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민의 상상의 섬] 기존 교통수단과의 비교분석

  전라남도 해남군과 제주도를 연결하는 해저고속철도의 기본구상은 서울-제주 노선 항공수요의 대체가 가능하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해저고속철도의 완공으로 2026년 1,500만 명의 이용객 수가 2036년에는 2,056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제시한 근거는 항공요금의 71%로 책정된 고속철도 이용요금에 기인한다. 그리고 육상교통수단인 고속철도를 이용하더라도 서울을 출발하여 제주로 도착하기까지 불과 2시간 30여분이 소요된다면 평균비행시간이 1시간인 항공교통수단과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전제되어 있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토대로 추정해 보면 서울-제주 간 고속철도의 요금은 저가항공사의 요금과 동일수준에서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즉 고속철도의 요금체계가 대형항공사 기본운임(84,400원)의 71%를 적용한다면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인 제주항공의 기본운임(58,000원)과 동일한 수준인 59,000원이 산출된다. 그런데 2009년 4월 현 시점에서 서울-목포 간 KTX 기본운임은 40,500원이고, 목포-제주 간 최저 여객운임인 23,600원을 합산한 이용금액은 64,000원이므로 58,000원으로 책정된 저가항공사 요금을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고속철도의 요금체계가 저가항공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향후 이용요금의 인하가 전제되어야 한다.
 
  서울-제주 간 고속철도의 요금이 저가항공사 요금과 동일수준에서 책정되려면 현행 40,500원으로 책정된 서울-목포 노선의 요금인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철로를 고속철도 전용선로로 대체하거나 신설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요금인하의 실현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73km의 해저터널 구간을 포함한 총연장 167km의 목포-제주 간 고속철도 이용요금이 저렴해져야 하지만 오히려 요금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농후하다. 즉 목포-해남 간 육상구간의 1km당 425억 원의 공사비용과 비교해 보면 해상구역인 해남-보길도 구간인 경우 1km당 1,000억 원, 그리고 해저터널 구간은 1km당 1,200억 원이므로 육상구간보다 최소 2.5배 이상의 추가지출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가기준 요금산출의 원리를 감안하면 목포-제주 간 고속철도의 이용요금은 현행 3등 여객선 운임을 상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통수단
기본운임
항공사
대한항공
서울-김포
84,400
아시아나항공
84,400
제주항공
58,000
이스타항공
57,900
철도
KTX
서울-목포
40,500
여객선
3등 객실
목포-제주
23,600
2등 객실
30,700
 
 
 고속철도 건설에 소요될 초기투자비용을 감안하면 대형항공사 기본운임의 71%, 즉 저가항공사 이용요금과 동일한 수준에서 책정한 고속철도 요금체계에 대한 면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가항공사와의 가격경쟁력에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없다고 가정하면 향후 고속철도의 실질적인 경쟁대상은 대형항공사로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가항공사를 마다하고 대형항공사를 선택한 동기로는 쾌적성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일 것이다. 그렇다면 김포공항에서 이륙하여 중간기착 없이 1시간 후면 제주국제공항에 도착 가능한 항공노선과는 달리 고속철도 노선에는 최소한 8개 역의 정차가 예정되어 있다. 즉 서울 용산역에서 출발하면 광명>천안아산>오송>공주>익산>정읍>광주>목포역에서 승하차하면 쾌적성이 저해될 수밖에 없으므로 대형항공사를 선호하는 이용객을 유치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호남-제주 고속철도 구간 중 보길도-제주 간 73km의 해저터널 구간을 통과하는 자체가 매력요인으로 인식될 소지는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특히 '신기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고가의 이용요금에도 불구하고 고속철도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정반대의 상황이 상정될 수 있다. 즉 최대 수심 100m 지하를 관통한 해저터널의 폐쇄적 분위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고려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고속철도를 배제할 개연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이러한 터널 공포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최대한 신속히 해저터널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다.
 
  총연장 167km의 목포-제주 구간의 소요예상시간은 40분이므로 목포에서 출발한 고속철도는 평균 250km/h의 빠른 속도로 제주에 도착할 수 있다. 그런데 해남역이 신설되거나 또는 보길도/추자도에서 정차하게 되면 평균속도는 250km/h를 상회해야 하지만 안전과 유지관리의 측면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속도이다. 즉 28km의 해상교량 구간 및 73km의 해저터널의 특수한 환경을 감안하면 시설물의 안전과 유지관리의 측면에서 설계속도보다 대폭 하향된 속도가 채택될 것이다. 따라서 목포-제주 구간에서 1~2개의 정거장이 신설되고 해상/해저터널 구간에서 감속운행이 불가피하다면 현행 40분으로 제시된 이동시간의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호남-제주 해저고속철도 기본구상이 실현화되기 위해서는 초기 논의단계부터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장밋빛 전망에 도취되어 체계적인 타당성 분석은 수행하지 않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특정 변수를 배제한 채 사전 의도한 결론을 유도하는 타당성 분석으로는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국책사업으로 제2新공항 건설을 요청한 제주도로서는 해저고속철도와 제2新공항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하면 타당성 분석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문성민 지역희망디자인센터 연구위원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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