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큰굿보존회·제주4.3한라산회, 4월 2일 ‘제주큰굿 붓시왕맞이’ 개최

국적과 이념을 초월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4.3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제주, 일본 두 지역의 의로움이 빛난다.

제주큰굿보존회와 일본 ‘제주4.3한라산회’는 4월 2일(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 야외공원에서 ‘제4회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위령제―제주큰굿 붓시왕맞이’를 개최한다.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행사의 역사는 1949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큰굿보존회에 따르면, 제주항 터미널 맞은편 쪽에 위치한 주정공장 옛터는 4.3 당시 주민들을 수용하던 최대의 수용소이자 감옥이었다. 1949년 3월 2일 제주도지구전투사령부(사령관 유재홍 대령)가 설치되면서 토벌대는 무장대와 전면전을 펼치는 한편으로 귀순작전을 펼쳐 나갔다. 한라산 일대에 3월 초부터 귀순을 권유하는 삐라가 집중적으로 살포됐다. 이때 많은 주민들이 하산해 주정공장에 수용됐다.

1949년 봄이 되면서 한겨울을 추위와 배고픔에 떨던 피난 입산자 중 살아남은 주민들이 대거 귀순하면서, 이곳 주정공장 창고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귀순자를 한 곳에 수용했고 부상자와 임산부도 같이 수용했다.

1949년 5월 11일, 주정공장을 방문한 국제연합한국위원단의 시찰 보고에 의하면 수용소에는 약 2000명의 수감자가 거주하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보다 약 3배가 더 많았으며 갓난애와 어린애들도 많았다. 이들 중 90%는 산에 숨어있다가 투항하였고 나머지는 군 토벌대에 의해 포로가 됐다고 한다. 수용소에 수감된 도민들에 대한 공식 재판은 열리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형량도 형무소에 가서야 들었다.

6.25가 터지자 형무소에 수감된 이들은 어디론가 끌려가 집단 학살됐다. 6.25가 일어나자 재검속으로 연행된 사람들을 제주 부두 앞바다에서 돌을 달아매어 수장했다는 증언이 있으며, 6.25 발발 며칠 후 예비 검속된 지역 유지 70여 명을 산지 앞바다에 수장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시기 일본 대마도의 해안에 수백구의 시체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시신을 거두어 정성껏 묻어준 일본인이 있었다. 바로 故 에토 히카루다. 그의 아들(에도 유키하루)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아 2007년 5월에 대마도 북쪽 사고 만 지역에 공양탑을 세웠다. 제주에서 일어난 역사의 아픔을 후세에 전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부인과 함께 매해 위령제를 봉행해 왔다. 

대마도에 있는 표류 희생자 공양탑. 4.3과 예비검속 당시 희생자를 포함해 1950년대 대마도로 떠밀려온 한국인들을 추모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대마도에 있는 표류 희생자 공양탑. 4.3과 예비검속 당시 희생자를 포함해 1950년대 대마도로 떠밀려온 한국인들을 추모한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제주에서도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추모제가 열렸다. 2018년과 2019년 일본 단체 제주4.3한라산회와 제주 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가 주관하고 실행위원회를 꾸려 주최하는 한일공동 위령제가 열렸다. 제주에서는 4월 2일에, 대마도에서는 9월 16일에 봉행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한일공동 위령제가 잠정적으로 중단됐다.

지난해 3월 13일 제주시 건입동 옛 주정공장 터에서 주정공장수용소 4.3역사관이 개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월 2일에는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던 제3회 한일공동 위령제가 다시 열렸다. 제주큰굿보존회와 제주4.3한라산회, 제주민요,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유족협의회가 함께 뜻을 모았다.

제주큰굿보존회는 "우리와 4.3한라산회는 10년을 약속하고 제주와 대마도의 위령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4월 제주의 위령제는 제주큰굿이, 9월의 대마도 위령제는 4.3한라산회가 책임을 맡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바다로 떠밀려온 제주4.3 희생자를 수습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일본 대마도 주민 에토 유키하루(왼쪽), 제주4‧3한라산회 소속 나가타 이사무.ⓒ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바다로 떠밀려온 제주4.3 희생자를 수습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는 일본 대마도 주민 에토 유키하루(왼쪽), 제주4‧3한라산회 소속 나가타 이사무.ⓒ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이날 열리는 ‘붓시왕맞이’는 초감제와 시왕맞이를 붙여서 하는 굿이다. 시왕맞이와 같이 저승 염라대왕과 대명왕 차사를 청해서 망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곱게 데려가서 극락왕생하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붓시왕맞이에서는 본향을 청하는 내용이 생략된다. 지금까지 제대로 재판을 받지 못한 영가의 억울함을 대명왕 차사님이 다 들어서, 이승에도 재판 잘 되게 해주고 저승 염라대왕 앞에서 영가들의 죄를 소멸시켜서 왕생극락 시켜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붓시왕맞이에서는 제주4.3한라산회가 준비한 대마도 아리랑 공연, 제주소리 회원들이 준비한 노래 ‘한오백년’, 안복자의 살풀이 공연이 열린다.

제주큰굿보존회는 “오랜 세월 제주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했던 그 오랜 치유법인 제주굿을 통해 주정공장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는 특별한 하루를 마련한다. 더불어 어쩌면 잊힐 수도 있었던 타국의 바다로 흘러온 영혼을 기억해준 대마도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다”면서 “특히, 김시종이라는 제주 출신 시인의 말을 듣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대마도 위령제를 이어온 제주4.3한라산회의 진심을 생각해보는 시간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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