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마친 건축설계사, 용역비 일부 정산 못 받아 골머리

제주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 전경.
제주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 전경.

사업자가 잔금을 내지 않아 파기된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 체비지(주상복합용지) 매각 계약 관련, 애꿎은 도내 업체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될 위기에 처했다.

화북주상복합 사업자인 ㈜디에스피에프브이가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건축설계사와 맺은 용역비 일부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제주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사업자는 2021년 12월 감정평가액 691억원의 약 4배인 2660억원으로 주상복합용지를 낙찰받은 뒤 제주 A건축사무소와 용역을 맺었다.

도시설계 인허가 지원 및 건축설계 지원에 나선 A건축사무소는 1년 6개월여 동안 각종 심의와 평가, 인허가 등을 추진, 2023년 8월쯤 인허가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계약 당시 A건축사무소는 전체 용역비 30%를 받고 인허가 과정을 모두 마친 뒤 추가 30%를 수령 하기로 했지만, 계약파기로 사업이 고꾸라지면서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역비 미지급 여파는 도내 건설 협력업체에까지 미쳤다. 사업자가 일부 용역비를 A건축사무소에 지급하지 않으면서 도내 협력업체들 역시 줄줄이 돈을 못 받게 된 상황이다. 

A건축사무소와 계약을 맺은 10여 곳의 협력업체는 지금까지 일 한 돈을 못 받았다며 A건축사무소를 상대로 한 채권단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A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제주의소리]와 만나 “총설계비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30%를 받고 설계 허가완료 시 30%를 받기로 계약했다”며 “인허가를 마치고 향후 단계만 기다리던 중 사업자가 잔금을 못 내면서 사업을 포기, 우리도 돈을 못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주시가 사업자에 반환하는 중도금으로 어떻게 받아보려고 해도 직접 금융사로 정산하는 합의서 때문에 회수도 불가능하게 됐다”며 “조경, 구조, 기계, 전기, 소방 등 10여개 협력업체와 공동작업을 했는데 수 억원의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건축사무소는 사업자가 받게 될 중도금 1862억원으로 해결하려 해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위한 3자 협약에 따라 제주시가 금융사로 곧바로 정산하는 것으로 약정된 탓에 손 쓸 방도가 없어졌다.

A건축사무소 관계자는 “대형 시행사가 들어온 지자체 주관 사업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누가 투자하려 하겠나”라면서 “잔금 납부 기간도 짧아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 대출 규제가 심한 만큼 행정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당사자 간 계약이라 관련 내용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행정이 지급한다거나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사업자 측에 이야기를 전달했다”고 답변했다. 

화북상업지역 도시개발사업은 동부와 서부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제주시 화북동 21만6920㎡ 부지에 2025년까지 상업 중심 시가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최초 사업자는 계약금 266억원을 포함해 중도금 2128억원을 나눠 냈지만, PF 대출에 발목이 잡히면서 잔금 532억원을 내지 못했고 4차례 연장 끝 결국 계약이 파기됐다. 

제주시는 그동안 사업자로부터 받은 계약 및 중도금 중 계약금 266억원을 제외한 1862억원을 반환한 뒤 감정평가와 법률 자문을 거쳐 이르면 3월 초 재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2021년 10월 마지막 감정평가 금액은 691억원이었으며, 최근 제주시가 다시 진행한 감정평가 결과 이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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