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다움의 보편타당성 추구

항공편으로 일본과 중국의 주요 도시로부터 2시간 이내에 도달 가능한 지정학적 특성을 토대로 제주는 국제적인 관광지로의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2006년도 관광통계에 의하면 제주방문 전체 외국관광객의 39%를 점유한 일본관광객 및 31%의 중국관광객의 비중은 이동소요시간의 측면에서 비교우위에 놓인 제주의 지정학적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섬 관광지로서 제주의 벤치마킹 대상인 하와이를 방문한 최대 외국관광시장은 하와이로부터 인접한 일본관광객이고, 호주와 일본관광객 비중이 매우 높은 발리의 전체 외국관광시장도 동일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관광통계의 관점에서 제주와 하와이, 그리고 발리의 공통점은 이동거리와 비례한 외국관광객시장의 특성인 반면, 외국관광객시장의 다양성 측면 및 수적 측면에서 제주는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을 토대로 일본과 중국에 편중된 외국관광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하고자 미주와 유럽시장을 직접 겨냥한 홍보마케팅의 성과는 측정조차 무의미한 실정이다. 이동거리 및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의 편리성 관점에서 비교열위에 놓인 제주의 지정학적 특성을 감안하면 일본과 중국을 방문한 미주 및 유럽국적 관광객이 제주를 경유할 수 있는 간접적 홍보마케팅으로의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2006년도 관광통계를 기준으로 제주방문 최대 외국관광객시장인 일본과 중국관광객 수는 각각 17만여 명과 14만여 명이다. 일본의 주요도시로부터 항공편으로 2시간 이내에 도달 가능한 제주도를 방문한 17만여 명의 일본관광객 수(數)를 연 평균 1,700만 명에 육박하는 일본의 해외관광객 수와 비교해 보면 수적 측면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처럼 지리적 인접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주방문을 외면하는 일본 및 중국관광시장의 근본원인을 단일요인으로 진단하는 건 비현실적이지만 대체로 경쟁관광지와의 차별화 실패가 핵심원인으로 제시될 수 있다.
 
세계적인 섬 관광지인 하와이에는 외국관광객전용 카지노조차 불허되고 있지만 일본관광객이 평생 한번은 방문해야 할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천혜의 기후조건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골프장조차 없는 발리의 최대 외국관광시장은 일본관광객이다. 반면 대한민국 카지노의 절반인 8개의 외국인전용카지노가 운영되고 있고 세계 100대 골프장으로 선정된 골프장을 포함한 20여개의 골프장이 조성된 제주는 경쟁관광지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다만 하와이와 발리에서는 열대성 기후로 연중 해양레저스포츠가 가능한 점을 제외하면 자연경관의 측면에서 제주가 비교열위에 놓인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
 
제주의 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경쟁관광지와의 차별화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식도락(食道樂)에 대한 일본 및 중국관광객의 욕구를 간과한 제주관광의 방향이다. 서구적 관점에서 날 음식에 대한 기피로 한때 경멸의 대상이었던 일본음식의 이미지는 고가의 건강식으로 변화되면서 세계화에 성공하였다. 또한 인도의 카레보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일본식의 카레라든지 서양음식인 커틀릿을 돈가스로 재탄생시킨 것처럼 일본 식문화의 다양성으로 미식(美食)에 대한 선호가 형성된다. 동일한 맥락에서 광활한 대륙에서 다양한 이민족과의 상호작용으로 산해진미(山海珍味)가 풍부한 중국 식문화의 배경을 감안하면 관광목적지 선택요인 중 식문화의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다.
 
제주의 음식문화가 세계적 식도락 민족인 일본과 중국관광객의 기대수준에 부합된다면 제주로의 방문은 자연스럽게 급증할 것이다. 그런데 국내외 관광객을 막론하고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각광받는 요리는 고등어조림과 갈치구이, 전복죽 등처럼 주로 해산물의 신선도가 부각되었을 뿐, 제주 향토음식으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전통적인 잔치음식으로 빠질 수 없는 몸국인 경우 향토성은 부합되지만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대중화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식문화의 정체성이 모호한 해산물 위주의 요리로는 식도락가인 일본과 중국관광객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킬 수 없고, 장기체류하지 않고서는 몸국 등의 향토성 높은 음식의 가치를 음미하기란 어렵다.
 
세계적인 섬 관광지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제주 향토음식의 세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세계 각지의 유일무이한 음식 자체는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보편적 인지도가 형성되지 않은 음식을 선뜻 시식하는 관광객 유형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즉, 사진이나 그림 등의 시각적 매개수단으로 관광목적지의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는 것과는 달리 음식은 대리경험이 불가능한 관계로 홍보마케팅으로는 보편적 인지도 형성이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최대한 다양한 문화배경에서도 독특성이 인식될 수 있도록 제주음식 자체에 대한 변용이 선행되어야만 보편적 인지도 형성이 가능해진다.
 
제주 식문화의 특수성은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확보하는 이른바 ‘보편화된 특수성’의 실현가능성은 좁은 문을 통과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예산투입으로 가시적인 산출이 가능한 골프장이나 케이블카, 카지노처럼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는 손쉬운 선택을 해서는 차별화된 세계적인 섬 관광지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일본 고유의 음식인 초밥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승화시킨 일본인을 제주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상응한 노력이 제주에서도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종합해 보면 식문화를 위시한 제주관광의 미래방향은 제주다움을 세계인의 보편타당한 가치로 인식되도록 경주하는 것이다. <제주의소리>

<문성민 시민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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