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교무실-냉동고 같은 교실…"난로 설치 그렇게 힘드나..."

큰 아이가 개학을 한지 일주일이 되지 않아 겨울방학 내내 치료했던 동상이 재발되었다. 지난해 겨울방학 전에 큰 아이는 동상이 걸려 무척이나 고생을 했다. 그저 우리 아이가 몸이 부실해서 그런 것이려니, "양말 두껍게 신어라, 옷 두툼하게 입고, 발 마사지를 자주 해줘라"했지만 학교에서 돌아온 큰 아이의 발가락은 푸르딩딩하다.

피를 빼주고 마사지를 해주고 동상연고를 발라주고 한 차례 소동을 피우고 나면 조금 낫다고 하는데 어김없이 학교에 다녀오면 걷기조차 힘이 든단다.

화가 났다.

"이놈아! 그렇게 추우면 쉬는 시간에 난로도 쬐고, 선생님한테 좀 따뜻한 자리로 배정해 달라고 해라. 너 그렇게 쑥맥이니?"
"아빤, 난로가 어딨어?"
"뭐? 난로가 없어? 이 겨울에? 그럼 난로가 아니고 온풍기야?"
"참 온풍기는, 아무것도 없어."

믿어지지 않았다.
학교를 방문해서 교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점차적으로 교육청과 합의해서 냉난방시설을 할 예정이라는데 당장 추운 것은 어떻게 해결할까에 대한 대안은 없다. 그냥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담임선생님을 만나 들은 이야기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제주도 중학교에 사립학교를 제외하면 난방시설이 되어있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중학교 교사생활을 제주에서 오래 했지만 난로가 설치되어있는 학교를 본 적이 없단다.

이것이 정말 사실인가 의아했지만 전교조 제주지부에 의견을 남긴 후 거의 사실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내학교 냉난방시설에 대해서 건의합니다'라는 본인의 글에 대한 전교조 제주지부의 답변이다.

'님의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제주도내 학교의 냉난방 시설의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전교조에서도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여 왔고, 지난 2월 2일 체결된 2004년도 교육청과의 단체협약에서도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었습니다.
그 결과, 단협 제 31조 '교육 및 환경개선' 사항에 교실 내부의 온도를 동절기 섭씨18-20도, 하절기 26-28도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점차적으로 개선하여 2008년도까지 도내 전학교에 냉난방 시설을 하기로 체결하였습니다. 님께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시고 학교 현장의 문제에 대해 계속 고견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8년도, 물론 그 이전에도 개선될 수는 있겠지만 이것이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문제만이 아닌 제주도 내 학교 대부분의 문제라는데 그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런데 교장실과 교무실에 들어갔을 때의 그 훈훈함, 따스함과 활활 타오르던 시뻘건 난로가 떠오른다. 물론 아이들의 교실에 난로가 없으니 교장실이나 교무실에도 난로를 없애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학생들의 입에서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물론 춥다고 모든 아이들이 우리 큰 아이처럼 동상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한 아이라도 동상에 걸릴 정도로 교실이 춥다면 그건 교육환경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데 교사들은 그걸 몰랐을까?

그리고 제주도에 중등학교가 세워진지 몇 년이 되었는데 아직 난방시설이 안 되어있는 학교가 대부분이라니 믿어지지 않았다. 교무실이나 교장실에 난로 없이 겨울을 나라고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참으로 학생들에 대해서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마다 학부모운영위원회가 있는데 교육청이나 학교예산이 부족해서 난방시설을 못했다고 협조요청을 했더라면 학부모들이 자기 자식들이 그 추운 교실에서 공부하도록 방치를 했을까?

더군다나 시내에 있는 학교를 제외하고는 한 학년에 서너 반인데 그 반에 난로 하나씩 놓아주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싶은 생각에 미치니 서운하기까지 하다.

하루종일 난로도 없는 교실에서 곱은 손을 불어가며 공부를 하는 학생들, 제주에 사시는 분들은 제주의 겨울나기가 얼마나 힘겨운지 알 것이다. 특히 올해같이 추운 겨울에는 보일러가 들어오는 집에서도 난로 없이는 겨울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난로하나 없는 학교에서 추위와 싸우며 떨고 있었는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한 해 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 동안이나 방치해 두고 있다가 그것도 교육단체가 꾸준히 제기한 끝에 2008년까지 냉난방시설을 완료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동상 걸린 큰 아이 때문에 속이 상해서 투덜거렸더니 이번에 중학교에 입학한 학부모가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이도 동상에 걸렸어요. 양말을 네 개나 껴 신고 가도 소용이 없어요."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큰 아이와 그 아이만 동상에 걸렸을까?
그 아이들은 유난스럽게 피부가 약하고 혈액순환이 안 되어 동상에 걸렸고, 그 두 아이만 특별한 아이일까, 아니면 또 다른 많은 아이들도 동상에 걸렸는데 그럭저럭 지나가는 것일까?

학부모로서 바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만 특별하게 배려해 달라는 것도 아니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실도 교장실이나 교무실처럼 따스하고 시원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달라는 것이며, 교사라면 최소한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서 쾌적한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에 힘써달라는 것이다.

3월인데도 또 눈보라가 날린다.
동상 걸린 아이의 발에서 피를 빼내면서 '내일은 어떻게 학교에 가나' 걱정하는 아이에게 몹쓸 죄를 진 것 같아서 미안하기만 하다. 지금 내 옆에 선생님이 있으면 이렇게 묻고 싶다.

"선생님들은 따뜻하신가요? 우린 추워요."라고 말이다.

※ 김민수님은 제주의 동쪽 끝마을에 있는 종달교회를 섬기는 목사입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을 좋아하며, 일상에서 소중한 것을 찾는 것을 즐겨 합니다. 자연산문집 '달팽이는 느리고, 호박은 못생겼다?' '내게로 다가온 꽃들'의 저자이기도 한 그의 글은 '강바람의 글모음 '을 방문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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