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한 달 앞두고 영입 대상 하마평만 무성..."동력 잃은 선거구" 볼멘소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최종 후보를 낙점하지 못한 국민의힘 제주시갑 선거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앙당 차원의 장고가 역효과를 낳았다는 내부 비판까지 분출되는 모양새다.

3일 기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후보를 확정한 선거구는 전국 254개 선거구 중 200여곳이다. 제주시을 선거구는 일찌감치 단수 공천을 확정했고, 서귀포시 선거구는 경선까지 거쳐 최종 후보를 낙점하는 와중에도 제주시갑 선거구는 공석으로 남겨뒀다.

당초 제주시갑 선거구 공천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제주 방문이 예정됐던 이번주 중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공천도 미뤄지고 한 위원장의 방문까지 무산되면서 '제주 홀대'라는 편치 않은 기류만 키웠다.

당 안팎으로는 정무직 공무원 출신 인사를 비롯해 경찰 고위 간부 출신 인사의 영입 가능성이 언급됐지만 보다 진전된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문화예술계 모 인사의 깜짝영입 가능성이 거론되다가 내부 이견에 부딪혔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중앙당의 결정이 미뤄질수록 홀로 남아 선거구를 지키고 있는 김영진 예비후보의 경쟁력만 깎이는 흐름이다. 직전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지난 4년간 이번 선거를 준비해 온 김 예비후보는 현재 외부 선거운동을 멈추고 당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창 선거운동에 매진하고 이름을 알려야 할 시기에 후보의 발이 묶인 것은 오롯이 중앙당의 판단이라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실제 제주도당 차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중앙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허용진 국민의힘 제주도당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어느 선거보다도 중요한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무려 15일 이상 헛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제주시 갑지역 예비후보를 마냥 지켜만 봐야 하는 위원장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허 위원장은 "총선이 눈앞에 다가온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후보를 물색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예비 후보로 꾸준히 활동해 왔고 당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을 공천하는 것이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제주시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회도 "중앙당이 제주시갑을 보류지역으로 분류함으로써 당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으며, 이후 열흘 이상 경과한 현재까지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 인한 정치적 타격이 실로 지대하다"며 "제주시갑 후보의 조속한 선출과 함께 흩어진 당심을 하나로 모을 중앙당의 비상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제주시갑 선거구 소속 제주도의회 의원 4인도 성명을 통해 "제주시갑 후보 선출에 따른 중앙당 결정이 늦어지면서 심각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중요한 시점에서 제주시갑 국회의원 후보 선출을 미루는 중앙당의 태도는 20년 동안 국민의힘 제주시갑 당원들의 마음에 쌓인 한과 설움, 노여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도당 관계자는 "승패를 떠나 오랜 시간 선거를 준비해 온 입장에서는 해볼만큼 해봐야 져도 납득을 할 것 아닌가"라며 "지금으로선 누가 후보가 되든 선거사무소 개소식조차 열지 못하고 선거를 치르게 됐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제주시갑 선거구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 진흙탕 싸움으로 도민사회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국민의힘 후보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시기를 놓쳤다"며 "제주 선거는 지역 특성상 3개 선거구 간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인데, 선거 국면을 주도해야 할 제주시갑이 원동력을 잃어버린 셈"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공천관리위원회는 단수수천 또는 경선 등 공천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30여개 지역구에 대해 오는 4일 회의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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