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투자개방형병원 추진계획’ 보고…“제주=시험대 전락” 비판
제주도 “전국으로 풀면 경쟁력 없다…최소한 선점 효과” 부서별 '딴소리'

제주도가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법인병원)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정부의 서비스산업선진화 방안(의료분야) 추진상황을 거의 파악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제주에 시범 실시하겠다는 것은 실패할 경우 제도 도입 자체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왜 제주도가 위험부담을 안고 총대를 메냐는 질책이 쏟아졌다.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임문범)는 20일 오전 10시 도의회 회의실에서 제주도 국제자유도시본부장, 보건복지여성국장, 특별자치도추진단장 등을 출석시켜 투자개방형병원 도입 추진계획을 보고 받았다.

강산철 국제자유도시본부장은 보고를 통해 “정부의 입장은 투자개방형병원 도입은 일정지역(제주)에 한해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국민건강보험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라며 “이러한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시 ‘법적 명문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박희수, 강원철, 방문추 의원. ⓒ제주의소리
# 영리병원 하겠다면서 정부에서 관련예산 증액한 것도 모르나?…“코미디 같은 일”

이 같은 제주도의 추진계획에 대해 복지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정부가 전국으로 확대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에 질문의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기획재정부가 전국 확대를 적극 주장하고 있고, 보건복지가족부도 ‘시범 실시’를 전제로 달고 있긴 하지만 서비스산업선진화 방안을 통해 전국 확대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희수 의원은 “보건복지부는 원칙적으로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왜 시범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인지 이유를 알고 있다”면서 “그렇게 좋은 것이면 전국으로 확대하면 될 것인데, 정부에서조차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정책이기 때문이다”고 포문을 열었다.

박 의원은 이어 “시범사업이 뭐냐. 실패하면 안 하고, 성공하면 전국 확대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대로 왜 제주도가 총대를 메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영리병원 추진과 관련해 정부예산이 당초 10억원에서 62억원으로 증액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지만 이에 3명의 국장들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사정이 이렇자 박 의원은 “정부가 예산을 만들어 줘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영리병원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에 있나”면서 “사실 선점 효과도 없다.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는 사업에 대한 위험부담을 안고 추진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나. 코미디와 같다”고 제주도정의 사업추진 행태를 맹비난했다.

박 의원은 특히 “도에서 내세우는 (영리병원 도입) 논리 중에는 육지부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의료서비스 낙후 논리가 있다. 물론 해소를 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영리병원을 짓는다고 해서 해소가 되나. 2000억원을 투입한 제주대병원이 있는데, 여기에 집중 투자해 좋은 의료진, 장비 갖추면 되는 것 아닌가. 이상한 식의 논리를 개발해 마치 투자개방형병원이 들어와야 해결된다는 논리로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철 의원은 정부의 각종 현안사업 추진과 관련해 “제주도가 실험장소(테스트베스)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를 집중 제기했다.

강 의원은 “제주도가 중요현안에 대해 시범적인 장소가 되고 있다는 데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것(영리병원) 역시 그런 것이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서비스산업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전국 확대로 가기 위한 전 단계 아니냐. 제주도가 테스트베스가 되고 전국으로 확대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또 “만약 전국으로 확대됐을 경우 누가 제주에 투자를 하겠나”면서 “또 건강보험료로 현행처럼 유지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수익이 나지 않은 투자개방형병원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투자개방형병원’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방문추 의원은 “모든 정책은 도민의 믿음과 신뢰에 기초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해군기지의 경우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강행하고 있고, 영리병원은 지난해 도민여론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추진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도민들이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추궁했다.

임문범 위원장은 “집권여당에서는 (제주 국한 허용)을 절대 안 해준다. 영리학교의 경우도 집권여당은 전국적으로 풀자고 했고, 야당이 제주에 한정하자고 하지 않았나”면서 ‘전국 확대’를 기정사실화 했다.

▲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임문범)는 20일 오전 10시 도의회 회의실에서 제주도 국제자유도시본부장, 보건복지여성국장, 특별자치도추진단장 등을 출석시켜 투자개방형병원 도입 추진계획을 보고 받았다. ⓒ제주의소리
# 제주도의 입장은 도대체 뭐냐?…부서별 의결조율 ‘미흡’ 부서별 ‘딴소리’

하지만 투자개방형병원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은 명확히 조율이 되지 않아 부서별로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는가 하면 중앙부처에서의 영리병원 관련 추진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의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추진동향은 물론 정부의 영리병원 관?예산 증액(10억→62억) 현황도 파악하지 못해 의원들로부터 “아이러니한 일. 코미디 같은 상황”이라는 질타를 받아야 했다.

특히 ‘정부의 시범실시 후 전국 확대’ 방침과 관련해 현만식 보건복지여성국장은 “제주도의 입장은 전국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면 포기할 것이다. 전국으로 푼다면 경쟁력이 없다. 제주에 한해 도입되더라도 의료특구에 한해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말해 의원들이 발언의 진위를 재확인하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현 국장의 답변대로라면 사실상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이 전국으로 확대할 경우 제주도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 추진을 중단할 수 있다는 ‘민감한’ 표현으로, 액면 그대로하면 제주 영리병원 추진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 셈이다.

이에 반해 강 본부장은 “정부의 입장은 투자개방형병원 도입은 일정지역(제주)에 한해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국민건강보험제도는 현행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라며 “이러한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시 ‘법적 명문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제주에 시범적으로 도입이 되면 최소한의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고 현 국장의 ‘전국으로 푼다면 경쟁력이 없다’는 답변과 질적 차이를 보였다.

그러자 현 국장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해서야 되겠나. 문을 여는 자체서부터 너무 몸을 사려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先 제도개선, 後 시행여부 결정’ 방침으로 한발 물러섰다.

오인택 특별자치도추진단장은 “정말로 문제가 있고, 도민에게 해악이 있다면 무슨 이유로 도정이 (투자개방형병원을) 하겠다고 하겠나”면서 “건강보험료 당연지정제 폐지, 의료양극화 심화 등 오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가정해서 도입 단계에서부터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는 것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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