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8)

꽃들의 이름은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조상들의 눈썰미는 참으로 놀라워서 사물의 특징을 딱 꼬집어 내는 지혜가 있습니다.

예를들면 개불알꽃에는 큰개불알꽃과 그냥 개불알꽃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큰개불알꽃이 더 꽃모양이 큰 것으로 알기 쉽지만 꽃모양은 오히려 그냥 개불알꽃이 큽니다. 그런데 왜 꽃이 작은데도 큰개불알꽃이 되었는가 하면 씨앗의 크기가 크기때문입니다.

때로는 꽃모양에서, 때로는 씨앗의 모양에서, 때로는 쓰임새에 따라서, 특성에 따라서 그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렇다면 오늘 소개해 드리는 짚신나물은 무슨 연관성을 가지고 지어진 이름일까요? 어떤 외형적인 공통점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고 제가 상상해 보기로는 씨앗의 성질상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이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짚신나물은 일단 뿌리가 깊습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일단 피기 시작하면 지천에서 피어납니다. 지천에서 피어나 씨앗을 맺으면 동물들의 털이나 사람들의 옷에 뭍어서 천리고 만리고 붙어갑니다. 그러니 어쩌면 자기는 하나도 힘을 들이지 않고, 천리길 만리길을 걸어가는 것이죠.

짚신은 서민들의 신발이었습니다.
지천에 피어나면서도 뿌리가 깊다는 것은 흔하면서도 그 생명력이 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가 만난 짚신나물은 영주십경 중 제 일경인 성산일출봉에서 이른 새벽에 만난 것입니다. 어찌보면 조금 특별한 곳에 피어난 꽃을 잡은 것입니다. 평범한 꽃을 조금 특별한 곳에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여름철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녘을 바라보면 우리의 눈에 들어올 꽃들, 그러나 너무 흔해서 그냥 주목도 받지 못하고 지나치게 되는 꽃이기도 합니다.

민중들의 삶과 너무 닮지 않았는지요?
흔하면서 주목을 받지 못하고, 그러나 동시에 수풀 어딘가에 그것이 없으면 허전하고 쓸쓸할 수밖에 없는 존재, 그래서 곁에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알지 못하다 스러진 후에야 비로소 그 존재의 가치를 알게 되는 꽃이 바로 짚신나물꽃이었습니다.

아주 작은 꽃, 흔한 꽃.
그러나 그것은 아무에게나 보여주질 않습니다. 아니, 보여준다고 해도 마음 깊이 남아있질 않습니다.

아주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보잘 것 없는 사람들 조차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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