과 곶자왈말구조보호센터 내 부지에서 롤러를 이용한 평탄화 작업뿐 아니라 말들의 배설물을 분쇄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지관리법에 따라 산지를 임도, 작업로, 임산물 운반로, 등산로·탐방로 등 숲길 그 밖에 유사한 산길로 사용하기 위해 형질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산지의 종류, 면적 등의 구분에 따라 산림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위와 같은 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죽은 말들이 불법 매립된 사실도 드러났다. 키우던 말이 일반적 폐사가 아닌 병명이 분명하지 못한 질병 또는 가축전염병으로 폐사했을 경우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가축을 진료한 수의사는 방역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일반적 폐사인 경우에도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허가받은 폐기물재활용 업체에 위탁해 처리해야 한다. 사유지를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곳에 사체를 매립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A 대표가 센터 방문객을 상대로 말 사체를 묻었다고 지목한 곳. ⓒ제주의소리
A 대표가 센터 방문객을 상대로 말 사체를 묻었다고 지목한 곳. ⓒ제주의소리

이 같은 문제 제기에 A 대표는 지난 1일 공식 인터뷰를 자청해 “도너리오름 둘레길은 입산 통제구역에서 빠져 있다”며 문제 될 부분이 없다면서도 이후 “도너리오름 내에 불을 한차례 피운 사실은 있으나, 고기를 구워 먹는 등 취사행위를 한 것은 센터와 관계 없이 영상을 찍었던 팀(모 연예인)이다. 고기를 먹을 때 옆에 있었지만 즉석밥만 먹었다”고 선을 그었다.

A 대표는 또 임의 벌목 의혹에 대해 “도너리오름 곶자왈 내 나무가 태풍으로 쓰러져있어 지자체에 벌목을 요청했으나 ‘사유지인 관계로 토지주 허락을 받고 벌채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직접 나무를 벴다. 나무가 쓰러진 채로 방치되면 말과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토지 형질 변경과 관련해서는 “재선충 방제 사업을 위탁받은 사설 업체가 둘레길과 도너리오름 내 중간마다 길을 만들어 왔다. 화산송이 지대인만큼 비가 한번 내리면 둘레길이 모두 무너진다. 공원녹지과에 관련 예산을 신청한 적이 있지만 예산 편성을 받지 못해 나무칩을 개인적으로 구해다가 둘레길에 직접 깔았다. 사유지라 도와 이야기할 부분이 아니고, 둘레길이 전부 황폐화되니 복원 사업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분뇨를 부숴 무단 처리했다는 문제 제기에는 “말똥을 깨끗한 상태로 부수면 풀씨가 되고, 그 풀씨가 다시 풀로 자란다. 이번에 (강병삼) 제주시장이 센터에 방문했을 때도 곶자왈을 가장 잘 활용하는 예시라며 좋게 평가하고 갔다”고 말했다.

말 사체 불법 매립 의혹과 관련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말을 키우다 죽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불법을 저지른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사업장에서 자연사한 가축 사체가 1일 평균 300㎏ 미만일 경우 생활폐기물로 규정한다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종량제봉투에 넣어버리거나 지자체가 별도 마련한 포대에 담아버려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축 사체를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취재가 시작된 이후 (매립한) 사체를 꺼내 읍사무소에 자진 신고했으나 이미 사체를 꺼냈기 때문에 과태료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A 대표는 인터뷰에 앞서 자연환경 훼손과 관련한 질문지를 보내자 ‘상생의 제주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보내왔다. 센터와 토지주들이 모여 환경단체와 지자체에 보낸 공문 서한이라고 했다.

“제주도 곶자왈의 60%가 사유지이다. 즉, 곶자왈 지대도 엄연한 사유지인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처럼 제주도민의 공유화 운동같은 노력에 공동 소유가 되려면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되지 않겠는가. 남의 재산을 함부로 탐하는 것은 도둑 심보이다.

평생을 바쳐 모은 돈과 황혼의 늙음과 미래를 위해 투자한 것이 왜 하필 곶자왈인가. 그 잘못의 책임은 무조건 본인에게만 있는 것인가…(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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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크추어리(Sanctuary)란?

사전적 의미는 ‘안식’ 혹은 ‘피난처’다. 최근에는 ‘동물들의 안식처’란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장식 축산 혹은 동물 학대에서 구조된 동물들이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보호하는 보금자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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