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온전히 하루 종일 따스한 봄날같은 날이 있었을까?
지난 1월28일 참 오랜만에 따스한 햇살, 전형적인 제주의 창명한 날씨를 온 종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제주의 동쪽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하도철새도래지에서 해넘이를 담아보았다.

▲ 한라산이 지척에 있는 듯 하다. 잃어버린 마을, 다랑쉬오름과 큰오름이 함께 어우러져 황혼의 빛깔을 더 처절하게 아름답게 만들어 간다.
▲ 갈대는 갈색이 아니라 흙의 빛깔이다.
흙으로 돌아가기 전 흙의 마음을 가득담아 흙의 빛갈이다. 갈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들거나 자기의 때를 다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모든 것은 흙의 빛을 띤다.
흙의 빛을 간직하는 그 순간부터 그 삶이 얼마나 부드러워지는지 모르겠다.
▲ 홀로 수면을 오가는 철새 한 마리가 외로워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도해 보인다. 삼라만상이라는 것이 어떤 마음, 어떤 상황인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그저 그렇게 물위를 오가는 자유를 그에게서 본다.
▲ 그저 그렇게 한 풍경, 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 작은 풍경의 한자락 속에는 수많은 동화같은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아니, 뷰파인더에 빛의 세계가 들어와 전혀 다른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 황혼빛의 물결을 닮은 천같다.
어떤 염료로 저런 물을 들일 수 있을까?
쪽빛을 닮은 염료가 있다. 그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 모두 쪽빛이 된다.
저 곳에 들어갔다오면 모두 그 빛깔로 물들 것만 같다. 그 깊은 속내까지도 전부 그 빛깔로 물들여질 것만 같다.
▲ 잠시 이대로는 안된다며 푸른 하늘이 잠시 드러난다.
혼돈(카오스)와 질서(코스모스)의 투쟁의 장을 보는 듯 하다. 그러나 자연의 투쟁들은 더불어 삶의 묘미를 보여준다. 인간들 처럼 학살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 이제 서서히 어둠이 밀려온다.
육안으로 얼만큼을 볼 수 있을 것인지 동공을 열어보아도 희미해지는 풍광들, 그 어둠 속에서 삼라만상이 또 다른 날을 위해서 휴식에 들어간다.

하도철새도래지의 해넘이, 그 곳에서 또 다른 날에는 해돋이를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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