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솥밥 무소속 김영진 후보조차 “4.3망언, 조수연·태영호 공천 제외” 촉구

국민의힘 대전 서구 갑 조수연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nbsp;<br>
국민의힘 대전 서구 갑 조수연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기사보강=14일 오후 3시40분]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과거 제주4.3에 대해 '김일성의 지령을 받고 일어난 무장폭동'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 뒤늦게 드러난 가운데, 야권을 중심으로 제주사회가 일제히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제주지역 시민단체·기관 등이 참여한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4.3 왜곡·폄훼 발언을 한 후보자들에 대한 공천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4.3기념사업위는 "국민의힘 일부 공천자들의 부적절함이 76주기 4.3을 맞는 제주도민들의 아픈 상처를 덧나게 하고 있다"며 "3만 4.3영령과 10만 4.3유족, 도민들의 삶에 진정한 봄을 피게 할 진심이 있다면 태영호, 조수연 후보에 대한 공천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는 국민의힘이 제주4.3을 김일성의 지령이라고 발언하면서 4.3유족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까지 당한 태영호 의원을 구로구 을 선거구 후보로 확정한데 이어, 최근 대전 서구 갑 선거구 공천을 확정지은 조수연 후보가 같은 취지의 망언을 쏟아낸데 따른 입장이다.

조수연 후보는 2021년 자신의 SNS 계정에 '김일성, 박헌영의 지령 받고 무장 폭동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꿈꾸었는가'라며 4.3을 왜곡·폄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14일 성명을 통해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의 그릇된 역사인식에 아연실색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이게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한 '잘한 공천', '시스템 공천'의 결과물인가"라며 "제주4.3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의 뜻을 받든다면 지금이라도 태영호‧조수연 후보의 공천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국민의힘 제주도당을 겨냥해 "제주4.3 관련 망언과 망발이 이어질 때마다 공식적인 성명이나 논평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망발을 일삼은 인사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인가. 잘못된 역사 인식에 대해 입도 뻥긋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의아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제주시갑 선거구 민주당 문대림 후보측 현지홍 대변인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친일 망언은 그들의 4.3관련 망언과 궤를 같이 한다. 이쯤되면 국민의힘은 '망언 제조기 세력이라 불러도 될성싶다"며 "온 섬이 추모와 애도를 하는 4월 한 달만이라도 '망언의 입'을 다물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망언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없지만 정치적 책임까지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 끝내 국민의 공분을 외면한다면 국민들은 총선참패라는 회초리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귀포시 선거구 민주당 위성곤 예비후보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의 역사인식이 가관이다. 국민의 대표는 커녕 국민 자격도 없는 사람들을 공천하는게 국민의힘 수준"이라며 "제주도민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을 진실로 반성한다면 태영호, 조수연 같은 사람을 공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위 예비후보는 "잊을만하면 가슴 찢어지는 통한의 역사를 헤집어 놓는 몰지각한 집권여당을 단호히 심판해야 한다"며 "선거 때만 표를 얻기 위해 반성하는 척, 제주4.3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척 하는 두 얼굴에 다시는 속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략공천에 반발해 국민의힘을 탈당한 무소속 김영진 예비후보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김 예비후보는 이날 논평을 통해 "총선 때마다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제주4.3에 대한 잘못된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망언이 올해도 어김없이 튀어나왔다'며  "국민의힘은 이렇듯 그릇된 역사인식을 지니고 있는 후보를 공천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탈당 조치를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쟁상대가 된 국민의힘 고광철 예비후보를 향해서도 "고광철 후보가 지난 11일 국회 텃밭에 4.3을 상징하는 화단을 조성하겠다는 첫 번째 도민과의 약속을 듣고 경악했다. 제주의 가장 큰 아픔의 역사를 고작 텃밭에 선심 쓰듯 조성을 건의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감성정치와 지금껏 노력해온 도민들이 염원에 ‘숟가락 얹기’로, 이는 또 다른 방식으로 4.3 영령들을 능멸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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