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을 가다 / 사라지는 아이들] ①1954년 첫 도시개발 이후 40여곳 도시-택지개발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수도권 집중, 저출생, 경기침체 등으로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가 20년 전 전성기를 누리다, 지금은 침체의 늪에 빠진 원도심에서 해답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2004년 제주와 2024년 제주 사회를 비교해 보며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고, 내일의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글]

제주시 원도심 전경
제주시 원도심 전경

일도1동, 이도1동, 삼도2동, 건입동 등 흔히 제주에선 구도심 또는 원도심이라고 불린다. 

제주역사가 시작된 탐라국부터 고려, 조선시대를 거쳐 해방 후 1950대까지 이들 원도심은 제주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해 왔다. 

1500년 이상 제주의 중심지로 제주목 관아, 관덕정, 향사청, 제주성지, 각종 유적과 유물의 산지이자, 제주항이 있는 지역으로 제주와 육지를 잇는 관문의 역할을 해 왔다.

해방 이후 도제(道制)가 실시된 이후에도 도청과 시청, 법원과 검찰청, 경찰청 등 행정기관은 물론 금융기관 등이 밀집돼 제주의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였다.

여기에 아카데미, 제일, 현대, 피카디리극장 등 각종 영화관은 물론 칠성로는 '제주의 명동'이라고 불렸고, 여기에 동문시장, 중앙로 지하상가, 서문시장 등 상권도 막강했다. 

제주4.3사건의 발단이었던 1947년 관덕정 3.1절 발포사건, 1980~90년대 민주화운동 등 제주의 역사적 사건들이 모두 원도심에서 벌어졌다.  

일도1동, 이도1동, 삼도2동, 건입동 등 원도심의 쇠락은 역설적이게도 '늘어나는 인구팽창'으로 토지구획정리와 도시개발사업, 택지개발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부터다.

제주 최초의 도시개발사업은 제주시가 환지방법을 통한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제주시 제1지구'로 1954년 착공, 1967년에 완료됐다. 이 시기 제주도청이 이도동으로 옮겨진다. 

제주시 원도심 전경. 대부분 단독주택이고, 나홀로 아파트가 간간히 들어서 있다.&nbsp;
제주시 원도심 전경. 대부분 단독주택이고, 나홀로 아파트가 간간히 들어서 있다. 

1970년대부터 삼도1동 토지구획정리사업, 신제주가 개발되면서 연동으로 제주도청과 의회, 교육청 등이 대거 이전하게 됐다. 원도심에 남아 있던 제주시청은 이도동 도청건물로 이전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노형지구와 일도지구, 삼화지구가 개발됐고, 2000년대 시민복지타운, 아라지구가 개발되면서 시가지가 원도심에서 서쪽으로는 연동-노형동, 남쪽으로는 이도2동과 아라동, 동쪽으로는 화북과 삼양동으로 확산됐다.

2010년대까지 제주에선 33개 지구에서 도시개발사업(토지구획정리)과 9개 지구에서 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됐다. 

도시개발과 택지개발로 원도심은 정주여건과 도로, 상하수도, 주차 등 각종 인프라가 부족해 정주여건이 떨어지면서 제주의 중심지로서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인구마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제주 초창기 도시개발사업(토지구획정리사업)
제주 초창기 도시개발사업(토지구획정리사업)

 

실제로 원도심에 있던 행정기관과 사법기관은 모두 연동과 이도2동, 노형동 등으로 이전했고, 2000년대 초반까지 있던 금융기관도 인구가 많은 곳으로 속속 이전하면서 경제적 중심지 역할도 못하고 있다. 

상권 중심지 역할을 했던 칠성로, 탑동, 중앙로지하상가는 정주인구가 감소하면서 쇠퇴하고 있다. 

삼도2동은 2010년대에 인구 1만명대가 깨지며 2011년 9500명대로 줄었고, 일도1동 3837명, 이도1동 7667명, 건입동 1만1113명이었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는 일도1동 2289명, 이도1동 7817명, 삼도2동 8004명, 건입동 9086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령인구의 감소세다. 원도심 인구의 70% 이상은 50대 이상으로 고령화되면서 이곳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를 듣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정주인구 감소는 갈수록 제주 원도심을 공동화하고 있다. 그나마 2015년 이후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인구감소 속도를 조금 늦추고 있을 뿐이다. 

제주의 도시개발사업은 개발이 용이한 신규개발지 위주로 확산되면서 기존 원도심과 상호 보완계획이 없이 진행돼 도심 공동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