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을 가다 / 사라지는 아이들] ③남초 신입생 16명, 일도 22명, 광양초 27명 불과

2024년 제주특별자치도, 대한민국은 괜찮은가? 수도권 집중, 저출생, 경기침체 등으로 지역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은 <제주의소리>가 20년 전 전성기를 누리다, 지금은 침체의 늪에 빠진 원도심에서 해답을 찾아나가려 합니다. 2004년 제주와 2024년 제주 사회를 비교해 보며 오늘의 위기를 진단하고, 내일의 해법을 모색합니다. [편집자 글]

1946년 1월 해방 이후 개교된 제주남초등학교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신입생만 400명이 넘을 정도의 과밀학교였다.  당시 졸업생들에게는 ‘콩나물 교실’이나 ‘2부제 수업’이 추억거리로 남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자 남초등학교에서 분리된 학교만 광양초(1951년), 오라초(1951년), 제주중앙초(1977년), 제주삼성초(1983년) 등 5개 학교나 된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남초등학교 학생수는 급감하기 시작했고, 2010년대부터는 신입생이 20~30명대로 줄어들더니 2020년에는 급기야 신입생이 8명에 불과할 정도로 쇠락했다.

2023년 신입생은 12명, 2024년 신입생은 16명이다. 특수학급과 유치원을 제외하고 학급수는 7개 밖에 안된다.

이런 현상은 비단 남초 뿐만 아니다. 일도초의 경우도 올해 신입생이 22명 뿐이고, 광양초는 27명이다. 해마다 신입생이 10명 이상 줄어들고 있다.

학생수 400명 이하 원도심 학교는 학군에서 제외돼 제주시내 어디에 살든 북초나 남초, 광양초, 일도초 등으로 보낼 수 있다. 

원도심 학교가 그나마 분교 수준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은 학군에서 배제(주소지에 관계없이 갈 수 있는 학교)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양초나 남초의 경우 매년 20% 정도는 학군이 아닌 곳에서 학부모가 선택해 진학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적으니 다른 학군에서 학부모들이 원도심 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다. 

그나마 북초등학교의 경우 2021년부터 학생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IB학교로 지정돼 매년 학생수가 늘어나 2024년도에는 34명이 넘는 신입생을 유치했다. 쇠락의 길을 걷는 다른 원도심 학교와 달리 북초등학교 학생수는 더디긴 하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원도심 학교 학생수가 급감하다 보니 심심치 않게 학교 통폐합 필요성이 제기되곤 한다. 북초와 남초를 통합하거나 동초와 일도초, 삼성초와 광양초 통합 얘기가 간간히 들린다.

이와 함께 신설학교에 전통이 있는 북초나 남초 명칭을 사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실제로 북초등학교 출신인 김영훈 제주시장은 2006년도에 신설학교에 북초등학교 명칭을 사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원도심 학교들의 분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학생수를 늘리기 위한 자구책으로 '제주형 자율학교' 지정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학군을 제외하거나, 제주형 자율학교로 지정한다고 해도 한계는 명확하다. 원도심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고령화되면서 학령인구 자체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희 남초등학교 교장은 "학생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지면 정말 분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역량학교로 지정받아 올해 신입생부터는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전국 최초로 4학기 제도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원도심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육청에선 학군을 제외하고, 각종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주인구를 늘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임숙경 제주북초 교장은 "IB학교로 지정되면서 제주시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도 우리 학교로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면서도 "학교를 살리기 위해선 인근에 주민들이 많이 살아야 한다"고 정주여건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