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 인터뷰] 도법 스님 “‘포장용’으로 평화를 사용하면 안돼”

제주의 소리 창간 1주년을 축하해 주시기 위해 도법스님께서 오셨다. 작년 4월 생명평화 탁발 순례를 다녀가신 후, 근 1년여 만이다. 창립기념 행사 막바지 준비로 정신이 없던 지난 토요일 1시경, 크라운프라자 호텔 연회실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도법 스님.ⓒ제주의소리
- 바쁘실텐데 제주의 소리 창간 1주년을 축하해 주기 위해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님께서는 제주의 소리 ‘자문위원’이시기도 하는데요. 인터넷 신문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이신가요.

“관심은 있는데, 사실 볼 줄도 잘 몰라(웃음)...”

- 우선 창간 1주년을 맞는 제주의 소리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역사회에 ‘시민의 소리’가 충실하게 반영되는 시민단체와 언론이 있는 지역과 없는 곳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주민의 뜻을 충실하게 담아내는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특히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제주지역에도 ‘제주의소리’가 만들어지고, 1년 만에 제주 지역사회에서 이렇게 자리를 잡았으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1년을 그렇게 걸어왔듯 계속 힘차게 나아갔으면 합니다.”

- 최근 정부로부터 제주는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됐습니다. 생명평화의 섬이 되기를 누구보다도 기대해왔던 스님으로서도 남다른 느낌이 있으실 것 같은데....

▲ ⓒ제주의소리

“평화는 인류역사가 추구해온 공동의 이상이자 가치입니다. 현대사에서 너무나 큰 상처를 안고 있는 제주지역으로서는, 평화의 섬으로 나가고자 하는 도민들의 염원도 위대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정부가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 또한 현명한 결정이라고 봅니다. 평화를 가치로 삼았으면서도 실제 역사는 늘 평화가 위협당하고 짓밟히고 파괴돼 온 것이 우리 역사이자 사회였습니다. 이런 점에서 기존 평화에 대한 개념규정은 물론, 진지한 완성적 성찰이 필요합니다. 이념적으로서의 평화가 아니라 "개개인의 생활에서 너와 나의 관계가 평화로운, 그런 평화"를 제대로 이루기 위해 제주가 가야합니다. 평화의 섬이 되려면 그런 의미를 담아야만 진정한 평화의 섬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명분은 평화를 내세우면서 세력의 이해득실 등의 ‘포장용’으로 평화를 사용하면 안 될 것입니다”

- 의미심장한 화두를 던져주셨습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는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고, 올해는 어느 지역을 순례하실 생각이십니까?

▲ ⓒ제주의소리

“작년 12월 21일까지 경남 지역 순례를 마쳤습니다. 남해에서 끝냈지요. 연말연시와 설 연휴 등이 겹치고, 날씨관계로 그 동안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3월1일부터 전남 광양에서 2005년도 순례를 시작합니다.”

- 탁발 순례를 시작하실 때의 생각과 계획과 지금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당초에는 한반도 남쪽만 순례를 하는데 3년 정도의 기간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1년 해보니 어림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아예 기간은 걷어내 버리고(기한 설정 없이) 긴 호흡으로 순례를 해나갈 생각입니다.

- 지역 생명평화의 등불들은 많이 조직하셨는지...

“욕심처럼은 안됐지만 나름대로의 성과는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이게 철저한 지역운동이거든요. 개개인이 생명평화의 삶을 스스로 이루는 힘입니다. 이것을 만들기 위한 노력, 구체화 되어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쉽지 않은 낯설기도 한 운동이거든요. 몇 군데 지역 생명평화학교가 설립돼 가고 있는데 이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 천성산 문제와 관련 정부와 지율스님간의 단식해제를 위한 중재과정에서 스님의 노력이 큰 힘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율스님의 근황은 어떠신지요.

▲ ⓒ제주의소리

“며칠 전에 만났습니다. 아직도 정토회관에 있지요. 조만간 지율스님이 기자회견을 할 예정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100일 단식도 초인적이었지만, 회복 속도도 일반인과는 달리 매우 빨리(초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새해를 맞아 제주도민들에게 한 말씀의 덕담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우리가 궁극적 가치로 붙잡고 가야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생명을 궁극적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나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 생명의 가치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국가도 사회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경제적 이해득실에 따라 생명의 가치가 함부로 파괴되는 것은 막아야 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늘 중심에 두고 지역가치를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에 문제는 발생하기 마련인데, 문제를 풀어내는 수준높은 솜씨를 키워내야 합니다. 보통 힘겨루기로 이기느냐 지느냐 판단하는 것이 관행인데 이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거나 풀리는 것이 아닙니다. 승부가 난 것뿐이지요. 엄밀한 의미에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모두가 만족하고 순응하고 이해가 될 때인데 승부는 그렇지 않은 것이거든요. 문제를 푸는 자야말로 가장 강자고 승자입니다. 문제를 푸는 방법에서 성숙해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 ⓒ제주의소리

- 덕담이라기 보다는 큰 화두를 던져주시고 가는 것 같습니다(웃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제주의소리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진실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드러내며 반영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진실을 ‘사회적 진실’의 측면에서만 관심을 가져온 것은 아닌지 뒤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실은 ‘생명의 진실’과 ‘사회적 진실’ 두가지 측면에서 동시에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제는 생명의 진실과 사회적 진실을 일치시키고, 균형적으로 추구하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 명심하겠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라구요. 올해의 생명평화 순례도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주의소리
스님께서는 제주의소리 창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해 주시고, 이어진 토론회까지 끝까지 참석하고 돌아가셨다. 토론이 지루하지는 않으셨느냐는 질문에 웃으며 대답하신다. “덕분에 제주에 대한 공부 많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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