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들(10)

우문 :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언제일까요?
현답 : 제 철에 피어난 들의 꽃이 가장 아름다을 것입니다.

'우문현답'같고 정답같습니다만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언제나'입니다. 산수국의 겨울나는 모습을 보면 제가 왜 이런 대답을 했는지 아실 것입니다.

흔히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은 언제인가하는 질문을 하면서 10대 혹은 20대 청년의 시절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이 답도 잘못된 것은 아닐런지요?

'인생의 모든 때가 아름답다' 이것이 정답이 아닐런지요.

자연은 언제, 어느 한 순간이고 아름답지 않은 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간혹은 우리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제주에 폭설소식이 있은 다음 날, 평지에는 싸락눈만 내렸습니다. 아니, 강풍을 동반했으니 하늘에서 내린다기 보다는 옆에서, 땅에서 치밀어 오르는 듯한 우박과 싸락눈이 내리고, 이내 녹아버리니 눈구경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날은 중산간지역으로가면 쉽게 눈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쓰는 방법 중에 하나죠.

아이들이 눈구경하고 싶다고 하면 한라산중산간도로를 찾습니다. 봄이 오기전까지는 언제든지 눈이 쌓여있습니다.

이렇게 눈이 쌓여 있는 계절에는 꽃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복수초가 필려면 아직도 멀었고, 수선화는 평지에서 피니 눈과 함께 어우러진 모습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동백도 마찬가지구요.

그런데 꽃이라고 하기엔 초라하고, 그렇다고 꽃이 아닐 수도 없는 산수국을 만납니다. 헛꽃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드라이플라워를 한 듯한 모습으로 하얀 눈속에 꼿꼿하게 서 있습니다.

산수국의 헛꽃은 곤충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참꽃과 구분이 됩니다. 그러나 산수국이 생명을 이어가려면 반드시 이 헛꽃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저는 '주변부'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모든 것이 중심부의 사람 ㅜ몇몇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주변부의 사람들, 민중들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이끌어 왔습니다.

또 하나 산수국의 헛꽃은 참꽃이 한창 피어있을 때에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곤충들을 유인하고, 또 하나님께 자기의 소망을 담아 기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겨울을 보내고 있는 헛꽃들을 보니 한결같이 고개를 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제 씨앗을 땅에 뿌렸으니 땅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저 생명들 잘 자라게 해주십시요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요.

헛꽃이지만, 주변부의 삶이었지만 그것을 마다하지 않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얀 들판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산수국, 화들찍 핀 계절의 화려함은 없어도 수수하고 아름답습니다.

'나에게로 다가온 제주의 꽃'을 연재하는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 종달리에 살고 있으며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한다. 목사이며, 수필가로 근간 자연산문집<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꽃을 찾아 떠난 여행 1,2권>이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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