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정상에서 본 일출] 우리사회와 모든 가정에 새 희망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 2004년 일몰(한라산 오백장군에서)ⓒ오희삼
다시 겨울입니다. 올 한해 잘 보내셨는지요.
행복한 미소로 연말을 보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
기분 좋은 뉴스보다 코끝을 아리게하고 가슴 미어지고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아야 했던 소식들로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 2004년 일몰(한라산 오백장군에서).ⓒ오희삼

안개속에서 모든 것을 덮을 기세로 내리는 폭설이
올 한해 시름과 설움으로 얼룩진 감정의 찌꺼기를 모두
덮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2004년 달(한라산 오백장군에서).ⓒ오희삼

갑신년 새해를 이 겨울 맞이했듯이
폭설 내리는 이 겨울 또 다시 한해를 맞이합니다.
비워내야만 비로소 채워지듯이,
오늘 저 해를 보내야 비로소 내일의 해가 떠오르겠지요.

▲ 일출 여명(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세밑을 강타한 지진과 해일로 수많은 생명들이
차가운 바다속으로 스러져 갔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의 거대한 위력 앞에서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었이겠는지요.

▲ 일출(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냉혹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저 얄로의 동물들은 닥쳐오는 재앙을 미리 감지하고
모두들 산으로 산으로 대피를 했다지요.

▲ 일출 여명(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첨단의 물질 문명을 자랑하는 인류 문명의 기술로도
예감할 수 없었던 자연의 메시아를
동물들은 자연의 언어를 해독하듯 육감으로 느꼈던 것입니다.

▲ 일출 여명(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본능에 충실하고 욕망을 잠재우며 이 세상 살아가는
야성의 생존 방식 앞에서 초라해질 수 밖에 없는 우리가 아닐런지요.

▲ 일출(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조금씩 자연과는 멀어져가고 편리한 문명에 길들여지면서 우리가 겪어야만 하는 통과의례와도 같은 의식을 치르는것은 아닐런지요.

▲ 일출(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한해의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지나간 날을 되돌아보면
어찌 그리 아쉬움만 남는지요.

▲ 일출(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가슴에 새긴 벽두의 다짐들은 흐릿한 기억속에 가물거리고
별다를 것 없는 마지막 날의 노을 앞에서,
장엄하게 스러져가는 갑신년의 마지막 태양을 전송하며,
그래도 희망을 꿈꾸어봅니다.

▲ 일출(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비틀린 목으로 절규하며 홰치는 닭의 울음처럼,
절망속에서 그래도 우리가 꿈꾸어야 할 것은 희망일 것입니다.

▲ 일출(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을유년의 새아침은 그렇게 맞아야할 것입니다.
저기 에오스(Eos)의 '장밋빛 손가락'이 밤의 장막을 걷어내며
새 희망을 건져올리는 소리 우렁찹니다.

▲ 일출(백록담 정상에서)ⓒ오희삼

바람과 별의 어머니여!
을유년 희망의 새해를 솟구치시라.
깊은 어둠 사르고
겹겹의 어둠마져 헤치고 솟구치시라.

간밤의 달빛과 별빛들 모두 모으고
일출봉 너머 푸른 동해의 안개구름 너울을 딛고
시뻘건 해를
힘차게 힘차게 솟구치시라.

※ 오희삼 님은 한라산국립공원에서 10년째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한라산지킴이입니다. 한라산을 사랑하는 마음을 좋은 글과 사진으로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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