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우주산업 전략] ③ 민·관·학 협력모델 모색...산업 다각화 주력

전세계적으로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뉴 스페이스 시대'를 공언한 제주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우주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경쟁이 더욱 거세짐에 따라 전략적 판단과 계획 수립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제주의소리]는 제주도 우주산업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세 차례에 걸쳐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를 진단한다. / 편집자주
2023년 12월 중문해수욕장 남쪽 4km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영상레이더’ 위성이 발사됐다. ⓒ제주의소리<br>
2023년 12월 중문해수욕장 남쪽 4km 해상에 설치된 바지선에서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영상레이더’ 위성이 발사됐다. ⓒ제주의소리

지역 산업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제주에 있어 우주산업으로의 발걸음은 피할 수 없는 도전이 됐다. 특히 관 주도의 형태에서 벗어나 민간기업과 지역이 주도하는 거버넌스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남겨졌다.

현 시점에서 제주 우주산업은 옛 탐라대학교 부지에 조성되는 '하원테크노캠퍼스'와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위치한 '구좌위성정보단지' 등 두 축으로 추진된다.

하원캠퍼스는 우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해 관련 앵커기업을 유치하고, 우주교육센터, 우주체험장 등의 부대시설을 통해 관광산업화를 모색하고, 제주영어교육도시 외국인학교와의 연계로 주재 연구원들의 거주 문제와 교육 문제를 해결한다는 계획하에 진행된다.

구좌읍 위성단지의 경우 위성정보활용 관련 기업 및 협력업체를 유치하는 전략을 필두로 연구원들의 정주여건 개선에 힘을 쏟게 된다.

두 축의 우주산업 단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역점 추진중인 '기회발전특구' 지정이 가능할지 여부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민·관·학 각 주체들의 역할 분담도 성패를 가를 핵심적인 요소다.

제주도는 관련 조례제정 등을 통해 행정·재정적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미 2016년 고흥군이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우주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한 이후 대전시, 사천시, 광주시, 경상남도 등이 앞다퉈 조례를 제정하며 항공우주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후발 주자인 제주도는 가칭 '제주특별자치도 우주산업 육성조례'를 제정해 제주특별법 상에 보장된 특례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주산업 스타트업 육성 등을 위한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민간 우주발사장의 주민수용성 향상을 위한 위원회 운영 등이 조례에 담길 예정이다.

제주 우주산업 기회발전특구 예상 위치도.
제주 우주산업 기회발전특구 예상 위치도.

민간 차원에서는 우주산업을 선도하는 앵커기업을 유치하는게 관건이다. 옛 탐라대 부지 무상 임대를 통한 기업 이전 기회비용을 제공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복안이다.

위성데이터 활용방안을 넓히기 위해 제주도가 발주하는 시스템 사업에 입찰 우선권을 부여하고, 스타트업·창업 아이디어를 선별해 크라우드 펀딩 등 지원방안을 넓혀 나가는 등의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주산업에 대한 주민 수용성 측면이다.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발사에 성공하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새긴 '누리호'의 성공 신화는 전남 고흥군 주민들의 전폭적인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근 주민을 비롯한 해양 종사자들은 생업에 지장을 입으면서도 적극 협조했고, 전남 고흥군은 일약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실제 2021년 12월 제주에서 쏘아올린 민간위성 발사 사례는 도의회를 비롯한 현지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두드러졌다.

한경면 용수리 해안가에서 진행된 길이 3.2m, 무게 51kg의 민간 과학로켓 발사 과정에서 지역 어민들은 자발적으로 해상 통제에 나서며 안전관리에 주력했고, 주민들도 소음 피해 등을 수용해 발사지로 선정될 수 있었다.

사업 진행 시 구체적인 사전 조사와 추진 과정 정보 공개가 이뤄졌고, 지역의 상호 발전 교류를 위한 자매결연 체결을 맺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우주산업은 그 성격상 이념적인 논쟁에서도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충분한 설득 과정을 통한 지역사회의 수용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제주형 해상발사체계가 구축될 경우 향후 10년 간 상업용 초소형 위성의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기술로 초소형 위성은 수명이 3~5년 정도여서 대체 위성까지 고려하면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운영하는 케네디우주센터.
미국 항공우주국이 운영하는 케네디우주센터.

지역내 우주산업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뒤따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부터 다양한 우주 전문 인력 양성 및 공급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 연계해 기회발전특구내 미래 우주 교육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별개로 우주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청소년 및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견학프로그램과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제주대학교에는 가칭 위성정보 특성화협동과정을 설치해 학·연 협동과정을 설치한다.

미국 항공우주국이 운영하는 '케네디우주센터'의 모델은 주목되는 사례다. 케네디우주센터는 우주인과 함께하는 체험학습, 시뮬레이션 체험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관광산업으로서도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서울관광재단의 '버추얼 서울 2.0', 대구·경북의 '가상현실 홍보 체험존', 인천 송도의 '몬스터 VR 테마파크', 전남의 농업체험 '사마트박물관' 등 유사한 콘텐츠가 앞다투는 시점에서 제주만의 체험형 콘텐츠 개발을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주된 과제다. <끝>

* ‘무르익는 우주산업 전략’ 기획 취재는 제주도의 취재지원과 협조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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