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우주산업 전략] ② 위성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다각화, 제주 최적지

전세계적으로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공언한 제주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우주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경쟁이 더욱 거세짐에 따라 전략적 판단과 계획 수립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도 우주산업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를 진단한다. / 편집자주
공영주차장에 오랫동안 무단으로 방치해 온 차량들이 제주시 화북공업단지 인근 보관소를 가득채운 모습. 제주시 차량관리과가 운영 중인 견인차량 보관소가 방치 차량으로 가득찼다. ⓒ제주의소리

공영주차장이나 노상에 장기간 방치된 주차 차량은 제주사회의 오랜 골칫거리다. 주차장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도시미관을 저해하며 관광제주를 먹칠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곳곳에 퍼져있는 장기 방치차량을 관리하는 과정 역시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직접 현장을 찾아 차량을 확인하고, 일정 기간 후에 변동이 없는지 다시 현장을 확인한 이후에야 조치가 가능했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교통 관련 부서의 경우 속된말로 현장을 '뺑뺑이' 돌아야만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매번 방치차량 관리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제주도가 실시한 '위성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속 시원히 해결해 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위성데이터를 통해 앉은 자리에서 방치차량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바라는바당'이라는 팀이 제시한 이 제안은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방치차량 관리 작업을 '객체 인식' 딥러닝을 도입해 인공지능이 알아서 수행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실시한 '위성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 출품해 대상을 수상한 바라는바당 팀의 아이디어
제주특별자치도가 실시한 '위성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 출품해 대상을 수상한 바라는바당 팀의 '위성데이터를 활용한 장기 방치 차량 탐지 플랫폼' 제안 예시.

방치차량 관리 업무가 엄청난 고도의 기술과 실시간 반응을 취해야 하는 업무가 아닌, 정기적이고 꾸준한 관측을 요하는 일이기에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했고, 곧바로 적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새롭게 우주산업 시대가 열리며 공공을 비롯한 각 분야 업무의 효율성도 비약적인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인공위성 데이터 활용 아이디어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이 가능해졌다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경진대회에서는 대상 수상작 외에도 △제주도 자연기반 탄소흡수량 모니터링 시스템 △생태계서비스 지불제 실시간 모니터링 서비스 △드론 택시를 위한 정보제공 플랫폼 △관광 지역 불균형 해소 △제주전역 위성영상 자동수집 및 AI기반 산림훼손탐지 등이 저마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미 제주는 위성데이터를 활용함에 있어서도 여느 지자체와 견줘 뒤쳐지지 않는 환경을 지녔다. 우선 국가위성통합운영센터가 제주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큰 이점으로 꼽힌다.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구축된 국가위성운영센터는 국가 위성을 통합 운영·관리하는 역할과 함께 위성에서 확보한 정보를 관련기관에 제공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쏘아올린 위성 8기에 대한 통합관제와 영상처리, 영상배포 등이 국가위성운영센터에서 이뤄진다. 2030년에는 국가위성이 70기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센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실시한 '제주 위성데이터 활용 경진대회' 성과발표회.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의소리

위성데이터를 다루는 민간기업들 역시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 우주기업 (주)컨텍은 2020년 용암해수단지에 아시아 최초 민간 우주지상국을 구축한데 이어 한림읍 일대에도 안테나를 추가 구축해 총 12기의 안테나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 시설을 통해 해외 위성 보유업체를 고객사로 해 지상국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목표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한 투자진흥지구 지정 등의 행정적 절차도 끝마쳤다.

이 같은 인프라에 힘입어 제주도는 지난 2월 현재 위성정보 활용 촉진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부처 및 현업지원 기관인 '위성정보활용협의체'에 가입했다. 지방자치단체가 협의체에 포함된 것은 제주가 유일하다.

기존에는 중앙행정기관을 비롯한 소속 기관만 가입이 가능했으나, 2023년 9월 '위성정보활용협의체 구성 및 운영지침'이 개정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도 가입 대상에 포함됐다. 

이 협의체 가입으로 제주도는 위성영상서비스 플랫폼에서 기하보정(Geometric Correction)된 위성영상을 직접 수급할 수 있게 됐다. 

국가 위성정책 수립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이 주어지면서 위성정보 활용의 폭은 보다 넓어졌다. 이는 위성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우수 아이디어들을 실제 사업화할 수 있게 된 기회가 됐다.

위성데이터는 발사체 산업과는 또 다른 갈래에서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제주도가 관련 산업을 연계한 '우주 거버넌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판단 배경이다.

* ‘무르익는 우주산업 전략’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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