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불참은 민중의 저항 방법이었지, 권력자의 꼼수가 될 수 없다.

▲ 김동주 제주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제주의소리
김태환 소환대상자의 투표불참 공식선언

전국 최초의 광역자치단체장에 대한 주민소환에 온 국민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8월 6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주민소환투표 발의에 이어 8월 7일, 도지사 주민소환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하는 투표 운동이 시작되었다.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차량 4대를 이용해 하루 7명의 연설원으로 주민소환 찬성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5~6월 청구서명기간 때 약 3,000여명의 수임인들이 도내 각지를 다니며 서명요청활동을 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이는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민소환투표운동을 할 수 있는 방법과 인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김태환 소환대상자는 TV토론에도 불참할 예정이고, 차량 유세도 하지 않는 등 주민소환투표에 대해 기본적으로 무대응 한다는 전략을 세웠으면서도, ‘민생탐방’이라는 명목으로 매일 도민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또한 자신의 지지자 3,000여 명들이 물밑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기도 하며, 몇몇 충성파 고위직 공무원들이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행동을 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12일 본인의 홈페이지에 “투표 불참! 쉽고 확실!”이라는 구호의 팝업광고를 올리며 투표불참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투표율이 3분의 1이 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투표함이 개봉되지 않는 점을 노리고 불참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약자가 아닌 권력자의 투표 보이콧은 ‘졸렬한 발상’이라는 비판(하승수, 8월 7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김태환 소환대상자는 도민들에게 투표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로서 그가 선택한 전술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못된 습성의 표현이고, 지역최고정책결정자로서의 자질이 없음을 공개하는 것에 다름없다. 이에 대해 주민소환운동본부는 “도민들에게 투표불참을 종용하는 것은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도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자치역량을 후퇴시키는 일이다”라고 논평했다.

제주 땅에서의 선거불참, 역사의 희/비극 교차

이와 같은 권력자의 투표불참 선동은 역사적으로 보면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한반도 땅에서 최초의 투표 보이콧이 일어나 성공한 곳이 바로 여기 제주도이기는 하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정반대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1945년 해방 이후 남북으로 분단된 채 각기 군정이 실시되던 한반도의 국가건설과 관련해서 UN은 남한만의 단독선거를 결정하였다. 이에 대해 한반도의 민중들은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단독정부수립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였다. 그리고 그 정점은 “단독선거, 단독정부 수립 결사반대”를 내걸고 1948년 4월 3일 제주도에서 일어난 무장봉기였다.

36년간 일제에 의한 식민지통치에서 해방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외세에 의해 나라와 민족을 분단시켜야하는 선거라면 거부해야 하는 것이 마땅했던 것이다. 그리고 1948년 5월 10일, 38선 이남의 땅에서 최초의 보통선거가 열렸지만 제주도에서는 무장대에 의한 투표소 습격, 선거관련 공무원 납치 및 선거인 명부 탈취 뿐 아니라, 일반 제주도민들은 산으로의 피신을 통해 선거를 보이콧했다.

제주4.3은 외세와 권력자에 의해 강요된 잘못된 의사결정에 대한 민중의 통렬한 저항이었으며, 제주도를 남한 유일의 선거 거부지역으로 역사의 장에 기록하였다.

4.3재단 이사장과 4.3전문가인 두 부지사는 무엇을 하고 있나

그러나 투표 보이콧이라는 방법은 같지만 2009년의 제주도는 1948년의 제주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권력자의 거짓말에 속고, 무시당해왔던 도민들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인 주민소환투표가 도민들의 적극적인 청구서명을 통해 발의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권력자가 투표에 불참하라고 선동하고 있다.

61년 전의 투표 보이콧은 제주도민들의 위대한 투쟁방법이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김태환 소환대상자의 투표보이콧은 권력자가 약자의 투쟁방법을 전유하는 비열한 짓일 뿐 이다. 

역사의 희/비극이 교차하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4.3전문가인 양조훈 환경부지사와 4.3평화재단 이사장인 이상복 행정부지사는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부지사들도 그를 임명해준 도지사의 명령을 따를지, 아니면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도민의 공복으로서 7만 7천여 도민들이 만들어 준 소중한 주권 행사의 기회에 동참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직무정지된 도지사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는 부지사로서 유권자들인 제주도민들의 투표참여라는 권리행사를 독려하지 않는 것은 선거불참을 선동하는 김태환 소환대상자의 입장과 다르지 않은 것처럼 비춰진다.

이상복과 양조훈, 두 부지사는 4.3 관련 인사로서 뿐 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의 임시수장으로서 도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직접 민주주의 절차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김동주 제주대학교 대학원 사회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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